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2일 월요일

김아중은 복 받을 거다.


처음엔 한 2주 정도, 아니면

길어야 한 달 정도를 예상하고 왔던 미국에서

꼭 6개월을 지내다가 이제 돌아가게 됐다.


남들은 아니겠지만 나는 자꾸 '그저 바라보다가'가 생각난다.

잠깐일 줄 알았는데 뜻하지 않게 길어지고.

6개월이 그냥 휙 지나가기를 바라기도 했고.


그간 아내 없이 지내는 생활도 몸에 익고 동네도 익숙해져서

이곳이 마치 집인 것처럼 지낼만하다 싶게 되니까 다시

익숙하지만 조금은 낯설어진 진짜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제 집이란 아내가 있는 곳이다.


늘 그랬듯 끝날 때가 되어야 뒤를 돌아보게 된다.

지루하고 따분했던 날들은

지금까지와 별다를 바 없는 심란한 과거가 되겠지만

그게 바로 내가 그렇게나 바라던

한가함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려서 이사하는 날이 다가오던 때처럼 서운하고,

마음 한편이 1kg짜리 쌀 한 봉지라도 매달아 놓은 듯 묵직한 것은

이제 두고 갈 사람이 안쓰러워서이지

아내의 감시 아래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 막막해서는 아니... ...


남편의 의무, 자식의 의무,

강아지 돌보미의 의무 따위는 모두 한국에 남겨두고

부모의 의무만 지니고 홀가분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처음엔 몰랐지만 흔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보고 싶던 사람들도 만났고

추억이 깃든 장소들도 가보았지만

아내 없이 다니는 것은 어째 의욕이 나지 않아서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거나 관광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생활이 즐거웠다고는 결코 할 수 없다.


하여간 한가했지만 둘도 없이 따분했고

무얼 해도 대체로 신이 나지 않던 이곳에서

그나마 이렇게라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또 김아중 덕분이었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다.


일본 팬 미팅 영상과 노래, '그저 바라보다가', '캐치 미',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펀치'까지 김아중이 보여주는 무지갯빛 환상과

그 환상에 덧붙인 나의 더할 수 없이 칙칙한 망상들이

이 무료한 생활을 위로하고 온갖 스트레스를 견디게 해준 거다.


김아중은 먼 이국에서 대책 없이 쓰러질 뻔한 할배 하나를

본의 아니게 구한 셈인데

이참에 아주 쓰러지지 않은 걸 아쉬워할지도 모르지만, 난 참 다행이고

이렇게 김아중이랑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전생에 그렇게 나쁜 짓 하며 산 거 같지는 않다.


어쨌든 결론은 김아중에게 또 감사하다는 거다.

도움도 안 되게 매번 말로만 하는 감사지만, 종종 이모저모로 감사한 건 감사한 거다.

겁나게 예뻐서 감사하고, 근사한 연기가 감사하고, 열정적인 노래도 감사하고,

구해줘서 감사하고...

복 받을 거다.

(여기에 권총 한 자루만 차고 있으면 완벽한 킬러일 텐데.ㅎㅎ)




이제 '펀치' 보러 간다!! ㅋㅋ    





(사진 출처: 인터넷 여기저기. SBS 월화 드라마 '펀치' 제작 발표회)




2014년 12월 10일 수요일

나는 김아중 광팬일까?


어떤 음악이 종일 머릿속에서 괜히 들린다면

우울증의 초기일 수도 있다는 글을 언뜻 본 적이 있다.


헉. 뜨끔...

나도 김아중 노래가 그럴 때가 있는데?

헐...


하루 종일은 아니고 잠깐인데 그럼 괜찮은 걸까?

잠깐일 수밖에 없는 건 노래가 생각날 때

바로 찾아 듣기 때문일지도 모르는데.

목마르면 물 마시듯 참고 안 들을 이유는 없으니까.


아이돌 여성 가수를 악플로 괴롭히던 여자는

자신의 남편이 그 가수의 광팬이라서 그랬다는 기사가 있었다.

남편이 얄미워서 가수에게 화를 낸 거다.


또 뜨끔...


아내도 내가 블로그 하는 걸 알면

김아중에게 악플을 달려고 하려나?

나는 김아중의 광팬인가? 아닌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남편이 어느 연예인의 광팬이라고 해서 세상 모든 아내가

그 연예인에게 못된 일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는다.

세상은 아직 그렇게까지 험악하지는 않...


또 얼마 전에는 아파트 장애인 주차 구역에

어떤 일반인이 차를 계속 세웠다가 매번 위반 신고를 당하니까

신고하는 사람을 나무라는 적반하장격의 글을 아파트에 붙였다가

다른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을 사기도 했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장애인 주차 구역 위반처럼 옳고 그름이 뚜렷해 보이는 일마저

자신이 할 때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게 될 수 있다.


내가 우울한 건지, 광팬인지 판단하는 일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라서 더욱

나 스스로 상태를 진단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김아중 노래가 가끔 들리면 우울한 건가?

잠깐 들리다가 마니까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이국땅에 있다 보니 요즘 우울한 거 같기도 하고.


나는 김아중 광팬인가?

각종 김아중 관련 사이트는 다 기웃거리고

이렇게 블로그도 하니 광팬인 거 같기도 하고,

실제로 쫓아다니며 소리 지르고 울고불고 하지는 않으니

광팬까지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광 파는 건 좋아하는데... 헐...


혹시라도 아내가 김아중을 싫어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펀치'는 다가오는데 되지도 않는 일반인 코스프레를 마냥 할 수도 없고...

기구한 할배...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 캡처)



2014년 12월 7일 일요일

김아중 그리고 아줌마 팬



김아중의 우리나라 팬 중에는 열성적인 아줌마 팬이 없다.

일본에는 있는데...

그 외 다른 나라는 모르겠고...


세상의 모든 편견을 떨치고 일어나

김아중만 보면 환호할 수 있는 그런 아줌마 팬은 물론

나처럼 대충 팬 노릇 하는 아줌마도 없다.


혹시 초야에 숨어 아무도 알 수 없게 활동하는

열혈 아줌마가 있으면 어쩔 거냐 싶기도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면 어차피 아무 의미도 없고

이제까지의 느낌으로 느껴보건대 존재할 확률이

장수하늘소보다 희박하다는 게 나의 어설픈 느낌이다.


눈치껏 연예인 팬 사이트들을 대충 훑어 보면

여성 팬들의 조직력이나 추진력은 일반적으로 남성 팬들보다 뛰어나고

거기에 아줌마 팬들은 자금 동원력과 저돌성까지 갖춘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앙갤만 봐도 언제나 조공을 주도하는 것은

비록 아줌마들은 아니지만, 여성 팬들이다.


... 가만, 혹시 앙갤 여덕들이 아줌마들?...


그래서 난 열성적인 아줌마 팬들이 부럽다.

... 이젠 별게 다 부러워...


주위의 시선 따위는 오래전에 엿으로 바꿔

남편과 자식들에게 줘버린 것만 같은 아줌마들의 용기가 부럽고

그런 팬을 가진 배우들이 부럽다.


... 코코아는 완전 남탕...



그리고 그런 아줌마 팬이 김아중에게도 생긴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부질없이 해보곤 한다.

                                                                          (이런 눈매 상당히 좋다.ㅎㅎ)


이번 드라마 '펀치'에서 김아중은 이혼한 애 엄마 역이다.

미혼 여성 역을 주로 하더니 이번엔 아예 결혼을 넘어서

이혼까지 한 번에 워프를 해버렸다.


애 엄마 연기... 아줌마 연기...

뭐, 하면 하는 거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총을 쏘거나 칼을 휘둘렀으면 싶은데

김아중의 액션 연기는 '해신'하고 '선물'로 끝난 건가

싶은 생각이 들면 정말 아쉽다.


겉으론 더없이 차갑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감성이 살아있는

외로운 무사나 총잡이 연기를 김아중이 한다면

우리나라 영화사에 길이 남을 전설이 될 거 같은데 말이다.


뭐 또 다음 기회가 있겠지 하면서도

그러다가 지나친 세월이 이젠 무시하지 못할 만큼 돼버려서 안타깝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고

이번에 애 엄마 역을 하고 나면 김아중에게도 아줌마 팬들이

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극 중 딸 아이나, 또는 생명이 꺼져가는 전 남편과의

애틋한 감정을 잘 살린 멜로 연기를 좀 보여주면

모성애를 자극받은 아줌마들이 너나없이 팬을 자처하며

나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아, 신발 꿈...


아줌마 팬들이 김아중을 만나

자연스럽게 안고 서로 등을 토닥이는 것을 상상하면

내가 안아 보는 것도 아닌데,


아... ... ...


까닭 없이 마음이 훈훈해진다... ...

진짜... 왠지 아무도 안 믿는 거 같은...


김아중이 힘들고 지칠 때, 그런 때가 있는지 난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때가 있다면 아줌마 팬들의 넉넉함이야말로

가족을 제외하고 가장 그럴듯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은 거다.


참, 오지랖 넓게 별걸 다 생각한다는...

이게 다 시간이 남아서...


('캐치 미' 캡처도 아직 멀었는데 벌써 새 드라마가 나오니 '캐치 미'가 아쉽다.

예쁜 장면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나의 PS 파트너'는 건드리지도 못했고, '그저 바라보다가'도 아직 못 끝냈는데)


(혹시 아줌마라는 어휘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중년 여성이라는 말보다는 훨씬 정감이 가는 말이라서 사용했을 뿐이다.)





(사진 출처: SBS 월화 드라마 '펀치' 공식 홈페이지, 나무엑터스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