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8일 토요일

김아중의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나쁜 녀석들: 더 무비' (2019. 9. 11 개봉) 예고편을 TV에서 자주 했어요.

예고편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한편

어떻게 하면 저걸 무사히 볼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아내가 이젠 이해해줄지도 모른다고 쓴 적이 있지만,

그건 다 제 허황한 망상이기 십상이었죠.

김아중 영화를 같이 보자고 아내한테 말하는 건

작은 우산 하나만 쓰고 폭우 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은

난감함과 처량함을 언제나 느끼게 합니다.


돌아볼 것도 없이 가까운 시간이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명불허전' 이후 근 2년 가까이 김아중은 매체에 등장한 적이 없었죠.

그 말은 저도 그간 쥐죽은 듯이 지냈다는 말이 되지요.

즉 아내가 보기에는 이제 이 할배가 팬 그만두었나 보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도 있었을 기간이 근 2년이나 되었다는 겁니다.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이 할배의 입에서 김아중 이름이 다시 튀어나온다?...

어쩌면 아내는 배신감에 치를 떨지도 모르는 거였어요.

저는 한 번도 김아중 팬이 아닌 적이 없었는데

아내 혼자 그렇게 오해하며 맘 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게 문제였죠.


물론, 이건 단연 김아중이 일으킨 문제예요.

대체 왜 그렇게 작품이 뜸하냔 말이지...

내가 자꾸 오해를 사잖아...


하여간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시사회, 개봉일도 다 지나

마냥 눈치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진 저는 추석날 저녁

비장한 마음으로 말을 꺼내고야 말았습니다.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먼저 파는 거니까요.


연휴 끝나고 영화나 하나 같이 보는 건 어떠냐,

마동석이 나온다더라,

아니, 이실직고하자면 정확히는 김아중이다.

하는 알찬 내용으로 일련의 차분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아내는 김아중 이름에 깔깔 웃으며 혼자 가서 보라더군요.

헐...

.

일순 멍했어요.


아내도 결국 세상을 너그러이 이해하는 연륜이 쌓인 것인가?,

나보다 훨씬 낫네. 뭐 그런 생각이 스쳤죠.

이렇게나 이해심 많은 아내를 그간 오해하고 있었다니 하며

마음의 긴장이 풀리는 순간, 혼자 가란다고 진짜 갔다간

위험할 수도 있다는 본능적 직감이 뇌리를 또 스쳤어요.

이럴수록 어떻게든 같이 봐야 한다는 감이 왔죠.

제게도 연륜이란 게 있으니까요.

연륜과 연륜의 소리 없는 대결...


긴 얘기를 줄이자면 그다음 날 아내가 동반 관람을 허락했지요.

같이 보자고 한 번 더 하니까 또 의외로 선선히 동의하더군요.

마치 나를 떠보기라도 했다는 듯이...


아내는 저보고 아직 소년의 감성을 갖고 있다네요.

아직도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며.


소년의 감성... 순수하다는 칭찬인가? 싶어 속으로 좋아했는데

철딱서니 없음과 동질의 어떤 쓸데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하여간 그렇게 해서 월요일(16일)에 영화를 같이 봤어요.

서로 떨어진 좌석을 예매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죠.


영화는 재밌었습니다.

몇 자리 떨어져 옆에 앉은 아내의 웃음소리도 간간이 들렸어요.


어두운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김아중과 마동석이

가끔 엉뚱한 말과 연기로 긴장감을 살짝살짝 조절해 주더군요.

김아중을 액션 장면에 많이 활용할 계획이 애초에 없었다는 점과

4명이나 주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아중의 분량은 적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더구나 남성들 사이에 구색 맞추기로 끼워져있는 게 아니라

독특한 인물 설정으로 영화의 한 축을 독립적으로 담당하면서도

능란하게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연기와 연출이 좋았지요.


그리고 늘 그랬듯

그저 바보같이 김아중이 좋아서

금요일(20일)에 다시 보러 갔습니다.

그땐 물론 혼자였죠.

아내가 혼자 보라고 한 적도 있는 만큼 당당히.

하지만,

두 번 보라고 한 적은 없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 아무도 모르게였습니다.

그래요.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는 언제나 알고 있어야죠.

세심한 마무리에 깃드는 뒤탈 없는 행복...


두 번째 보는 영화도 재밌었고요,

대형 스크린 속 김아중은 여전히 눈부셨습니다.

몇 번을 더 본다 해도 늘 눈부시겠지만 말이죠.

.

김아중은 왜 자꾸 봐도 그처럼 예쁜지...

.

그것이 알고 싶네...




(사진 출처: 인터넷 여기저기)

(다른 배우들의 눈을 가린 이유는 그렇게 하면
혹시라도 그들의 초상권이 보호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