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강아지는 보통 아내 옆에서 잠을 잤는데
요즘엔 제 옆에서도 잡니다.
왔다 갔다 해요.
이젠 내가 제 편이라는 믿음 비슷한 게 생긴 건지
아니면 아내 말고는 방 안에 기댈 놈이
달리 없으니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택하는
삶의 방식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잘 걷지도 못 하면서 밤에 제 옆으로 오면
애처롭기도 하고 강아지 밥을 차려주며 살아온
제 고단한 삶이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요.
… 강아지한테 받는 인정 …
몇 달 전 김아중이 인스*그램에 팬들(triangle)이
보낸 커피차 사진과 함께 '언제나 내 편'이라는
설명을 적었습니다.
(저는 triangle과 관련이 없지만 보기 좋았어요.)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ashia_kim)
그걸 본 뒤론 왠지 저도 그런 게 있었는지 혹은 있는지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언제나 내 편’.
.
.
… 내 편 함부로 하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내 편이었느냐 …
내 편.
지금은 안 계시지만 부모님 이상으로 제 편인 사람은
아마 없었겠죠.
따로 말하지 않았어도,
굳이 제 편인 걸 증명할만한 무슨 일이 있지는 않았어도
언제나 내 편일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의견 차이 정도는 물론 있었지만요.
부모님 다음으로는 아내가 내 편입니다.
네 그렇죠.
그런데... 그게 아무래도 ‘언제나’는 아닌 게 아니냐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강아지 같은 거예요.
왔다 갔다...
그러니까 김아중 문제만 해도 그래요.
그런 걸 무슨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김아중에 관한 한 아내와 저 사이엔 같은 편
먹었다고 하기엔 찜찜한 모종의 서먹함이 있어요.
‘언제나’ 내 편이라면 그럴 순 없는 거거든요.
이불 속처럼 언제든 편안하고 따뜻하고 막 그래야죠.
결국 과거엔 부모님이 확실한 ‘언제나 내 편’이었지만
지금은 ‘언제나’를 붙일만한 사람이 있는지
고개가 맥없이 갸우뚱해져요.
반대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언제나 내 편’인가 하는.
일단 저는 부모로서 언제나 제 아이들 편이죠.
강아지 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외엔 확신이 없습니다.
어쩌면 아내는 내심 제가 ‘언제나’ 자기편일 거로
여기고 있을 수도 있어요.
아내가 해주는 음식은 군말 없이 뭐든 잘 먹고
사다 주는 싸구려 옷은 투덜대면서도 잘 입고 다니니까요.
하지만, 김아중에 관한 한 아내가 제 편이 아니듯
김아중 아닌 배우들에 관한 한 저 역시
아내 편일 수가 없… 다가는 식탁에서 쫓겨나…
그런데 이쯤에서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나는 김아중의 ‘내 편’인가?
.
.
.
대체로 그렇지만 ‘언제나’는 아니었어요.
대체로 맑음에 가끔 흐림처럼 흐린 적이 있었죠.
두 번이나.
오랜 기간 팬이랍시고 블로그를 하면서도
‘언제나 김아중 편’은 아니었던 겁니다.
종종 후회되고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미안하죠.
살면서 ‘언제나 내 편’인 누군가를 얻기도 누군가의
‘언제나 내 편’이 되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이 김아중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고
느지막이 다시 반성해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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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내 편’… … 말이 가슴을 찌르네요.
(사진 출처: 2019년 9월 11일 개봉 '나쁜 녀석들 : 더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