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7일 화요일

김아중 그리고 뱀파이어




김아중이 작품을 안 한다 안 한다 했지만,

이제는 그럭저럭 여러 역할을 해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김아중이 세상 모든 역을 다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여전하지만

그간 김아중의 작품 활동 패턴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그래도 이만하기라도 한 게 어디냐 싶을 정도는 된다고 봅니다.


그래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만한 것만도 다행이다죠.

충분한 것과는 아득한 거리가 있어요.

그래서 제깐엔 늘 머리를 굴리게 돼요.

현실이고 뭐고 간에 다음엔 이런저런 역을 하면 참 좋겠다는,

쓸데없지만 행복한 상상을 자꾸 하게 됩니다.


'해신' 촬영 때 아파도 티 안 내며 열심히 했다고 한 적이 있어요.

(출처: 섹션 TV 연예 통신)


또 이번 '나쁜 녀석들'에서는 액션 촬영이 재밌었다고 했고요.

(출처: vlive)


이런 걸 보면 김아중에게 액션이란

적어도 못 할 건 아니었나보다 싶어요.


그래서 자신도 미처 몰랐거나 아직 발휘하지 못한

액션 배우로서의 기질이 김아중에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늘 생각하는 거지만 맘먹고 하기만 하면

안젤리나 졸리가 언니! 하면서 인사할 거 같고...

.

.

못 하는 연기가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 김아중이 한 번 더 액션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선물'이나 '해신'처럼 무슨 요원이나 무사 역 같은 거로. 싶은데

에이, 뭐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또 하겠어 싶다가

그래도 한 번은 더 해야지 싶기도 하다가

아니야 됐어 다른 것도 해야지 하다가,

말다가,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엊그제

뱀파이어 킬러역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딱! 났어요.

(출처: 나쁜 녀석들 : 더 무비)


뱀파이어라는 설정은 대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송곳니를 드러내고 얼굴에 피칠갑을 하니까 좀 그렇지만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역이라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짙은 고독감을 뿜어내는 어두운 밤의 수호자.

창백한 얼굴, 냉소를 머금은 붉은 입술,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윽한 눈동자.


(출처: jtbc 비밀기획단)

치밀하고 냉혹한.

근데 알고 보면 순둥이. 그런 설정...

김아중은 얼굴이 악할 수가 없으니깐...


겉은 얼음 같지만 속은 찐 고구마처럼 따뜻한

그런 거에 김아중이 참 잘 어울릴 거예요.

제 느낌으로는.


사실 아주 무섭고 추한 분장만 아니라면

뱀파이어 자체도 그리 나쁘진 않아요.

동족에 반기를 들고 인간의 편에 선 외로운 뱀파이어, 그런 거.

어쩌다 보이는 송곳니가 뱀파이어라는 걸 짐작하게 할 뿐...

.

.

근데 쓰러지게 이뻐...


피는 가끔 혈액 팩으로 해결한다 치고요.

뭐 김아중이 뱀파이어라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이태리타월로 목의 때를 밀고 줄 서서 대기하겠지만요.

.

.


음,

피가 아무래도 좀 거슬린다면 좀비 사냥꾼도 괜찮을 거예요.


김아중의 마체테가 춤추듯 허공을 가를 때마다

썩은 피와 살점들이 꽃잎처럼 공중으로 흩날리는 거죠.

그리고 냉정함 뒤에 숨겨진, 인간이었던 좀비들에 대한 연민...


좀비 최후의 날, 좀비들의 아포칼립스,

리퍼 오브 좀비...

.

.

그러면 또 밀라 요보비치가 언니! 하며 달려와...

.

.

결국 칼인가? ...



(사진 출처: 2019년 9월 11일 개봉 '나쁜 녀석들 : 더 무비')


2019년 12월 3일 화요일

김아중 그리고 아중멍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좋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놀드는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절대 죽을 일 없는 사람처럼 보였죠.

액션인데도 숨죽이거나 웅크리며 볼 필요가 전혀 없는

맘이 탁 놓이는 주인공이었어요.

편안하게 액션을 볼 수 있는 점이 좋았죠.


이제는 할아버지라 편안...


나는 왜 김아중이 좋은가?

뒹굴 때마다 이유를 수없이 고민해보지만

요즘 발견한 이유는 이거예요.

편안하다는 거.


아놀드 같은 근육질 배우도 아닌데?

.

.

... 눈이 편안해요.



예뻐서...    



어떤 상황에서도 예쁘죠.


아놀드 영화를 보기 전에

'주인공이 다치면 어떻게 하지?'

같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듯


김아중 영화를 보기 전에

'주인공이 안 예쁘면 어떻게 하지?'

같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런 걱정을 누가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저 같은 얼빠한텐 신경 쓰이는 문제예요.


영화를 보는 목적 중의 하나가 예쁜 사람을 보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주인공이 평범하면 심란하죠.

뛰쳐나갈 수도 없고.


아니 애초에 왜 예쁜 사람을 그렇게 보려고 하느냐?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는 심리 같은 거예요.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하듯 예쁜 사람에게선 충격을 받지요.

헉! 하고 놀라지만, 티를 내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제 경우엔 주인공이 평범하면

아쉬움이 드는 걸 어쩔 수 없어요.

미지근한 맥주처럼 영 섭섭하게 되는 겁니다.

단풍 보러 갔는데 아직이면 좀 그렇잖아요.


하여간 영화든 뭐든 예쁜 사람을 보고 싶다는,

다소 곤란하고 어이없을지 모르는 이유로 해서

저는 김아중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가 좋아요.

아름다움에 관한 한 걱정할 게 없으니 편안해요.

아, 드디어 알찬 영화 좀 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가

편안한 자세로 마음을 탁 내려놓으면

김아중이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거예요.

이래도 되나 싶은 편안함이,

사치스럽기까지 한 편안함이

두루두루 몸과 마음을 포근히 감싸는 겁니다.


스크린 속 김아중을 보고만 있으면 돼요.

명상하듯.

.

.

가만히.

.

.

캠핑에는 불멍, ... 영화관엔 아중멍...

.

.

불꽃 같은 예쁨이 두 눈으로 막 쏟아져 들어와...


미친... ...




아름다움으로 나를 편안하게 하는 배우,

한없이 멍 때리게 하는 배우.

세상에 딱 한 명.



(사진 출처: 2019년 9월 11일 개봉 '나쁜 녀석들 : 더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