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9일 토요일

김아중 그리고 버킷 리스트



다들 아시겠지만 '버킷 리스트'라는 게 있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놓는 거요.

목록에 있는 것들을 다 하고 죽을 수 있다면 행복할 거라는 겁니다.

전에 영화 보고 알았어요.


그래서 저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죠.

근사한 스포츠카 한번 타보기, 캠핑카로 미국 돌아보기,

그리고 당연히 김아중 만나보기 등

시시껄렁한 것들을 떠올려봤었습니다.


어쩐지 시늉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은 것들이었는데

생각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무것도 못 해봤...


그런데 얼마 전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저런 걸 다 해보고 나면 정말 후회 없이 눈을 감을 수 있는 걸까?

다 해보면 삶이 끝날 때 아무 아쉬움 없이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요.


어쩐지 아니었어요.

그런 거 다 해본다고 행복할 거 같지 않았어요.

해보는 순간엔 분명 행복하겠지만

이내 또 다른 어떤 것이 자리를 잡고 새로운 욕망을 부추기지 않을까 싶어요.

하나가 끝나면 새로운 리스트가 다시 생기는 거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버킷 리스트는 누군가의 마지막 순수한 소망이라기보다는

살면서 엄청 욕심나는 것들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버킷 리스트의 희망 사항들은 재물, 명예, 사랑, 등

사람이 꿈꾸는 욕망의 한 단편 혹은 상징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게다가 사람이 마지막에 느끼는 후회나 행복은

해보고 싶었던 몇 가지 것 때문이 아니라

그런 것들로 대표되는 지난날 전체에 대한 총체적인 감정일 겁니다.


별 게 아니었어요.

먹고 싶은 비스킷 리스트를 만들어서

매일 돌려가며 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오늘은 고소미, 내일은 계란 과자...

그게 사실 더 행복...


그래서 저는 버킷 리스트를 다 털어버리기로 했습니다.

품고 살면 더 피곤할 테니까요.


아, 나, 이거 해봐야 하는데, 아 저거 해야 하는데,

발 구르며 혼자 조바심만 하다가 죽을 거 같어...


내 알량한 욕심들에 굳이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따위의

거창한 수식어를 붙여 스스로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할 수 있어도 좋고 못 해봐도 좋은 게 좋은 거죠.


그런데...

이게 이상한 게



김아중 만나보기는 안 버려지네...





만나보면 나중에 후회가 없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건지도 물론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버킷 리스트든 욕망의 리스트든 이름은 상관없어요.


눈 감기 전에 자식들한테


으음... 내가 말이다... 살면서 제일 잘 한 건 말이다...

흐으음..., ㄱ ... 을 만난 거여...

예? 누구요?

흐으으음..., ㄱ ㅣ... ...


차마 말을 할 수도 없는 일인데...


만난다는 상상을 하면 마음이 부풀거든요.

만나서 인사도 하고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고 하는 상상만으로도

하늘을 나는 기분이죠.


어머, 제 팬이시라구요?

할 일이 많이 없으셨구나...

할아부지, 집 혼자 찾아갈 수 있으시겠어요?

... ...



나파 밸리 풍선 여행은 저~리 가라...


나중에 눈 감을 때가 문제가 아니죠.

지금 당장 상상만으로도 뜬금없이 행복해지는데 그걸 버릴 순 없는 겁니다.

우는 아이한테 손에 든 초콜릿을 버리라고 하는 게 더 쉬울 거예요.


언젠간 나도 만날 수 있어!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았... 많이는 아니구나...


많이는 절대 아니야...   





앞으로 10년도 지난 10년과 별다를 게 없는 게 문제...





(사진 출처: 킹 엔터 네이버 포스트 http://naver.me/GTTIaf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