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5일 토요일

김아중은 다른 지구에도 살고 있을까?


얼마 전에 TV를 보니까 평행우주라는 것을 심각하게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있었다.

공상이 아니라 실재한다는데

내게는 그저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언어더 어스(Another Earth)라는 공상 과학 영화에서는

여기와 똑같은 지구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 나타난다.


한순간의 실수로, 자신에게 가능할 수도 있었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운명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한편

다른 지구에 살고 있을 또 다른 자기 자신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는지

그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해하는 내용이다.


SF적인 요소라고는 하늘에 떠있는 또 다른 지구밖에 없었지만

줄거리는 눈물도 핑 돌 만큼 애틋하고 감동적이었는데

우리 집 그 누구도 내게 고개를 끄덕여주지는 않았다.


아, 이 사람들이 영화를 몰라요...ㅎ.

한마디 해주고 물러났는데 이럴 때면 나 혼자 팽개쳐진 기분이다.

이래서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거다.


하여간 실수란 언제나 회한으로 남아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괴롭히는 것이라서

나는 보는 내내 먹먹한 느낌이 들었었다.


굳이 큰 실수를 했다거나 어떤 선택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도

생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다른 길을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대충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 구성원들은 무슨 배짱인지

계속 도리질이었다.


나는 그냥 다른 지구에 다른 내가 있다면

어떤 삶의 궤적을 그리며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내 알량한 주변머리에 거기라고 해서

특출나게 살고 있을 리 없다는 건 자명한 일이긴 한데


그래도 혹시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지 또는 그 이하일지,

그쪽의 나는 또 어떤 황당한 꿈을 꾸며 사는지,

그는 바로 지금 내가 사는 삶 정도를 꿈꾸는 건 아닐지,


한가할 때 한 번쯤 머릿속을 채우는 것들이 꽤 많지만,

무엇보다 어련하게도

나는 그가 김아중을 아는지 마는지가 또 궁금하다.


그곳에도 김아중이 있는지,

있는데 가수나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미녀는 괴로워를 찍었는지,

그곳의 나는 미녀는 괴로워를 보았는지,

그래서 여기의 나처럼 돌이킬 수 없는 팬이 되어버렸는지...


다른 내가 사는 다른 지구에 김아중이 없다면

아니 있기는 있는데 무슨 이유로 그쪽의 내가 김아중을 모르고 산다면

만에 하나 그가 억만장자라 해도

그 심심한 삶을 위로하며 어깨를 토닥여줄 수도 있을 거다.


김아중이 없으면 영화를 무슨 재미로 보고

오디오가 TV가 컴퓨터가

또 조공도 못하는데 돈이, 응?, 다 무슨 소용이겠나.


... 억만이라면 좀 소용이 있긴 있는데... 휴 ...


하지만 반대로 다른 지구에도 김아중이 아름답게 살고 있고

혹시라도 그곳의 내가,

그 주변머리에 도저히 그럴 리는 또 없지만,

김아중과 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봤다면

반대로 그가 나한테 인생 덧없이 살지 말라며 혀를 찰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김아중이 다른 지구에 살고 있는지 아닌지,

우연히 거기에 있을 또 다른 내가 김아중을 아는지 모르는지에 따라

나는 그가 마냥 부럽기도 하고

한편 어느 순간엔 여기 이 게으른 삶이 그래도 살 만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그도 나처럼 시간 나면 방구석에서

그저 이런 블로그나 끼적이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그쪽의 내가 그냥 어렴풋이 한심하고 측은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2회 캡처)


2013년 6월 6일 목요일

김아중을 지켜보니까


예전 회사 동료와 지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네들이 기억하는 과거의 내 모습 가운데에는

나로서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것들이 있어서 놀랐던 적이 있다.

더구나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내 모습이

마치 나의 전부였던 것처럼 비치는 것도 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남이 나의 어떤 면을 보는가는 내가 알 수 없는 문제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

습관처럼 반복하는 일상적인 행동 속에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드러나고

상대는 그 가운데 어느 한 모습을 기억하게 된다.

그것이 내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 역시 그런 식으로 남을 인식할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타인은 상대가 원했던 모습이거나

또는 그렇지 않은 어느 한 일면에 불과할 수 있는 것이라서

내 기억 속의 타인이 얼마나 실체에 가까운지는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비록 우리가 상대를 단편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오래 지켜보면서 그 단편적인 정보를 축적할 수 있다면

비교적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 거다.


마치 한 장의 풍경화가 바위나 산, 나무 등 여러 가지 것들로 구성되듯이,

퍼즐 조각들이 모여 전체가 되듯이

타인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그렇게 완성될 거다.


물어본 사람은 없지만 본론을 말하자면

내가 지금까지 김아중을 직접 본 적도 없이

비록 물에 떠있는 달 보듯 본 것이 전부고

내가 아는 정보나 지식이란 전부 단편적 조각들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수년간 시답잖은 팬 노릇을 하며 종종 느낀 바는

김아중은 그 조각들이 전체적으로 튀지 않는 사람이라는 거다.


늘어놓자면 한이 없겠지만

내 보기에 김아중은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셈을 하며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한다.


때로는 차분하고 때로는 소탈하며

때로는 감정을 감추고 때로는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는,

단편적인 사실들만 보자면

매우 평범한 딱 나 같은 보통 사람이다.


여배우라는 직업적인 특별함만 없다면

나와 다르지 않은 이 인간적인 평범함이 적어도 내게는 친근함을 유발하고

둘러보면 내 주변에도 많이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인데


따로 떼어놓고 보면 평범한 작은 돌이나 나뭇잎들이

오후의 늦은 햇살을 받으면

서로 어울려 황홀한 숲의 경관을 연출하는 것처럼


김아중이 언뜻언뜻 보여주는 세심한 배려심과 마음 씀씀이가

이 평범한 속성들을 아우르며 빛을 발하고 있어서

사실은 주위에서 그렇게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저런 사람 옆에 있으면 대개 편안한 법이고

주위에 있다면 오래 머물며 친구 하고 싶을 텐데

난 뭐 본 적도 없으니 패스...


거기에 맑게 웃는 얼굴, 말없이 쓸어올리는 머리카락,

조심스럽지만 결코 주눅이 들지 않는 걸음걸이,

겸손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

여배우로서의 자존심과 당당함, 고집.


이쯤 되면 나로서는 친구 하기는 좀 어렵고

다른 건 내가 다 모른다고 해도

나 같은 사람은 팬이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하여간 팬이라서 이런다고 할 수도 있으나

내가 지켜본 바로는 김아중은 알아갈수록 괜찮은 사람이다.

인간적으로.

배우로는 물론이고.


그리고 선한 사람을 목표로 사는 것 같아서 더 좋다.

그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사람도 너무 많은 세상에서 말이다.

그래서 계속 팬을 할 수 있는 거다.

어차피 난 얼빠이긴 하지만...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2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