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1일 금요일

김아중 그리고 자화상



날이 많이 따뜻해졌다 싶어서

강아지와 같이 가까운 공원에 갔습니다.

바람은 아직 좀 찹니다.

봄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좀 아쉬운 날씨입니다.


김아중이 영화를 찍고는 있겠지만

찍는지 마는지 전혀 실감 나지 않는 그런 느낌적 느낌입니다.


며칠 전에는 김아중이 인스타그램에 무려 8장의 사진을

뜬금없이 올렸습니다.


SNS는 언제나 뜬금없긴 하지요.

하지만 8장입니다.

한 번에 8장...


잠도 안 오는데 팬들 가슴에 불이나 질러볼까? 하는

심심하고도 위험한 생각을 한 거겠지요.


이미 불 난 데 또 불 질러서 뭐하려는 건지...

나처럼 많이 한가한 거겠거니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다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한가로운 날들입니다.


윤동주의 '자화상'이라는 시가 요즘 좋습니다.

나의 속물적 상황이 쉽게 대입됩니다.

좋은 시라서 그렇겠지요.


방 모퉁이를 돌아 책상 위 낡은 노트북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켜봅니다.


노트북 속에는 웃음이 밝고 노래가 흐르고

눈물이 고이고 따뜻한 바람이 불고

아름다운 김아중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할배 같은 아저씨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아저씨가 한심해져 노트북을 껐습니다.


끄고 생각하니 그 아저씨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켜보니 아저씨는 그대로 있습니다...


... 이 아저씨가 변하질 않아... ...


다시 그 아저씨가 한심해져 노트북을 끕니다... ...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


2016년 3월 1일 화요일

김아중 그리고 노트북



사용하던 노트북이 갑자기 안 켜지는군요.

전원 스위치를 눌러도 계속 꺼집니다.

헐..., 또, 헐... 이었지요.


언젠가는 일어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며 지냈지만

막상 닥쳐 보니 청소기가 잘 돌다 멈추는 거와는

격이 다른 철렁함이 있습니다.

고장에도 격이 있군요.


그간 블로그 작업이나 김아중 사진 보관처럼

극비에 속하는 일들은 전부 그걸로 하고 있었죠.

가끔 다시 봐줘야만 하는 동영상이나 영화, 그리고

최신 사진, 글 같은 것들도 숨겨놓고요.

그런데 이게 발목을 잡네요.


서비스 센터에 못 가겠어요.

고치고 나서 잘 되는지 보려고 센터 기사분이

이것저것 열어보기라도 하면... 이게 뭐랄까...

큰 일날 일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참 거시기한 거죠.


숨겨놓지만 않았어도 평범해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게 이상한 거죠.

숨겨놨으니까...

숨겨놨다는 건 뭔가 비밀이라는 건데,

그런데 열어보니 김아중 폴더야...

김아중 사진하고 영화 같은 거만 있어.

이상하잖아요.

그게 왜 비밀이냐 이거지...

내가 봐도 이상해...


약 2달 전에 백업을 했으니 그 사이에 추가된

김아중 사진들은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슬슬 백업을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돼버렸네요.


사실 어떤 사진들을 잃어버렸는지 구체적인 기억은 없어요.

하지만 그다지 많은 양은 아니었습니다.


김아중의 활동이 거의 없었다는 게 이럴 때는 참 좋군요.

모아놓을 사진이 별로 없었어요.

놀라기는 했지만 크게 마음이 상하지는 않는 이유입니다.

이럴 줄 알고 김아중이 미리 활동을 자제한 게 아닐까 싶어요.

팬들을 위한 작지만 세심한 배려죠... ...


뭘 어떻게 해도 이쁘다지 그냥... ...


밀튼스텔리의 2016년 사진은 다시 받으면 되고요,

블로그에 올리느라 캡처한 사진들도 모아뒀었는데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 외에 김아중 영화나 동영상 등은 이중으로 백업되어있었고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완전히 없어진 거라고는

김아중 사진 몇 장 정도가 전부입니다.


노트북 자체는 작은 애가 실컷 쓰다가

나한테 넘긴 거라서 별로 아깝진 않아요.

더구나 큰 애가 나한테 넘기고 간 게 또 하나 있고.


애들이 자기들은 새거 사면서 왜 나한테는

당연하다는 듯 헌 거를 넘기는지 모르겠어요.

나를 헌 집 받아 새집 주는 두꺼비로 아는 건지...

나도 아버지이기 이전에 똑같은 사람이고

반짝거리는 새 노트북은 나도 좋아하는데 말이죠.


아내는 언제나 애들이 우선입니다.

당신이 노트북으로 할 게 뭐가 있어? 라는 아내의 공격적인 의문을

논리정연하게 풀어줄 수 없다는 게 서러워요.


... 여보, 나도 새 노트북으로 팬질하고 싶어...

... 글이 반짝반짝 빛날 거 같어...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비애라고나 할까요?... ...


어디서 약을 팔어?

아버지들은 당신처럼 팬질을 하지 않아!... ...


... 그, 그런가요?... 아무래도 그렇겠......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