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6일 금요일

김아중한테 어울리는 여전사



작년부터 감기가 좀 자주 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걸렸었고요.

평소에 숨쉬기나 먹고 뒹굴기 같은 유산소 운동만 너무 많이 한 결과 같았어요.

아무래도 운동의 다양화가 필요한 시점 같았습니다.


그래서 엊그제 한가한 날, 늘 한가하지만 그래도 맘적으로 더 한가한 날

동네 앞산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했습니다.

그간 뜸했는데 아주 격한 운동이죠.

산 입구에만 도착해도 이미 땀 범벅.

땀 나는 거 제일 싫어하는데... 돌아갈까?...


산에선 별로 할 게 없죠.

올라가다 힘들면 중간중간 바람 드는 벤치에 앉아 쉬면서

예쁜 사람 지나가면 쳐다보고... 싶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 리는 없고,

가져간 콩우유하고 초코바를 적당한 때 까 먹으면 끝이에요.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동네 산에는 왜 나 같은 아저씨 아줌마만 있는 걸까요?...


근데 산에선 별로 할 게 없다는 점이

땀을 무릅쓰고 제가 앞산에 가끔이라도 가는 이유예요.

여유 있게 김아중을 생각하기 참 좋거든요.

할 게 달리 없으니까... 난 참 답이 없어...


쉬엄쉬엄 걸으면서 혹은 나무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해볼 수 있어요.


늘 그렇듯 대단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에요.

뭐 가까이서 본 적이라도 있어야 뭘 생각하고 말고 하지...

그냥 아무 생각이나 합니다.

왜 그렇게 이뻐..., 그런 거요...


엊그제 산에서는 이런저런 생각 끝에 뜬금없이

김아중은 원더우먼 역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 누가 시켜준다고 하거나, 한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요.

할 거도 없는데 무슨 생각을 못 하겠어...


내가 김아중이 연기하는 여전사를 꼭 한번 보고 죽어야... 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보고 싶거든요.

요즘 극장에서 원더우먼을 하니까 그런 생각이 다시 났던 거 같아요.


물론 생각해보면 무사 역을 하기는 했죠.

'하진'이라고...

먼 옛날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


근데 너무 짧았어.

이제 좀 볼만 한가? 싶은데 죽죠.

칼을 좀 더 써야 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늘 아쉬움이 있어요.


딱 한 번만 더 칼을 휘두르든지, 아니면

총을 후련하게 갈기든지 그랬으면 싶거든요.

한번 무사는 영원한 무사 아니겠습니까?


하여간 산에서 초코바... 사실은 이거 먹으러 가는 거죠. 뭐라는 사람이 없으니까...

를 먹으며 김아중은 어떤 여전사여야 하는가에 관한,

남이 보면 쓸데없지만 나한텐 나름대로 의미 있을 수도 있는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팬의 입장 정리, 그런 거죠.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이번 원더우먼은 힘 좀 쓰게 생겼더군요.

근데 김아중은 그렇진 않잖아요.


훅 불면 휙 날아가게 생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덤벨로 저글링 할 이미지도 아니죠.


딱 적당히 건강하고 당당합니다.


물론 혼자 있을 땐 쌀 한 가마니를 한 손으로 번쩍 든다거나,

팔씨름하면 내 손목을 잡고도 날 패대기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요.

... 여린 얼굴에 괴력을 숨기고 있...



그나저나 팔씨름이라면... 손을 잡고 막... 



... 이러다 진짜 손모가지가 날아가....


이미지로 볼 때 김아중이 연기하는 여전사는

날아다니는 파리를 공중에서 채 썰고,

... 근데 칼이 움직이는 걸 아무도 못 봤어. 너무 빨라서...


쏟아지는 총알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달리면서 적을 휩쓰는데

보니까 희미하게 미소를 띠고 있고, ... 우습다는 거지...


속은 타오르는 화롯불이지만 겉은 녹지 않는 만년설,

뭐 그래야 할 거 같거든요.


거기에 양념으로 과거의 아픈 기억 하나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고.

가령 실연의 상처나 누군가를 지키지 못했다는 너무 흔한 그런 거 말고

이쁘다며 혼자 난리 피우는 할배 하나를 처리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든지...


어쨌든

툼 레이더, 레지던트 이블, 솔트, 니키타, 캣우먼, 블랙 위도우, 동방불패 다 좋은데,

근데 원더우먼은 이미지가 아니더라.라는 겁니다.


그게 제가 동네 앞산에서 나름 고민하며 얻은 결론이에요... 참 큰일 했다...


간단해요.

여  전  사  를 하더라도

기운 센 여전사, 그딴 것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여전사 역을 한 번은 꼭 반드시 해야 하지 않겠나,



할  배  소  원  이  다,



... 그런 건 물론 아니고요. 그럴 리가요...



네, 한다면 그렇다는 거죠.

한다면... ...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