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5일 일요일

김아중을 위한 돌탑


산길을 걷다가 작은 돌탑 비슷한 거라도 있으면

아내는 대개 작은 돌 하나를 거기에 얹고는 한다.




무슨 소원을 비는지 대충 짐작은 되지만

물어도 아내는 말해주지 않는다.




말해버리면 마치 될 일도 안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그건 이를테면 아내의 사생활이다.




돌이든 뭐든 앞에 놓고 무언가를 빈 적은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나도 많은 것을 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마음속으로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고 건강하기를 바라고

가족이나 또 나 개인의 세속적인 욕망을 위해서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돌이 앞에 없다 뿐인지 사실은 아내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실제로 길옆에 돌을 쌓은 적은 없지만

나도 아내 못지않게

또 산에 다니는 숱한 사람들 못지않게

마음속에 상당히 많은 돌탑을 쌓고 있었고




그 마음의 돌탑들은

모르긴 해도 아내가 이제까지 쌓은 것보다

부질없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돌탑뿐 아니라

언제부터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김아중을 위한 돌탑도 쌓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김아중이 많은 작품을 하기 바라고

하는 것마다 대박 나기를 바라고

그래서 내가 사는 지역으로 무대 인사라도 오기를 바라고




화보도 많이 찍고 노래도 많이 부르고

될 수 있으면 오래도록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바라고

또,

또 ... ...




며칠 뒤 5월 9일엔 김아중이 다시 백상예술대상 사회자로 나선다.

어쩌면 김아중을 보고 싶어하는 많은 팬들이

나처럼 마음속에 돌탑을 쌓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참에 또 돌 하나를 마음속에 얹어본다.



무슨 효험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그걸 꼭 믿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무사히 잘 진행하게 해달라는 뜻으로 말이다.




마음속에 수많은 돌탑을 쌓고 있다.

그 돌들의 무게로 가슴이 종종 답답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매 순간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며 산다.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2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