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0일 목요일

김아중 그리고 친근한


 
팬이란 연예인에게 일방적으로 정을 쏟다가

대개 언젠간 말없이 사라지는 존재다.

 
왜 이런지는 몰라도 나는 좀 질긴 편인 거 같긴 하지만.
 

반대로 연예인이 팬에게 정을 주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팬과 크든 작든 일일이 정을 나눈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고,
 

어떤 이유로든 정든 팬이 떠날 때
 
연예인 자신이 겪게 될 감정 소모를 생각한다면
 
팬과의 교류란 바람직하지 않은 곤란한 종류의 것일 거다.
 

그래서 김아중 역시 팬들에게 정을 주기 어렵고

주어서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어쩌다 팬들 가운데 누군가가 사라졌을 때

김아중이,

그 곱고 여리디여린 김아중이 매번 상심한다면

(여리디여리다는 말을 해보고 싶었다. 내 맘이다.)
 

그리고 그럴 리야 있겠느냐 싶지만,

그러다 앓아눕기까지 한다면 안 되는 거다.
 

대체로 우리 팬들이 일방적으로 정을 주기만 하고

또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안타깝지만, 우리의 김아중을 위해서

그리고 그럴 리야 없지만,

김아중이 링거 꽂고 앓아눕는 상황을 원치 않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내 블로그 글이 늘 그렇듯 이게 다 헛소리인 것이,

물론 이것도 내 짐작이긴 하지만,

김아중은 희한하게도 팬들과 교류를 하고 싶어한다는 거다.
 

그간 김아중이 해온 바를 가만히 보면

팬들에게 선물을 보내고 같이 식사를 하고 영화 단체 관람을 하는 등
 

친구처럼 같이 수다 떠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악수하고 사인하고 돌아서면 남이 되는 그런 메마른 관계보다는

확실히 더 말랑한 관계를 팬들과 유지하려는 것 같고
 

이 모든 걸 단순한 팬 관리 차원의 행동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은 친근한 정 같은 무언가가 김아중에겐 있다는 거다.
 

이건 참 위험하다.

맘 같아선 김아중한테 위험한 거라고 하고 싶지만,

그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고
 

솔직히 김아중이 나 같은 팬 하나 사라진다고 마음 상하거나

앓아누울 리가 있겠나?
 

이건 나한테 매우 위험하다.

친근한 아중 씨.

이런 느낌은 조금만 방심해도 나처럼 순수한 빠돌이를

금세 끝없는 망상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나도 저런 데 가면 저러다 혹시 친구 되는 거 아닐까?

빙 둘러앉아 오순도순 같이 밥도 먹어보고,

찌개 속 두부 좀 먼저 먹어보려고 수저를 내지르는데

'팅' 소리를 내며 허공에서 수저끼리 부딪치면 어떻게 하지?
 

소주잔이라도 돌리면?

돌리는 잔에 립스틱이 묻어있으면?...

얼씨구나 하고 그대로 마셔야 하나?

아니면 예의 바르게 반대쪽으로 마셔야 하나?

맥주컵은 또 어떻고...
 

하는 등의 온갖 불온한 잡생각을 불러일으켜

빨래 널고 개는 단순한 일조차 잊게 하는 원인이 된다.


누구 잘못인가?

잘잘못을 따질 일은 아니지만,

나 같이 한가하고 한심한 빠돌이만의 과실이라고 하기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쌍방과실이라고 본다...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
 
 


2014년 4월 3일 목요일

김아중 그리고 나의 행복


 
 
사람들은 남이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룰 때 행복하단다.
 
행복은 상대적이다.
 
 
유명한 소프라노였던 마리아 칼라스는
 
같은 극장에서 자신 다음으로 출연료를 많이 받는 다른 가수보다
 
언제나 1달러를 더 받는 것을 원칙으로 했단다.
 
 
'성공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실패해야 한다.'
 
는 말도 있는 걸 보면
 
사람이 느끼는 행복은 기묘하고 잔인한 면마저 있다.
 
 
난 김아중이 나오지 않는 다른 모든 영화는
 
망하기를 종종 꿈꾼다.
 
 
강아지들한텐 미안한 말이지만,
 
다 같이 잘되는 건 개나 줘버리고...
 
 
내가 꿈꾸는 비틀리고 어두운 행복이다.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김아중을 알기 전에는 그럭저럭 다 같이 잘사는
 
행복의 나라를 어렴풋이 꿈꾸던 착한 아저씨였는데...
 
 
김아중이 상당히 침침한 아브라카다브라를 시전해서
 
나의 잠자던 속물근성을 확 각성시킨 거 같은...
 
 
이런 느낌?ㅋㅋ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