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6일 토요일

김아중 그리고 슈뢰딩거의 고양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입니다만 슈뢰딩거의 고양이란

20세기 초 양자 역학 해석의 불완전함을 공격하기 위해

당시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제안한 가상 실험이랍니다.


한 상자 안에 고양이와 1시간 이내에 50% 확률로

독가스를 내뿜는 장치가 들어있다고 가정하고

1시간 뒤에 그 고양이는 어떻게 되어있을지를 두고 논쟁을 했답니다.

다양한 해석들이 있다는데 읽어보면 재미있습니다.


극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고양이의 생사를 가정했겠지만

뭐 그렇게 극단적인 예가 필요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방 안에 김아중이 잠자고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 ...


생각만으로도 벌써 행복해지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나보다 더 한심한 덕후...

난 그 정도는 아니라는...


아침 8시에 김아중은 아직 잠을 자거나 깨어있다고 칩시다.

자! 내가 아침 8시에 방문을 열어보기까지는

김아중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나는 자고 있다에 내 손모가지를...


하지만 김아중은 내가 방문을 열어보는가 마는가와는 관계없이

방 안에서 행복하게 잠을 자고 있거나 깨어있을 게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양자 역학에서는 잠을 자면서 동시에 깨어있기도 한 상태처럼 원자들을 설명합니다.

김아중이 잠을 자며 동시에 깨어있는,

두 가지가 공존하는 이해 불가능한 상태로 있다가

내가 문을 여는 순간 둘 중 어느 한 가지로 관찰된다는 겁니다.

자는지 깼는지 김아중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관찰자인 나라는 것이죠.

거시적인 세계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이 양자역학적 설명입니다.


보통은 김아중이 자고 있는지 아닌지 내가 확인만하는 것이지

나의 관찰이 김아중의 수면 여부를 결정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할 겁니다.

... ...


무슨 얘기냐고요?

더 긴 얘기는 저도 모르고요,

다만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방문을 연다는 점입니다...


이 상상 실험의 관찰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도 아니고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허리가 딱 벌어진 이 아저씨, 나, 라는 거죠...


... ...

내가 관찰자라면...

내가 문을 연다면...

그래서

내가 자고 있든 깨어있든 어쨌든 김아중을 볼 수 있다면... ...


뭐 그런 쓸데없지만 나름 행복한 상상을 해보는 겁니다.

신성한 크리스마스 날.


예,... 전 한심하고 한심한 덕후입니다...

예,... 물론 깨어있다면 김아중이 깜짝 놀라겠지요.... ...



꺄~~~아~~~ㄱ~~~ 



아니, 저기, 놀라지 마시고요, 이거 실험이에요, 실험, 상상 실험... (^_^;;)




아~~악~~ 문 닫고 빨리 꺼져어~~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



2015년 12월 19일 토요일

김아중을 3D로 보고 싶다.


꽤 오랜만에 영화를 봤습니다.

얼마 만인지 잘 기억이 안 나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3D.


해리슨 포드, 그리고 이름은 모르지만, 레아 공주로 나왔던 배우, 또

류크로 나왔던 배우들이 나이 든 모습 그대로 원래 역을 합니다.

그래서 아련한 감회와 쓸쓸한 세월의 덧없음이 느껴져요.


처음 스타워즈를 보았던 게 언제였는지,

나는 어쩌다 지금 이 자리에 이런 모습으로 앉아

나처럼 덧없이 나이 든 배우들을 다시 보고 있는지,

모든 게 아쉬우면서도 마음 한편이 아릿해지더군요.

그게 싫지는 않았어요.

영화 보는 내내 잠깐잠깐 추억에 잠길 수 있었죠.


젊어서부터 보아 온 배우의 나이 든 모습은 언제나 그렇더군요.

거울 속에서 어느새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저 자신을 문득 발견할 때처럼,

낡은 수첩에서 이제는 결번이 되어버린 옛 친구의 전화번호를 보는 것처럼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괜히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김아중을 3D 영화로 보면 좋겠다.'...

이제까지 다른 3D를 보면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광선검을 휘두르는 여주인공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똑같아 보이지만, ... 잠자는 장면입니다. 잘 보면 숨은 쉬고 있을 거예요.)


여주인공이 뭐 그렇게 예쁘진 않았어요.

난 여주인공 얼굴 보는 재미로 영화 보는 아저씬데...

김아중이 딱 백 배는 나아...

광선검보다 김아중이 더 빛이 날 텐데...

얼굴이 검이야... 다 죽어...


좀 더 실감 나겠죠.

3D 영화로 김아중을 보면.

마치 김아중이 앞에 있는 것처럼...

많이 예쁠 거예요.


어쩌면 실물을 보는 것보다 그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저한테는.

실제 사람을 바로 앞에서 뚫어져라 쳐다보면 실례잖아요.

난 뚫어지게 봐야 하는데...


김아중이 이건 또 뭐지? 하고 나를 뚫어지게 본다면 그것도 실례지요.

그러면 쌍방 실례.

그러면 쌤쌤이라 괜찮긴 한데... 나를 볼 리가...


영화는 상관없죠.

스크린이 뚫어질 일도 없고.

무엇보다,

생이 다 할 때까지 간직할 수도 있고...


하지만, 우리나라 형편에 3D 영화는 어렵겠죠.

김아중이 할리우드에 가서 찍을 리도 없고.

아마 김아중을 3D로 보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아쉬워요.


아쉽지만

사실은

아무래도 좋아요.

3D 따위...

2D에라도 나와주기만 하면...



(아래는 저래 봬도 움짤입니다.

  뚫어져라 쳐다보기 좋은 장면입니다. 과연 숨은 쉬고 있는 것인지...)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



2015년 12월 10일 목요일

김아중 그리고 2TB의 평화



1TB 외장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의 지난 글을 보니 2010년에 샀더군요.

여러 자료를 백업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용도입니다.


물론 그 자료들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점에는 사람마다 사정이 있겠지요.

제 경우 백업할 자료들은 당연히 김아중 사진과 각종 영상 및 출연작들입니다.

거기에 작은 디카와 핸드폰으로 찍은 가족사진들 조금이 추가되죠.

어디 다른 데 가서는 백업이 뭔지 아는 척도 할 수 없는 사정입니다.


사실 가족사진뿐이었다면 분량이 많지 않아서 외장 하드라는 게 거의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 외장 하드를 살 때 구매의 당위성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죠.

기껏 연예인 사진이나 백업해놓으려고 외장 하드를 사느냐는

자책감 비슷한 게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런저런 모든 고민과 회의를 떨쳐내고 지금은 잘 살고 있는 것이죠.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닌 것들이 머리를 아프게 합니다.


하여간 가족 모두가 사용하는 데스크탑 컴퓨터에 김아중 사진이나 영상들을 모아놓고

그것들을 1TB 외장 하드에 백업해놨었어요.

근데 이게 어쩐지 불안하더군요.

데스크탑은 거의 저만 사용한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언제고 누군가가 괜히 숨김 파일들은 뒤져볼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하며 미루고 미루다가

작년 여름에 컴퓨터 본체에 있는 김아중 사진 대부분을 지워버렸습니다.

물론 누가 발견하더라도 평소 제 행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해줄 만한 분량일 거라고 생각되는 분량은 남겨놓고 말이죠.

그 분량이란 게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차가 크긴 하겠지만요.


그런데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까 또 다른 불안이 생기는 거예요.

혹시 외장 하드가 고장 나서 모아놓은 게 다 날아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이었죠.

그게 하루 이틀 모은 게 아니라서 없어지면 다시 모은다는 건

상상도 못 할 만큼 골치 아픈 일이 되는 거거든요.


그렇게 불안하게 근 1년을 버티다 버티다, 그 불안함을 없애려면

백업용 외장 하드를 하나 더 사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제일 간단하고 안전한 불안 해소법이었습니다.


그래서 2TB 외장 하드를 하나 사게 된 겁니다.

허리가 쪼~끔 나아졌다고 생각되던 얼마 전에요.

예 그게 그렇게 된 거죠.

허리는 말이 아니었지만, 마음은 더없는 안식과 평화를 얻게 된 겁니다.

정말 김아중 사진이나 백업해보자고 1TB 산 지 5년 만에

2TB 외장 하드를 하나 또 지른 겁니다.


내 모든 문제는 김아중으로부터... 하아...


다행히 이제 2TB 가격이 예전 1TB 가격이라서 큰 부담은 없었다는 것하고

아내는 내가 뭘 샀는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 정도가

자책을 달래주는 위안거리가 되었습니다.


2TB 하드는 외형이 생각보다 훨씬 작더군요.

택배 온 날 웬일인지 아내가 택배 상자를 먼저 열어봤어요.

'내 꺼.'라고 말을 했는데도 말이죠.

'돈 터치' 같은 말은 감히 못 했지만요.

불심검문 같은 거였어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예?

주민증 좀 보여주세요.

왜요? 내 나이가 어때서... 할배도 팬질 할 수...


아 이제 틀렸구나 했는데

"애걔~, USB 샀어?" 하더니 상자를 그냥 제게 주더군요.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상자를 봤더니

하드 드라이브가 워낙 작아서 언뜻 보면 사은품으로 온 USB만 보이는 거예요.

"... 으응, 뭐 그렇지... 내가 뭐 살 게 있나..."

벼랑 끝에서 갑자기 조신한 남편 모드 풀 가동... 위기 탈출...


이후의 상황은 모두 순조로웠어요.

1TB의 자료는 모두 2TB로 무사히 복사되었습니다.

1TB도 널널한데 2TB는 정말 널널합니다.

마음도 널널해지구요.

하드가 김아중 자료들로 꽉 차서 2TB를 넘어 10TB도 모자라게 된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과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는지...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



2015년 12월 1일 화요일

김아중 그리고 아프고 나면 알게 되는 것


그간 별 이유도 없이 허리가 아팠어요.

움직일 때마다 '헛', '윽', 으으', 등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종일토록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문장은 '하아, 아프다.'라는 것이 전부였어요.


대체로 게을러서 평소에 허리뿐 아니라 몸을 많이 쓰지도 않는 데 말이죠.

아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신줏단지처럼 아끼다가...


하여간 허리가 별거 아닌 줄 알았어요.

전에도 아팠던 적이 있었지만 뭐 대충 침 한번 맞고 쉬면 저절로 나았었고

그렇게 불편했던 기억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또 그럴 줄 알았죠.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어요.

사람들이 왜 허리, 허리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정말 사람은 으리! 허으리!였습니다.


의자를 밀고 당기거나 양치질 같은 일상생활이 불편했던 건 물론 

컴퓨터 앞에 잠깐 앉아있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일본의 인기투표는 매일 했어요.

(http://votingstation.net/index.php?lang=ja&region=individual&global=01530036)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시인의 말처럼

허리 아프다고 김아중을 잊은 적은 없는 거죠.

아, 이 눈물도 찔끔 날 만한 순정...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또 흘러 

이런 얘기를 이렇게 블로그에 올린다는 건 이미 허리는 허리의 추억일 뿐 

어느덧 다시 한가해졌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활동한다는 건 그만큼 멀쩡하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멀쩡하니까 블로그도 하고

이걸 읽는 사람들도 또 저만큼이나 멀쩡하고 한가한 거겠죠.

피차 멀쩡하고... 한가...


그러니까 말하기 전엔 그간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웃는 모습만으로는 남이 지나온 여정의 

단 1나노미터도 알 수가 없는 거예요.


가물에 콩 나듯 볼 수 있는 김아중 역시 제가 볼 때는 멀쩡한 겁니다.

멀쩡하고 더없이 한가해요.

감히 쳐다도 못 볼 만큼 한가하고 멀쩡한 겁니다.

전 그렇게 믿어요. 내 맘이니까...


김아중이 나처럼 허리를 다쳐서 몸져누웠던 적은 없는지, 

하다못해 문지방 모서리에 발가락을 찧어 콩콩 뛴 적은 없었는지

저는 통 알 수 없는 겁니다.

말을 안 하니까...


그런데요, 팬을 오래 하다 보니까 그런 게 알고 싶은 거예요.

비수기 때의 김아중도 나처럼 고생한 적이 있는 건 아닌지,

밥 먹다 사레들린 적은 없는지,

기지개 켜다 다리에 쥐가 나서 뒹군 적은 없는지

그런 시시껄렁한 것들이요.

그런 걸 듣고 싶기도 한 거예요.


하지만 허리 때문에 옆으로 누워 벽이나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도 줄기차게 지나가는 겁니다.


뭐 꼭 말을 해야 아나?...

잊을만하면 사레도 들리고

쥐도 나고 딸꾹질도 하고 그러겠지.

사람이니까... 

나랑 똑같이...

김아중도... 나랑 똑같이...


어쩐지 김아중도 사레들릴 거라는 막연한 사실만으로도 

짠한 동지애 같은 게 생기는 거 같기도 하고, 

이참에 딸꾹질로 친구 먹어도 될 거 같고 막...


... ... ...

다 알면 재미없을 거예요.

너무 친한 사람이 노래 부르는 거 보면 난 어색하더라구요.

사소한 거까지 알고 나면 김아중이 연기하는 걸 못 볼 거 같아요.


거기에 나보다 더 할 일 없는 누군가가 

블로그 밖의 내 모습을 캐거나 추측한다면 

그것처럼 섬뜩한 일도 흔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너무 궁금해하면 김아중도 그런 생각이 들겠죠.

저놈 되게 할 일 없구나... 나보다 더...

이참에 친구 먹을까?...


그래서 한의원 침대에 엎드려 두리뭉실한 허리를 내놓고 한가로이 침을 맞으며 

또 이런 생각을 속절없이 하는 겁니다.


김아중이 나처럼 허리 같은 게 아플 리가 있나...

쥐가 날 리도 없고...

세상의 아픔은 모두 김아중을 비껴가겠지...

아무리 꽃은 흔들리며 핀다지만...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