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6일 수요일

김아중이 좋다.




십여 년 전 작은 누나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 중 하나는

내가 제대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누나와는 사이가 아주 좋았는데

어렸을 때 어쩌다 싸우면서 참 모진 말을 한 번 했고

그 이후에 그 말을 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끝내 사과하지 못했다.




이제는 기억도 혼란스러워서

가끔은 내가 사과를 한 것 같기도 하고

누나가 자기는 기억도 안 난다며 웃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이게 실제였는지 혹은 그냥 내 미안한 마음이 만들어낸

상상인지 모든 게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것도 확인할 길이 없다.

비록 철없이 내뱉은 말이기는 했지만




누나가 여기 있다면 꼭 사과하고 싶은데

내가 사과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사실 사과하고 용서받는다 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는 않을 거다.

말로 입힌 상처는

사과와 용서라는 행위로 덮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나에게 한 말은 누나에게도 상처였겠지만

내게도 깊은 상처가 되었다는 자각이 든다.

그래서 이렇게 오래도록 내 마음을 짓누르는 것일 거다.




누나를 기억할 때면

즐거웠던 추억보다는 너무 일찍 세상을 달리한 아쉬움과

좋아했으면서도 상처를 입혔다는 후회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런 슬픔은 잊히는 게 아니라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있다가

혼자 있을 때 문득 떠올라 눈시울을 붉게 한다.



남을 아프게 하는 것은 결국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다.



나는 김아중에게 모진 말을 할 수가 없다.

김아중이 내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이유도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처럼 후회스러운 일도 없고

그랬다가는 나중에 내게도 아픔이 되리라는 것을 이제 알기 때문이다.




더구나 만나지도 못할 사람한테 모진 말을 하고 나면

나중에 최소한의 사과를 건넬 기회조차 없는 거다.

같은 잘못을 두 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김아중이 좋다.



배우로서도 좋고

비록 잘 알지는 못해도 인간으로서도 좋다.

그런 고운 말만 품고 살 작정이다.



아마 내가 앙갤에서 제일 착할 거다...



이 세상에 팬은 나뿐이라는 걸 김아중이 알려나 모르겠는데

사실은 또 몰라도 상관없지 싶다.

산다는 건 나 혼자 만족하면 대충 그만이니까.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2회 캡처)

(맨 아래 두 장은 디시인사이드 김아중 갤러리 Vivien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