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어떤 이는 요즘 골프에 빠져
온종일 골프 채널을 켜놓고 산답니다.
조만간 가족들이 못 견딜 거예요.
어쩌면 골프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죠.
내 취미가 곧 가족의 취미는 아니니까요.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처음엔 온 정신이 거기에 팔리죠.
다른 건 어떻게 돼도 좋아.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에는 정도라는 게 있잖아요.
지켜야 할 선 같은 게 있죠.
저는 사진기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허구한 날 사진기를 들여다보진 않습니다.
아내랑 바람 쐬러 가볍게 어디 갈 일이 생기면
집 나서기 직전에 슬쩍 사진기를 둘러메는 게 다예요.
절대 사진 찍으러 어딜 가자며 설레발 치지 않습니다.
물론 혼자 사진 찍네 하며 폼 잡고 나가지도 않아요.
그러다간 아무 데도 갈 수 없고 사진도 없죠.
여행은 그냥 아무 사심 없이 갑니다.
여행을 가는데 차 타고 보니
얼라? 사진기도 같이 왔네?
딱 그 정도가 제 적정선이에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라 부르지 못하는...
처음부터 그랬던 건 물론 아닙니다.
좋아하는 건 숨기기 어렵잖아요.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는 것에 관한 얘기를
꺼내고 반복하죠.
듣는 사람은 예의상 들어주겠지만 피곤할 테고요.
그런 실수를 저도 했었죠.
사진기가 그랬고
무엇보다
김아중이 그랬어요.
사진기가 예쁘듯
김아중도 척 보면 예쁩니다.
자세히 볼 것도 없고,
오래 볼 것도 없이 예쁘죠.
그걸 참을 수 없었어요.
누군가에게 얘기해야 속이 시원할 거 같았는데
.
.
.
그게 어쩌다 아내. ...
그렇게 자발 떨다 엎질러버린 과정 끝에 얻은
작지만 확실한 지혜가 있다면,
써먹을 데는 별로 없지만,
예쁘고 좋은 건 혼자만 알자,
숨길 수 없다면 나대진 말자...
(사진 캡처: 2019년 9월 11일 개봉 '나쁜 녀석들 : 더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