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분비는 20대에 최대에 이르렀다가
30, 40, 50대로 나이 들어감에 따라 5~10%씩 감소한다고 합니다.
그럼 난 도대체 몇 % ...
그래서 나이가 들면 흥분하거나 즐거워하는 일이 줄어든다네요.
제가 요즘 그렇거든요.
낙이 없어요.
요즘엔 영화 보는 게 시들해졌다는 말을 한 거 같은데
그게 김아중이 안 나오는 영화를 안 보다가 차차
그렇게 변한 거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안 보면 멀어지잖아요.
영화 보는 것도 습관 같은 거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된 거에 대해 김아중을 원망... 까지는 아니고,
섭섭... 도 아니고,...
음 ... 하여간 어쨌든,
인제 보니 그게 그런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김아중이 최초 원인 제공자라는 건 부인할 수 없지요.
하지만 이 모든 시들함은 피할 수 없는 생물학적 변화였던가 봅니다.
할배가 되어가는 숙연한 과정 일부였던 거죠.
김아중한테 섭섭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을 수도 있던 거예요.
그건 오해였어요. 할배...
그렇죠, 김아중이 나한테 그럴 리가 없었죠.
근데 진실을 알고 난 뒤의 허전함 같은 게 있어요.
'아이 엠 유어 파더'처럼.
어쩐지 지나간 세월이 슬프고.
차라리 모든 게 김아중 때문이었다면...
세상에서 재밌는 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영화가 그렇고, 게임이 그렇고,
사진기도 언제 꺼내봤는지 가물가물하고.
밥 숟가락으로 요구르트 퍼먹듯
머릿속에서 재미난 것들이 뭉텅뭉텅 없어지는 거예요.
... ...
그래서...
마리끌레르를 샀어요.
안 사려고 했는데 이게 생각하고 있으면 이상하게 가슴이 뛰어...
도파민이 막 쏟아져 나오는 거 같고.
그래서.
잡지를 찾아 서점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이 있나요?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서점을 향해 동네 언덕을 기어오르는 표범이고 싶...
늘 그렇듯 책방에선 이제 막 수능을 마친 막내딸을 위해
잡지를 고르는 순박한 아버지 분위기 - 그게 뭔데? - 가 나도록 신경을 썼어요.
딸을 위하는 애틋한 감정을 손끝에 실어 책방 주인에게 잡지를 내밀었지요.
딸은 없지만 수능 날이었거든요.
주인이 이놈은 뭐지? 하는 표정을 짓지 않은 걸 보면 내 연기가 먹혔...
잡지를 사면 항상 아쉬운 게 인쇄하고 종이 품질이죠.
이번 마리끌레르도 그냥 그랬어요.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사진들 말고 혹시 뭐 다른 사진이 있나 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고요.
여기 모아놓은 사진이 전부입니다.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뭐 그래도 잠시나마 가슴이 뛰었으니 된 거죠.
아직도 나를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김아중.
도파민 유발자.
(사진 출처: 2017년 11월 인터넷 여기저기,
마지막은 직접 찍은 '마리끌레르' 2017년 12월호 인터뷰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