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6일 화요일

김아중 그리고 사진에 대한 소유욕



대강 사진기 만지는 재미에 사진을 찍다 보니 사진을 밥 먹듯 자주 찍지는 않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사진기 하나를 항상 품고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피사체가 나타나면

매트릭스의 네오 총 난사하듯 온갖 똥폼으로 셔터를 날리고 싶어요.


근데 그게 생각처럼 안 됩니다.

상상으로는 별의별 짓을 다 하지만

실제로는 애꿎은 소파만 뭉개며 게으른 하루를 보내지요.

김아중 만나는 상상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심란한 제 삶의 다른 일면입니다.


어쩌면 상상 속에서 인생 최고의 샷을 찍거나,

모든 행복한 일들을 하고 나면

현실에서는 흥이 안 나는지도 모릅니다.

꿈은 언제나 현실보다 달콤하니까요.


하지만 가끔 찍기는 찍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사진을 찍나 하는 의문이 들곤 했는데

얼마 전에 사진도 결국 소유욕의 산물이라는 글을 봤습니다.


눈에 들어온 피사체 또는 그 순간의 느낌을 사진에 담아 소유하려는 마음이

의식하든 안 하든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사진 속 피사체에 대한 소유욕일 수도 있고

사진으로 표현된 이미지에 대한 소유욕일 수도 있겠지요.


소유욕.

그 끝을 알기 어렵고 쉽게 놓아버릴 수도 없어서

종종 사람을 끝없이 비루하게도 하지만,

때로는 지지한 삶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한동안 김아중이 나온 잡지를 사지 않았습니다.

사진 한 장이라도 놓칠까 봐 조바심치던 때도 있었는데 말이죠.


대충 드라마 '펀치' 이후부터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그 드라마는 여러모로 트라우마를 남겼지요...


사지 않고 넘어간 잡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 거로 기억하지만,

무얼 안 샀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잊고 지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생각을 했지요.

아, 이제 김아중 사진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게 됐구나...

그러고 보니 어언 10년이네... 아저씨에서 할아버지가 됐어...

팬질 10년 만에 달관... 도사의 경지...

길에서 죽으면 도사...


하면서 감회가 막 새롭네 어쩌네 하며 지냈는데...

그랬는데... ...


그런데 말입니다...

저번 프라하 사진.

코스모폴리탄 10월호요.

이게 자꾸 눈에 밟히더라고요.

자꾸 마음을 흔드는 거예요.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었어요.

헐... 어떻게 이렇게 이쁘게 나올 수가...

뭐 그런 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그냥 흔히 보던, 그냥 예쁜 김아중 사진이었죠.


그런데 자꾸 저걸 가져야만 할 거 같은 거예요.

프라하에서 김아중이 막 나 잡아봐~라 하는 거 같았어요.

도사 시늉은 이제 그마~안 그러면서.


괜히...

아무 이유 없이...


불안하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래도 내가 말이여 이제 그런 거 끊었는데 말이여...

혼자 공연히 끙끙대면서 한 일주일 버텼지요.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기에 결국 동네 서점에 어슬렁거리며 갔습니다.

물론 다른 중요한 볼일 때문에 근처를 지나다가

우연히 들른 사람 같은 표정을 짓는 건 잊지 않았지요.

그런 표정이 뭔지는 나도 모르...


들어서면서 카운터를 흘끗 봤는데

어즈버, 세월은 흘러 그간 주인 아줌마가 바뀌었더군요.


다행이다. 날 모르겠구나...

근데... 헐... ...

책이 없어... 다 나갔대...

헐... 내 이럴 줄 알았어... ...


허무하더군요.

모처럼 마음을 다잡고 사러 간 건데.

못 산다니까 막 더 예뻐 보이고...


잡지란, 사진이란...

사실 다 부질없는 거죠...


그래서 이번 인스타일 12월호는 아예 포기했습니다.


버티는 걸 포기했어요...

잽싸게 가서 확 샀습니다.

서경덕은 아니고 지족선사...


역시 뭐 특별히 예쁘게 나와서 산 건 아니에요.

오히려 여기로 퍼온 'king 엔터'의 비하인드 사진들이 잘 나왔죠.

하지만, 디지털 이미지들은 손에 쥘 수가 없어서 실감이 안 납니다.


그래서, 허전하고 불안해서 샀어요.

사지 않으면 지금 이 순간의 김아중을

영원히 놓쳐버리는 거라는 절박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전에도 화보 소식을 들으면 늘 그런 기분이 들곤 했었습니다.


왜 이 모양인지는 모르죠.

그냥 그래요.


그렇더라고요.

소유욕은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김아중 사진에 대한 소유욕...





(사진 출처: 인스타일 코리아 2016년 12월호,

king 엔터테인먼트 네이버 포스트: http://m.post.naver.com/my.nhn?memberNo=29768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