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1일 월요일

김아중 7행시 그 이후 그리고 사인




좀 지난 얘긴데 지난 8월 7행시 이벤트 며칠 후에

제가 뽑히진 않았지만, 선물을 보내주겠다는 이메일이

킹 엔터테인먼트에서 왔었어요.

정말 놀랐고 기뻤지만, 선물을 받을 수는 없었죠.


사실 처음 이벤트 참여할 때부터 혹시 뽑히더라도

선물은 받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발송인이 무슨 무슨 엔터테인먼트로 된 우편물을

아내가 발견할 가능성이 단 1%라도 있으면 곤란하니까요.


그래서

발송인 주소에서 엔터테인먼트를 빼달라고 부탁해볼까

죄송하지만 jpg 파일로 보내 달라고 해볼까

우편함 옆에서 매일 집배원을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등등 혼자 온갖 생각을 다 해보다가

잘못하면 큰일 나니까 안 받아도 된다고 답을 보냈죠.


처음부터 선물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굳이 거절하는 건 전혀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상대가 손을 내밀지 않아서 악수를 못 하는 것과

손을 내미는데도 악수를 안 하는 게 다른 것처럼 말이죠.


많이 후회했지요.

실수였다고, 다시 보내 달라고 주접을 떨어볼까도 생각했고요.


며칠 뒹굴며 후회하다가

그래, 안 받는다고 한 게 비장미도 있고 좋았다며

스스로 위안하면서 차츰 잊고 지냈죠.


비장은 개뿔...


그런데 그 후 한 달쯤 지나 나쁜 녀석들을 2번째 본 날이었는데

이메일로 떡하니 아래 보이는 사인 jpg 파일을 보내주셨더군요.

우편물은 못 받는다고 해서 이미지를 보낸다면서요.




정말 날아갈 거 같았죠.

저만 맨날 김아중 행복하라고 했는데

이제 김아중이 저한테 그러는 거잖아요.


따져보면 가족 말고 저보고 행복하라는 사람도 얼마 없어요.

근데 김아중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바로 그 김아중이

저한테 행복하라잖아요.


세상 누구도 이보다 더 행복한 말을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어디 가서 자랑할 수는 없는 게 아쉽지만요.


소속사가 이렇듯 세심하게 배려해줄지 몰랐어요.

선물을 주겠다는데도 할배가 같잖게 싫다고 하면

보통은 괘씸해서라도 흥! 하고 말 텐데 말이죠.

사인하라고 김아중 옆구리를 막 찔러댔을 거잖아...


하여간 그렇게 사인이 하나 또 생겼어요.

더할 나위 없이 간단해 보이긴 해도

하마터면 못 받을 뻔했던 깊은 사연이 있는 사인이죠.

우편으로 받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저는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번 사인도 전처럼 jpg 이미지뿐이지만,

전과 달리 이번엔 받는 사람 이름이 없어요.


왜 이름이 없지? 생각해봤는데

저 같은 팬은 사실 실체가 없잖아요.

만나서 확인한 적 없는 팬의 이름이란

김아중에겐 의미 없는 기호에 지나지 않았을 거예요.


김아중은 그런 이름을 적느니

차라리 빈칸으로 남겨두기를 택했던 겁니다.

그리고 의도대로 그 빈칸은 아무도 아닌 저의 실체를

역설적으로 정확히 보여주고 있죠.


... 저는 그렇게 봅니다...



아마 저는 무명씨로 지내다 언젠가 사라질 거예요.

끝내 이름도 말하지 못하고 바다 거품이 되어버린 인어 공주처럼 말이죠.

허무할 거예요.




하지만 이름 없는 팬이라도

덕질 안에서만큼은 늘 행복하기 바라는

김아중의 간절한 소망이 저 사인에 녹아있죠.

저는 느낄 수 있어요.

무명의 할배를 위한 김아중의 따뜻한 위로와

가을 하늘처럼 맑고 깊은 김아중의 사랑을....




** 사인을 보내주신 킹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한 백 번쯤... 




(사진 출처: ... ..., 동영상 출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