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7일 월요일

김아중이 드라마 '제로'를 찍고 있다.

 


몇 주 전 김아중이 새 드라마 '제로'를 
찍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캐스팅 확정 기사도 없었는데 바로 촬영 중이에요.

올 하반기 '디즈* 플러스'에서 공개할 예정이랍니다.

캐스팅 논의 중, 확정, 크랭크인, 등 
단계별로 기다리는 재미는 사라졌지만, 
시원했습니다.

속전속결.


하지만 드라마 소식에 들떴던 기분이 
차츰 싸해지고 있습니다.

기사로 봐서는 디즈*에서만 방영할 것 같죠.
그게 문제예요.


김아중을 본다는 건 언제나
살얼음판 위를 걷듯 조심스러웠어요.

좀 찌질한 얘기지만, 방영 시간 맞춰 채널을 
누르기만 하는 것도 매번 용기가 필요했죠.

그런데 이번엔 채널 가입부터 해야 해요.
꿈에도 예상 못 한 장벽입니다.


우리 집은 '넷플릭*'를 보고 있어요.
요즘엔 볼 게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솔직히 거기 있는 것들 다 못 봅니다.

그런 마당에 무슨 근거로 디즈*까지 가입하자고 
아내를 설득할 수 있을지 막연합니다.


저는 어릴 때 TV에서 흑백 디즈*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고 자랐어요.
아내도 그렇고요.

아무 걱정 없이 애니메이션이나 보던 시절,
그게 대충 행복이었겠다 싶죠.

그래서 그때 그 시절 공동의 추억을 팔면서 
채널 가입을 유도해보면 어떨까 싶은데...

... 과연...


하지만, 아련한 추억을 팔든, 디즈*에만 있는 
콘텐츠가 엄청나다고 뻥을 치든 
김아중을 감춘 채 어찌어찌 가입한다면

그러면 사실 더 큰 문제가 거기 있습니다.


처음에 가입하면 이것저것 막 둘러보겠죠.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가 뭘 볼까 하며 
기대를 품고 상하좌우로 스크롤을 열심히 하는데
잠깐.

새로운 한국 드라마에 낯익은 얼굴이 있네...?

어...? 김아중...?

두둥... 
.
.
.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이래 아내에겐 어쩌면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 될지도 몰라요. 

김아중을 보는 순간 
아내는 '당. 했. 다.'고 느낄 게 틀림없죠.

그리고 그 순간 아내를 진정시킬 수 있는  
변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 통수가 제일 나빠...


최선의 상황은 디즈*가 '제로'의 독점 방영과 
김아중 출연을 미리미리 그리고 널리 널리 
광고하는 겁니다.


그러면 아내는 자연스럽게 디즈*와 김아중의 
연결 고리를 알게 되겠죠.

또 김아중이라면 먹던 닭 다리도 내팽개칠 
남편이라는 작자가 어떻게 나올지 
조용히 두뇌 회로를 돌릴 겁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을 마주할 때 사람은 
더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된다고 봅니다.

서로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
천천히 이해득실을 따져본 후
훨씬 이성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죠.

제가 원하는 건 바로 그런 거거든요.
속고 속이고 뭐 그런 거 없이
상호 존중과 진솔한 대화를 통한 정면 돌파...

... 돌파는 무슨...


.
.
.
몰래 가입하고 말하지 말까...?
.
.
.

김아중은
왜 어려운 문제를 자꾸 가져오는 걸까요?


느닷없지만, 

치열하게 촬영하고 있을 


김아주~~웅 파이티~~잉!!!


(사진 출처: 2019년 9월 11일 개봉 '나쁜 녀석들 : 더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