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30일 목요일

김아중의 마리끌레르 2017년 12월호


도파민 분비는 20대에 최대에 이르렀다가

30, 40, 50대로 나이 들어감에 따라 5~10%씩 감소한다고 합니다.

그럼 난 도대체 몇 % ...


그래서 나이가 들면 흥분하거나 즐거워하는 일이 줄어든다네요.

제가 요즘 그렇거든요.

낙이 없어요.


요즘엔 영화 보는 게 시들해졌다는 말을 한 거 같은데

그게 김아중이 안 나오는 영화를 안 보다가 차차

그렇게 변한 거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안 보면 멀어지잖아요.

영화 보는 것도 습관 같은 거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된 거에 대해 김아중을 원망... 까지는 아니고,

섭섭... 도 아니고,...

음 ... 하여간 어쨌든,

인제 보니 그게 그런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김아중이 최초 원인 제공자라는 건 부인할 수 없지요.

하지만 이 모든 시들함은 피할 수 없는 생물학적 변화였던가 봅니다.

할배가 되어가는 숙연한 과정 일부였던 거죠.

김아중한테 섭섭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을 수도 있던 거예요.




그건 오해였어요. 할배...




그렇죠, 김아중이 나한테 그럴 리가 없었죠.

근데 진실을 알고 난 뒤의 허전함 같은 게 있어요.

'아이 엠 유어 파더'처럼.

어쩐지 지나간 세월이 슬프고.

차라리 모든 게 김아중 때문이었다면...


세상에서 재밌는 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영화가 그렇고, 게임이 그렇고,

사진기도 언제 꺼내봤는지 가물가물하고.


밥 숟가락으로 요구르트 퍼먹듯

머릿속에서 재미난 것들이 뭉텅뭉텅 없어지는 거예요.

... ...



그래서...





마리끌레르를 샀어요.

안 사려고 했는데 이게 생각하고 있으면 이상하게 가슴이 뛰어...

도파민이 막 쏟아져 나오는 거 같고.

그래서.


잡지를 찾아 서점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이 있나요?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서점을 향해 동네 언덕을 기어오르는 표범이고 싶...


늘 그렇듯 책방에선 이제 막 수능을 마친 막내딸을 위해

잡지를 고르는 순박한 아버지 분위기 - 그게 뭔데? - 가 나도록 신경을 썼어요.


딸을 위하는 애틋한 감정을 손끝에 실어 책방 주인에게 잡지를 내밀었지요.

딸은 없지만 수능 날이었거든요.


주인이 이놈은 뭐지? 하는 표정을 짓지 않은 걸 보면 내 연기가 먹혔...


잡지를 사면 항상 아쉬운 게 인쇄하고 종이 품질이죠.

이번 마리끌레르도 그냥 그랬어요.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사진들 말고 혹시 뭐 다른 사진이 있나 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고요.

여기 모아놓은 사진이 전부입니다.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뭐 그래도 잠시나마 가슴이 뛰었으니 된 거죠.

아직도 나를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김아중.

도파민 유발자.



(사진 출처: 2017년 11월 인터넷 여기저기,
               마지막은 직접 찍은 '마리끌레르' 2017년 12월호 인터뷰 전문)



2017년 11월 12일 일요일

김아중의 '명불허전' 종영 인터뷰들을 읽고




얼마 전 김아중은 '명불허전' 종영 인터뷰를 했습니다.

기사가 쏟아졌었죠.

드라마가 끝나면 대개 종영 소감이라든가, 촬영 시의 에피소드,

평소 생각, 계획 등 여러 가지에 대해 인터뷰를 하더군요.

으레 하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저 같은 팬은 인터뷰 좋죠.

드라마로는 알 수 없는 김아중의 실제 생각이나 모습을

일부라도 엿볼 기회니까요.

늘 하는 얘기지만 그런 거 안다고 내 삶이 윤택해지는 건 아닙니다.

밤에 잠이 잘 오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 건 뭐랄까 그냥 김아중한테 한 발 더 가까이 간 느낌을 줍니다.


인터뷰에서 느껴지는 김아중은 매우 진중하고 차분합니다.

직업과 관련한 목표와 생각이 뚜렷하고 일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죠.

인터뷰의 바로 이 대목에서 봤어.라고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세심하게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배우로서 색이 더 선명해지고

또 그것을 꾸준히 지키고 가꾸어 나갈 것 같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대체로 진지했던 인터뷰 내용 중에 비교적 가벼운 게 있었다면

그건 이상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게 잘 읽히더라고요.

머리에 쏙쏙 들어오죠.

하지만 그 가벼움 속에 중요한 삶의 진실이 숨어있다고 믿습...


하여간 이상형이 이전과 달리 좀 복잡 모호해졌습니다.

다른 것들은 뚜렷해졌는데 이것만 나 몰라라 반대의 길을 달리고 있어요.


전에는 이상형이 참 간단명료했죠.

목소리 좋은 사람.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선명하잖아요.


처음 만나 '안녕하세...' 하다 보면 판가름 나는 거예요.

장거리를 뛸지 말지가요.

목소리가 맘에 안 들면 땡! 탈락. 꺼져!

의자에 앉을 새도 없어요.

이 이상 똑 부러질 수는 없는 겁니다.

아주 김아중스럽지요.

김아중스러운 게 뭔지 정의하기는 어렵지만요.


근데 이번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신과 비슷해야 하고,

관대해야 하고, 사고와 감정이 건강해야 하고, 등등

이상형 기준이 애매하게 까다로워졌습니다.

이런 건 몇 년을 만나봐도 다 알 수 없는 거거든요.

최악의 경우엔 상대가 자신의 본심을 숨길 수도 있고.


처음 저걸 읽고는 아니 연애 안 하겠다는 건가? 했어요.

하지만 잠들기 전 뒤척이며 머리를 굴려보니

저건 모든 사람의 기준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부터 누구나 원하는 기본적 요건이잖아요.

아닌 사람 만나면 개고생하니까.

저마다 저런 사람을 원하고 또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내보면 아닌 경우도 많고요.


김아중도 지금까지 특별히 말하지만 않았을 뿐

결코 새삼스러운 조건은 아니었을 겁니다.

1차로 목소리를 간신히 통과하면 2차로 저런 것들이

숨어 기다리고 있었을 게 틀림없어요.

합격이 거의 불가능했던 거죠....


그래서 요점이 뭐냐...

알고 보니 이상형에 대한 문턱이 오히려 낮아졌더라는 겁니다.

필수 조건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단순한 방어막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목소리 조건이 사라졌으니까요.


'안녕'만 듣고 땡처리하지는 않겠다, 인성만 갖춰다오.가 이제 된 거죠.

'이젠 연애를 하고 싶다구~.'

드디어 그런 각오인 건가? 하는 망상을 해봅니다....


그래서 뭐 어떻다는 거냐구요?...


... ...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인터뷰는 늘 그렇죠.

김아중을 좀 더 안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어쩐지 뿌듯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요.

단조로운 날들은 다시 이어지고 말들은 차츰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갑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기억이 나요.

김아중이 무슨 말을 했었는지, 미소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저기 밤하늘 별이 '반짝'하며 속삭이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은 겁니다.

비록 닿을 수는 없어도 시리도록 아름다운 별에

한 발 다가갔던 것만 같은 거죠.


은하수 너머 저쪽.


한 발자국....

... ...




한 발자국이면 저어기 저 먼 별까지 얼마나 가까워지는 걸까요?

... ...





(사진 출처: 2017년 8월 12일~ 10월 1일 tvN 토,일 드라마 '명불허전' 1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