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7일 수요일

김아중 그리고 걱정



가끔 멀리 있는 애들 걱정을 합니다.

별로 쓸 데 있는 걱정은 아닙니다.

그냥 밥 잘 먹고 여러모로 잘 지내고 있는가 하는,

말로 한다면 잔소리에 불과할 걱정들입니다.


하지만 제가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머리를 한번 휙 스쳐지나 사라지죠.


그런 식으로 가끔 김아중 걱정도 해요.

잘 지내고 있나 하는 막연한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거죠.

아이들 걱정하듯이요.


나름 꽤 오랜 기간 팬을 하다 보니까

마음만은 김아중과 한 식구 같은 거에요.

그러니까 전혀 해는 없지만 도움도 되지 않는

시시하고 싱거운 걱정들을 하는 거죠.


- 밥은 잘 먹고 지내려나... 야채도 많이 먹어야 하는데... 오겡끼데...

- 그만! 난 당신 같은 아저씨를 식구로 둔 적이 없어!


연예인 걱정처럼 쓸데없는 걱정이 없다고 하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연예인뿐 아니라 남을 걱정한다는 게

사실 대체로 쓸데없는 일입니다.

자식이 시험 치는 동안 밖에서 부모가 걱정하는 것도 그래요.

실질적으론 자식한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하지만 남 걱정을 하는 동안엔 잠시 자신의 문제를 잊기도 하고

자신의 걱정거리에 대해서도 위로를 얻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죠.


그래서 연예인 걱정은 매우 유용한 걱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 걱정, 친척 걱정에 정치 걱정, 지구 걱정까지

두루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고도 뭔가 아쉬우면

연예인이나 유명인 걱정을 해보는 겁니다.

쏠쏠한 위로가 돼요.


그 잘난 사람도, 그 돈 많은 사람도

내가 걱정해줄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사실에

후유~ 하고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물론 아무리 시간이 남는다고 해도

또 아무리 자신에 위로가 된다고 해도

아무나, 아무 유명인이나 걱정해줄 일은 아닙니다.

어쨌든 남 걱정은 쓸데없는 거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쓸데없는 걸 알아도

마음이 저절로 쓰이는 사람이 있잖아요.

아무리 뭐라 그래도 가족 걱정은 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사람만 걱정해주는 겁니다.


그래서 전 김아중 걱정을 하는 거죠.

마음이 쓰이거든요.

가족 같아서... ...


... 뭔 개소리여... 사인도 없는 주제에... 가족은 무슨...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



2016년 4월 15일 금요일

김아중 그리고 집



날만 풀리면 여기저기 나돌아다닐 생각이었는데

막상 봄이 되니까 그게 잘 안 되네요.

돌아다니면 다음 날 피곤할 것도 걱정이고

나가면 개고생이지 하는 생각도 들어서요.


솔직히 방구석만 한 게 또 없어요.

그러니까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도

방구석에 매달려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 거겠죠.

내가 김아중한테 매달리듯...


사실 날씨니 꽃이니 아무리 좋다고 해도

모두 다 결국엔 방구석으로 돌아오게 되죠.

방구석이니 어쩌니 해도

집에 돌아와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나들이는 나들이일 뿐.


저한테 김아중은 집이에요.

아무리 봐도 김아중만 한 배우가 없어...


여행 가면 괜히 집 생각나는 것처럼

무얼 하든 어디를 가든 까닭 없이 김아중이 언뜻언뜻 떠오르죠.

빈 걸 알면서도 강아지가 제 밥그릇 핥아보듯

아무 일 없는 트위터라도 한번 쓱 훑어봐야 마음이 놓이고요.


음, 어디 보자... 음, 오늘도 아무것도 없...

아, 대체 뭐 하고 지내는 겨...


집이에요.

소식이 있으나 없으나 항상 마음이 쓰이죠.

결국엔 돌아가야 할 안식처 같은 겁니다.


물론 김아중을 실제로 본다면 안식할 수가 없죠.

사골처럼 계속 우려먹는 얘기지만

전에 무대 인사를 딱 한 번 본 경험에 따르면

가슴이 뛰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전혀 편하지 않았어요.

손을 잡아본 것도 아니고 눈이 마주친 것도 아니고

김아중은 그냥 거기 멀찍이 서 있을 뿐이었는데도 말이죠.


그러니까 생각해보면 꼬롱꼬롱한 강아지 냄새나는 우리 집 같은 집은 아닌 거죠.

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으리으리한 성 같은 집이라고 해야 할까요.

신발은 어디에 벗어놔야 하는지

아무 데나 앉아도 되는지 괜히 주눅이 들고 불편할 거 같은 그런 호화 저택이요.


하지만 그건 실제로 김아중을 만났을 때나 얘기고

나야 뭐 실제로 볼 일은 없으니까요.

내 머릿속의 김아중은 어쩐지 편안하고 아늑한 집이에요.


옆으로 누워 감자 칩을 먹으며 TV도 보고

보다가 잠도 들고

강아지와 뒹굴다가 방귀도 뀔 수 있는 그런 집...


... 물론 난 그러지 않아요... 절대...


하여간 늘 위안이 되고요,

봄날 한가롭게 이렇게 황당한 얘기를 늘어놓아도 좋은 그런 집이죠.

내게 김아중은요.

착해...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