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0일 수요일

김아중 그리고 다다익선

 


처음 팬이 됐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김아중의 작품 수가 

내 맘에 부족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맡겨 놓은 내 보따리라도 있는 양

더 많은 작품을 내놓으라고 재촉했었죠.


더 많은 드라마, 더 많은 영화가

김아중한테 득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작품을 얼마나 해야 충분한 건지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말을 듣는, 

물론 듣는지 마는지는 제가 알 수 없지만, 

김아중의 생각은 무엇인지도 궁금하지 않았죠.


다다익선.

김아중도 당연히 그리 생각할 거로 믿었습니다.


그저 김아중을 더 보고 싶은 저 자신의 끝없는 

욕심을 팬의 권리쯤인 줄 알고 내세웠던 거예요.


아파트를 여러 채 갖고도 부족하다는 사람이 있고 

제 몸 하나 뉠 방 한 칸만 있어도 족하다는 

사람도 있죠.


김아중의 작품 수가 부족한 건지 아닌지는 

그 누구도 아닌 김아중 마음에 달린 문제라는 

생각이 이젠 듭니다.


작품이 몇 개든 김아중이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었죠.


저는 김아중이 언제나 행복하면 좋겠다면서도 

그 점을 놓친 채 설레발 치고 있었던 겁니다.


무지와 욕심에서 비롯된 그간의 제 말들은

저 자신에게도 이롭지는 않았을 겁니다.


만족을 모르면 행복할 수 없으니까요.


올 7월에는 새 드라마 '원 더 우먼'에 

출연할 거라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

.

사전 제작으로 5~6월쯤에 촬영을 끝내놓고

여름에 영화를 하나 더 찍으면 얼마나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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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위는 이제 흘려들으세요...


모두의 행복을 망가뜨릴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저만의 망상입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제게 주어진 찬란한 7월을 기다려봅니다.


(사진 출처: A+G 엣지)


** 추가 ** 

'원 더 우먼'은 다른 배우가 한다는 보도가 오늘 (1월 29일) 있었습니다.

뭐랄까 ... 시원섭섭하네요.




2021년 1월 8일 금요일

김아중 그리고 늘 하는 망상

 


늘 하던 상상 중에는 

내가 만일 김아중을 만난다면? 이라는 

실행 가능성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혼자서는 

마냥 설레는 주제가 있었습니다.


만나면 무슨 말을 건네야 할까? 

재밌고, 우아하고, 쉽고도 난해한 저세상 차원의 

격조 있어 보이는 대화는 뭘까?

같은 것들은 짜장면에 단무지 나오듯

자연스레 따라다니는 상상이었고요.


잠들기 전에 이런 황당한 망상을 펼치다 보면 

괜한 설렘과 긴장감에 감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기도 하고

김칫국 마시듯 아득한 행복감이 밀려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요즘엔 그런 상상 잘 안 합니다.

대체로 벌써 재작년 일이 된 나쁜 녀석들 무대 인사 이후부터예요.


그때 보니까

제 몸은 제 맘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특히 입이 내 입이 아니었죠.


잠시 잊고 지냈지만

전에 캐치미 무대 인사 때도 다르지 않았었습니다.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수의근들이

의외로 많지 않았어요.


두 번 겪고 나서 확실히 알게 되었죠.


- 김아중을 실제로 보면 가위눌린 듯 

말도 안 나오고 몸도 말을 듣지 않는다.-


는 충격적이고도 슬픈 사실을 말이죠.


그래서 김아중을 만났을 때 제가 무슨 말을 

먼저 하는 상상이 이제 잘 안 됩니다.


실제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인지

상상도 잘 할 수 없게 됐어요.


두 번의 어처구니없는 경험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은 느낌도 듭니다.


아쉽고 허무해요.


김아중을 한 번 만난다면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 정도는 제가 먼저 해야


헐, 이 할배도 팬이야? 하아, 이놈의 미모는... 

하며 김아중이 대처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이젠 길에서 만나도 제가 팬인 걸 알릴 길이 없죠.

얼음 땡이나 할 테니까요.


물론 팬 미팅이라든지 사인회 같은 데 가면 

김아중이 먼저 말을 걸 수도 있어요.


김아중이 뭐가 아쉬워서 저한테 말을 거느냐고요?

아쉬워서가 아니라 착해서 말을 거는 거죠.


웬 할배가 쭈뼛거리며 떨고 있으면 안쓰러울 테니까...

사려 깊은 김아중이 그런 걸 지나칠 리 없어요.


'할아버지, 제 팬이세요?'

'... ㄴ 네.'


'할아버지 여기 오신 거 할머니께서 아세요?'

'... 아 아 아니요.'


'감당할 수 있으세요?'

'... ...'


하지만 그런 꿈같은 상황이라도 

제가 할 수 있는 말이란 기껏해야 예, 아니요 

혹은 끄덕끄덕, 절레절레 같은 

단답형 의사 표시가 전부일 거예요.


물 흐르듯이 유려하고 의미깊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할 수 없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지금까지 두 번 김아중을 보는 동안엔 

아무 말도 못 했지만 

혹시 세 번, 네 번 보다 보면 제 맘이 편해지고 

그러면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제가 처음 보는 사람과는 말을 못 해도

편해지면 말을 곧잘 하거든요.


제가 김아중을 세 번, 네 번 볼 수나 있을지,

그러면 정말 맘이 편해질지 둘 다 불확실하지만,

겪어본 적이 없으니 가능성이 아예 제로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그 있을 듯 말 듯 모호한 가능성에 

제 망상의 끈을 걸어보기로 했어요.


그러면 안 심심하니까... 잠도 잘 오고...


그러니까 시사회도 가보고, 무대인사도 가보고, 

팬 미팅도 가고 

김아중 보는 일을 떡 먹듯 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맘이 편안해지면서 

기적같이 말문이 틔는 거죠.


제 의지로 제 입을 움직일 수 있게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 결국 오고야 마는 겁니다.


'김아중 씨! 저 이제 말을 할 수 있게 됐어요.'

'... 누구신데요?'

'... ...'


김아중은 날 모르는데 나만 편해...


불가능을 꿈꾸는 덕질의 허무함.



(사진 출처: A+G 엣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