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8일 금요일

김아중 그리고 옛 직장 동료


얼마 전 산에 가서 먹을 김밥을 사러 동네 김밥집에 갔는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제게 와서 반갑게 인사를 하시더군요.

누군지 전혀 알 수 없어서 아주머니가 뭔가 착각하는 것으로 생각했지요.


그분이 재차 제 이름과 예전 직책을 말하며 웃는데도 기억이 안 나더니

그분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순간에야 생각이 나더군요.

한 20년 전의 직장 동료였습니다.


가깝던 사이가 아니었고 제가 그 직장을 나온 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못 알아본 것일 수도 있지만,

주름에, 흰머리에 정말 많이 변했더군요.


자신이 몰라볼 정도로 많이 늙었나 보라며 웃는데

뭐라고 기분 좋게 해줄 말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나도 늙었는데 그분은 나를 어떻게 알아봤는지가 신기할 뿐이었지요.


아, 나는 예전에도 이미 늙었었...


기억에서 사라졌던 배우의 나이 든 모습을 영화에서 본 적은 있었어도

실제로 알던 사람을 이렇듯 오랜만에 난데없이 만난 경우는 처음이었죠.


잠깐 요란한 인사를 나누고 기약 없이 헤어지고 나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얼떨떨했습니다.

세월 참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말은 안 했지만, 다시 만나기 어렵다는 걸 우리 둘 다 알았겠죠.

그런데도 다음을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정도의 인연이었어요.


그날 종일토록 마음이 어수선했습니다.

유년 시절 많은 시간을 같이했던 친구는 만나려 해도 찾을 수 없는데

친하지도 않던 사람을 힘없이 만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 인연의 막막함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우연일지라도 사람을 만난다는 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과는

어떤 다른 의미가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어떻게 다른지 비록 알 수는 없지만요.

더구나 서로 이름도 알고 인사도 나눈 사이였다면 더 그렇겠죠.

아무 이유나 의미가 없는 확률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엔 삶이 허망하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매번 블로그에 헛소리를 하는 거겠죠.

이렇게 팬을 하고 있는 건 김아중하고 뭔가 남다른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아주 먼 옛날에 오다가다 어깨를 부딪친 적이 있다든지,

길 가다 우물가에서 물을 청했더니 물에 버들잎을 띄워서 건넸다든지 하는...


현실에선 만난 적도 없으면서...

뜬금없이 만났던 옛 동료에 비해도 한참 시무룩한 관계...


그래서 언제나 허전해요.

연락 끊긴 친구나 우연히 만난 옛 동료처럼 닿지 않는 인연이고

결국 스쳐 지나는 바람처럼 아무 의미 없는 관계라는 사실 때문에.


법정 스님은 인연 함부로 만들지 말라 했지요.

아무 인연도 아니니 잘하고 있다 싶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인가는

그래도 얼굴 한 번 보는 인연 정도는 만들어도 괜찮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는...



(사진 출처: ZWC 오투 마스크: http://www.zw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