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0일 화요일

김아중 그리고 다름



어떤 걸 나처럼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이유도

나와 같거나 비슷할 거로 생각했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것까지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내 느낌이나 생각이 보편적일 거라는 흔한 착각을 하며 산 편이죠.

하지만 그런 착각이 무슨 문제가 되었던 기억도 없습니다.


'어? 단팥빵 좋아하시는구나. 나돈데...

단팥의 스위트함과 살짝 거친 글루텐이 어릴 적 노스텔지아를 자극하며

모던 라이프에 결핍된 고향의 정을 리마인드하는 테이슷트라고나 할까...

우리 왜 좋은지 같이 한번 이야기 나누어 볼까요?'

'... 뭐래? 전 찹쌀 단팥빵이라 다르거든요?'


단팥빵을 앞에 두고 이런 맥빠지는 대화를 하진 않잖아요.

하나라도 더 먹어야지...


설혹 이유가 조금 다르다고 해도

같이 좋아한다면 동지애 비슷한 감정 때문에

각자의 이유는 부차적인 것으로 간과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곧 다른 모든 이가 좋아하는 이유,

내가 바로 너, 네가 바로 나, 단팥으로 하나 된 우리.

그러면서 살기도 한 것 같지만, 무엇보다

...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단팥빵이나 집어 먹듯 단순히 살면

그만한 수준의 생각으로도 충분했으니까요.



김아중을 알기 전까지는...


늘 궁금한 게 있었어요.

SNS에 김아중이 예쁘게 나왔다며 직접 올리는 본인의 사진 중에는

갸우뚱해지는 사진들이 가끔 있다는 겁니다.

팬들이 모두 동의하는 예쁜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저걸 왜? 라는 의문이 드는 사진들이 있는 거죠.


그게 좀 이상했어요.

김아중은 어떻게 자기 예쁜 얼굴을 모르지?

단팥빵이든 뭐든 심각하게 파고든 적이 없는 내 머리로는

통 이해가 가질 않았죠.

김아중의 특별한 점이라고까지 생각했어요.


자기가 언제 예쁜질 몰라...

과연 김아중만의 매력이란 이런 것인가?

했던 겁니다.


저는 이발을 막 하고 나면 거울 보기가 좀 그래요.

어차피 그 머리가 그 머리지만 뭐라 할 말이 없어지죠.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제일 쫌 꺼벙한 인간은?

... ...


아내도 제가 이발만 하면 실실 웃어요.


그런데 며칠 전 이발하고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저보고 머리 짧은 게 더 좋아 보인다는 거예요.


헐... 시비 거는 건가?...


하지만 순간 깨달았지요.

내가 보는 내 모습과 다른 사람이 보는 내 모습은 다를 수 있다는 걸요.

내 얼굴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웬일인지 관점이 다른 사람도 있는 거였습니다.


김아중도 마찬가지였어요.

나 같은 할배도 다르게 보는 사람이 있듯,

김아중이 자신에게 느끼는 아름다움은

내가 보는 아름다움과 다를 수도 있는 거였지요.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

당연한 건데도 김아중을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안 나니까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겁니다.

10년 넘게 얼빠진...


그래도 이젠 알았어요.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다양한 감상 포인트가 있다.

내가 보는 게 다가 아니다.

김아중이 옳다면 옳은 거다.


김아중은 정말 특별한 면이 있습니다.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지혜들을 종종 일깨워줘요.

신기한 매력이죠.



(사진 출처: A+G Spring 18: CJmall: http://display.cjm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