2017년 6월 30일 금요일

김아중 그리고 김아중 씨


가끔 김아중 이름을 이렇게 막 써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뭔가 잘못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팬으로서 적절한 선을 지키고 있는지 걱정이 됩니다.


처음 제가 블로그를 할 때만 해도 김아중은 신인 배우였어요.

신인이면 막 대해도 되는 건 물론 아니지만,

영화 속 한나의 친숙한 이미지가 왠지 반말이나 가벼운 장난은

받아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었지요.


거기에 김아중의 당당하고 시크한 분위기,

어딘가 여유롭고 관조하는 듯한 분위기는

'네가 뭐래도 난 상관하지 않아.' 하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물론 나 편한 대로 생각해버린 것이었죠.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처럼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것도 흔치 않을 거예요.

사실이 아니더라도 반박하기 모호하고

여차하면 속 좁은 사람으로 몰릴 수도 있고.


이 블로그가 그런 경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아중은 착하니까, 난 팬이니까 하는 혼자 생각에

아무 말이나 일방적으로 막 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좀 바꿔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김아중'이라며 존칭 없이 이름 쓰는 걸 고치려고요.


김아중 님, 김아중 배우님, 앙느, 이름을 말해선 안 되는 여인, 등등

여러 가지 호칭이 있겠지만

'김아중 씨'가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아중 씨.

아중 씨.

좋네요.


... 어쩐지 아련... ...


자꾸 불러보고 싶은 '아중 씨'... ...




아중 씨, 제가... 제가 이제 달라졌어요...

그러시든가요...


근데 뭔가 석연치 않아요.

느끼합니다.


김아중 씨, 괜찮아요?

예?

'씨' 라고 해서 많이 놀랐죠? 미안해요.

... ...


크림 파스타 곱배기로 배를 채우고 난 뒤의

꺼림칙함이 있어요.


아중 씨, 씨 좋아하세요? 아몬드 씨. 사과 씨는 해롭대요.

...아하, 이 할배를 어뜨케 하까... ...


팬카페에서 남들이 사용하는 걸 보면 괜찮던데...

내가 하니까 좀...


아중 씨, ... 오늘은 비가 올까요?...

꺼져...


이게 뭐야.

이래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김아중 씨'라고 하면 김아중 씨와 나 사이에

도저히 건널 수 없는 sea 하나가 생기는 기분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건널 수는 없었지만, 대한해협이 태평양으로 바뀌는 느낌.

멀어도 너무 멀어져...


그리고 이렇게 돼요.

'얼마 전에 김아중 씨의 명불허전이 첫 촬영에 들어갔다고 하죠.'

이러면 뉴스 같기도 하고 환갑을 훌쩍 넘긴 배우 얘기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관두기로 했어요.

존칭이요.

도로 김아중으로.

많이 미안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그럼 처음부터 말을 말든가...



... 김아중을 김아중이라 부르지 못 할 뻔... ...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




2017년 6월 23일 금요일

김아중 그리고 마법사



롤플레잉 게임을 하면 저는 항상 마법사를 선택합니다.

마법사 중에도 여자 마법사.

예쁘거든요.

남자 마법사는 한 적이 없어요... 자랑이다...

마법은 어쩐지 게임의 환상을 완성하는 느낌이 들어요.


게임을 하면서도 종종 김아중 생각이 납니다.

세상 모든 영화의 여주인공과 모든 게임의 여성 캐릭터에는

늘 김아중을 대입해보죠.

아침에 일어나면 이 닦고 세수하듯

자연스럽고 거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돼버렸어요.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몰라도

'김아중이 너무 예뻐서' 같은 상투적 이유 밖에 생각나질 않아요.

다른 이유를 댈 수 있으면 머리에 뭐라도 좀 든 인간처럼 보일 수도 있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이뻐서 여자 마법사, 이뻐서 김아중... 속물...


하여간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보니까

여자 마법사 영화가 나온다면

김아중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뭔들 안 어울리겠어...


저번에 여전사가 잘 어울린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까 마법사도 꽤 괜찮겠더라고요.

일단 보기에 더 화려할 거 같고,

판타지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요.


서양 영화 속 여자 마법사들은 사악한 마녀 분위기가 많죠.

간혹 착한 여자 마법사도 있는데 얘네는 또 대개 파워가 약해요.

제가 상상하는 건 강력하지만 착한 마법사예요.


거시기 그 뭐냐.

멀리서 손도 안 대고 적의 심장을 뭉개는 마법.

그게 좀 무섭죠.


차갑게 비웃음을 흘리며 손을 한번 촤라락 움켜쥐면

멀쩡하던 적이 뜬금없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잖아요.


김아중은 약간 비웃을락 말락 하는 모습이 매력적이거든요.

울락 말락도 좋지만, 압권은 역시 웃을락 말락입니다.

딱이죠.


보다가 나도 같이 쓰러질 뻔하겠지만 아마 괜찮을 거예요.

팬도 짬밥이란 게 있거든요.

옆 사람 잡고 버티겠죠.


- 꺄악, 이 할아버지가 어딜 잡아... 짜악...  





서양에선 마법사지만 우리나라에선 아마 여자 도사쯤이 가능하겠죠.

아니면 온갖 신통력을 가진 선녀라든가.


예를 들어 하늘하늘한 날개옷을 길게 입은 김아중이

악당 고수를 향해 살며시 손바닥을 후우 부는 겁니다.

그러면 악당이 뾰로롱 하고 술법에 걸려 정신을 놓게 되죠.

미혼술인지 뭔지...


그 틈에 김아중은 다시 주문을 외우며 허공으로 날아올라

차갑게 비웃을락 말락 하면서 

양손을 뻗어 적에게 치명적인 번개를 뿜어댑니다.


죽어랏 할배!

치리리릿!

죽어! 죽어!... ...


아, 온몸에 전기가... ...


도사든 선녀든 김아중이 하기만 한다면 저한텐 꿈이 현실로 되는 거겠죠.

와이어 타는 게 엄청 힘들긴 하겠지만, 내가 타는 건 아니니까...

근데 누가 그런 걸 만들어야 말이지.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




2017년 6월 16일 금요일

김아중한테 어울리는 여전사



작년부터 감기가 좀 자주 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걸렸었고요.

평소에 숨쉬기나 먹고 뒹굴기 같은 유산소 운동만 너무 많이 한 결과 같았어요.

아무래도 운동의 다양화가 필요한 시점 같았습니다.


그래서 엊그제 한가한 날, 늘 한가하지만 그래도 맘적으로 더 한가한 날

동네 앞산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했습니다.

그간 뜸했는데 아주 격한 운동이죠.

산 입구에만 도착해도 이미 땀 범벅.

땀 나는 거 제일 싫어하는데... 돌아갈까?...


산에선 별로 할 게 없죠.

올라가다 힘들면 중간중간 바람 드는 벤치에 앉아 쉬면서

예쁜 사람 지나가면 쳐다보고... 싶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 리는 없고,

가져간 콩우유하고 초코바를 적당한 때 까 먹으면 끝이에요.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동네 산에는 왜 나 같은 아저씨 아줌마만 있는 걸까요?...


근데 산에선 별로 할 게 없다는 점이

땀을 무릅쓰고 제가 앞산에 가끔이라도 가는 이유예요.

여유 있게 김아중을 생각하기 참 좋거든요.

할 게 달리 없으니까... 난 참 답이 없어...


쉬엄쉬엄 걸으면서 혹은 나무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해볼 수 있어요.


늘 그렇듯 대단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에요.

뭐 가까이서 본 적이라도 있어야 뭘 생각하고 말고 하지...

그냥 아무 생각이나 합니다.

왜 그렇게 이뻐..., 그런 거요...


엊그제 산에서는 이런저런 생각 끝에 뜬금없이

김아중은 원더우먼 역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 누가 시켜준다고 하거나, 한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요.

할 거도 없는데 무슨 생각을 못 하겠어...


내가 김아중이 연기하는 여전사를 꼭 한번 보고 죽어야... 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보고 싶거든요.

요즘 극장에서 원더우먼을 하니까 그런 생각이 다시 났던 거 같아요.


물론 생각해보면 무사 역을 하기는 했죠.

'하진'이라고...

먼 옛날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


근데 너무 짧았어.

이제 좀 볼만 한가? 싶은데 죽죠.

칼을 좀 더 써야 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늘 아쉬움이 있어요.


딱 한 번만 더 칼을 휘두르든지, 아니면

총을 후련하게 갈기든지 그랬으면 싶거든요.

한번 무사는 영원한 무사 아니겠습니까?


하여간 산에서 초코바... 사실은 이거 먹으러 가는 거죠. 뭐라는 사람이 없으니까...

를 먹으며 김아중은 어떤 여전사여야 하는가에 관한,

남이 보면 쓸데없지만 나한텐 나름대로 의미 있을 수도 있는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팬의 입장 정리, 그런 거죠.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이번 원더우먼은 힘 좀 쓰게 생겼더군요.

근데 김아중은 그렇진 않잖아요.


훅 불면 휙 날아가게 생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덤벨로 저글링 할 이미지도 아니죠.


딱 적당히 건강하고 당당합니다.


물론 혼자 있을 땐 쌀 한 가마니를 한 손으로 번쩍 든다거나,

팔씨름하면 내 손목을 잡고도 날 패대기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요.

... 여린 얼굴에 괴력을 숨기고 있...



그나저나 팔씨름이라면... 손을 잡고 막... 



... 이러다 진짜 손모가지가 날아가....


이미지로 볼 때 김아중이 연기하는 여전사는

날아다니는 파리를 공중에서 채 썰고,

... 근데 칼이 움직이는 걸 아무도 못 봤어. 너무 빨라서...


쏟아지는 총알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달리면서 적을 휩쓰는데

보니까 희미하게 미소를 띠고 있고, ... 우습다는 거지...


속은 타오르는 화롯불이지만 겉은 녹지 않는 만년설,

뭐 그래야 할 거 같거든요.


거기에 양념으로 과거의 아픈 기억 하나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고.

가령 실연의 상처나 누군가를 지키지 못했다는 너무 흔한 그런 거 말고

이쁘다며 혼자 난리 피우는 할배 하나를 처리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든지...


어쨌든

툼 레이더, 레지던트 이블, 솔트, 니키타, 캣우먼, 블랙 위도우, 동방불패 다 좋은데,

근데 원더우먼은 이미지가 아니더라.라는 겁니다.


그게 제가 동네 앞산에서 나름 고민하며 얻은 결론이에요... 참 큰일 했다...


간단해요.

여  전  사  를 하더라도

기운 센 여전사, 그딴 것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여전사 역을 한 번은 꼭 반드시 해야 하지 않겠나,



할  배  소  원  이  다,



... 그런 건 물론 아니고요. 그럴 리가요...



네, 한다면 그렇다는 거죠.

한다면... ...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




2017년 6월 9일 금요일

김아중은 뭘 좋아하려나...




요즘 히스토리 채널의 'Alone'이란 걸 가끔 봅니다.

오지에서 홀로 자급자족하며 누가 오래 버티나 경쟁하는 거예요.

외딴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보는 게 묘하게 재밌네요.


야생 생활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나한테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내가 지금 엄청 편하게 지내는구나 하는 감사함, 안도감 같은 것도 생깁니다.


출연자들은 대개 처음 며칠은 간단한 거처를 마련하고,

불을 피우고, 먹을 걸 구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럭저럭 정착을 하고 안정적인 식량 확보가 가능해지면

멀리 떨어진 가족을 생각하며 조금씩 외로워하기 시작하죠.

결국, 외로움과 싸우는 프로그램인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최근 에피소드에서 한 출연자는

먹고 아무 할 일 없이 지내는 걸 못 견뎌 하다가 도전을 포기하더군요.

그것이 유일한 이유였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총체적 결론은 너무 심심하다는 거였습니다.

할 일 없이 지내는 건 자기 삶의 철학과 다르다나 뭐라나...


... 나하곤 달라도 너무 달라...


그런 사람도 있더군요.

할 일이 없는 걸 못 견디는 사람 말이죠.

저는 잘 견디거든요.

심심한 거.

아니 오히려 저는 할 일 없는 상태에 이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말입니다.


물론 심심해서 블로그를 하기는 하지만 상금이 걸려있다면

심심하게 뒹구는 것쯤은 마냥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쫌 게을러...


심심하면 하루종일 김아중 생각을 하는 거죠.

뒹굴면서.

먹을 거 있겠다, 할 일도 없겠다, 버티면 돈도 줘, 얼마나 좋아...


아무도 없는 오지에서 저녁이면 쏟아지는 밤하늘 별을 보며

김아중이 뭘 하고 있을지 상상하는 겁니다.

환상적이죠.

꿈에서나 있을 법한 밤입니다.


김아중이 다음 작품 고민을 하고 있을지, 잠은 잘 자는지,

밥은 잘 먹는지 그런 생각을 해보는 거예요.


밥은 현미인지 백미인지, 찹쌀은 섞어 먹는지, 귀리가 몸에 좋다는데,

만나면 섞어 먹는지 물어볼까? 실례이려나? 보리는 어떻게 하나...


할 일도 없는데 뭐 이따위 생각만 해도 끝이 안 날 거거든요.


생각할 건 또 많죠.

나 같은 팬을 괜찮아할지, 괜찮지는 않아도 거슬릴 정도는 아닐지

그런 생각도 해보구요.


싫어할 거라는 가정까지는 할 필요가 없지요.

그건 너무 비참해지잖아요.

팬은 원래 얼굴에 철판 깔고 하는 거거든요.

김아중이 좋아하든 말든... 쭈욱 뻔뻔하게... ...


잎이 잔뜩 달린 나뭇가지 하나를 꺽어드는 겁니다.

유치하지만 잎을 하나씩 떼면서 하는 거 있잖아요.


날 괜찮아할 거다, 아니 그건 아니여, 괜찮..., 아녀...,

아니여가 나오면 자존심 상하는데 팬 때려칠까?...

아녀,... 때려쳐,... 아녀...,


이러면 두어 달은 심심찮게 지날 거예요.


그러고 보니 난 팬이라면서 김아중이 뭘 좋아하는지

뭐 그런 거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네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생각나는 게 많지 않습니다.

전에 무슨 라디오 프로에 도넛을 몇 상자 사 간 걸 보면

단 거는 좋아할 거 같고,


와인은 좋아한다고 한 거 같은데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 거 같고,


사과는 좋아하는지 아닌지, 수박은, 딸기는, 참외는, 오이는, 시금치는...

아, 브로콜리...

이게 또 끝이 없네요.


두어 달이 뭐야, 일이 년도 가뿐히 뒹굴...


아니 실은 이런 거로 벌써 팬질 10년이에요. 10년... 뻔뻔 10년...




... 바람처럼 사라진 내 청춘, 아니 노년... ...


그런 프로는 나가기만 하면 우승인데...



아 근데 왠지 서글프네... 말해본 적도 없이 10년이라니... ...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