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31일 토요일

김아중은 김아중이다.

 
동네 꼬맹이한테 사탕을 준다고 치자.
 
한 개를 주면 낯간지럽고
 
두 개는 낯간지러운 것을 면하려는 치사한 숫자 같고
 
 
세 개가 대충 주는 나도 부담이 없고
 
받는 꼬맹이도 그럭저럭 아쉬움 속에 만족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숫자일 거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 얘기에 뭔가 사람 아닌 것이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줄 때는
 
대개 아예 딱 잘라 한 가지든지 아니면 적당히 인심 쓰듯 세 가지 소원을 들먹인다.
 
두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3이 괜찮은 숫자인 거다.
 
 
내년에 김아중이 33이다.
 
토속적이게 '쌍삼'이라는 갤러도 있고
 
글로벌스럽게 '듀얼 쓰리'라고 명명한 갤러도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딘지 마음이 아픈 숫자다.
 
 
어쨌든 그래서 뒤를 돌아보니
 
김아중이 데뷔 이래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가 딱 3개다.
 
'별난 여자 별난 남자', '그저 바라보다가', '싸인'.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도 딱 3개다.
 
'미녀는 괴로워', '나의 PS 파트너', 그리고 올해 찍은 '온리유'.
 
 
3 + 3.
 
딱 부러지고 깔끔한 마무리다.
 
김아중 성격인가보다.
 
 
거기에 3 + 1로 슬쩍 얹어주는 '어메이징'까지.
 
절묘하다면 절묘한 끼워 넣기 상품이라 믿을만하진 않지만
 
김아중의 따뜻한 배려라고 생각하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이라는데
 
그간 작품을 하네 마네 했어도
 
이렇게 놓고 보면 그럭저럭 뭔가 하기는 한 거 같은 느낌이 슬그머니 피어난다.
 
 
모든 전봇대에 물칠을 하며 다니는 강아지들과 다를 바 없이
 
사방에 찔끔거리고 다니는 다른 배우들이 어땠는지는 관심 없다.
 
 
산은 산이고 김아중은 김아중이다.
 
미우나 고우나 김아중은 김아중인 거다.
 
... 내가 미워한다는 건 아니고...
 
 
지금 두 번째 일본 팬 미팅 준비에 기운을 쏟고 있을 김아중인데
 
나는 다음에 올 10년을 뜬금없이 상상해본다.
 
 
5 + 5 ...
 
 
3 + 3은 아무래도 아쉬웠다.
 
사료를 3알씩 주면 강아지도 째려볼 거다.
 
 
더 많은 걸 보고 싶었는데...
 
사실은 셀 수없이 많은 걸 보고 싶었는데...
 
그게 김아중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2회 캡처)
 
 

2013년 8월 25일 일요일

김아중이 의학 드라마를 한다면

 
CSI 관련 미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 내 전공과 관련된
 
매우 기초적인 내용이 슬쩍 나올 때가 있다.
 
 
그런데 대단치도 않은 사실을 심각한 표정으로 배우들이 말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작가가 뻥치고 있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게 된다.
 
 
그리고 그걸로 미루어 생각해보면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다른 전공 분야들 역시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닐 것 같고

모르긴 해도 어쩌면 살짝 왜곡된 사실도 있을 거라는 의심이 든다.
 
 
그래서인지 나는 전문직이나 그와 관련된 상황을 자세히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서 근본적인 반감 같은 것이 있다.
 
 
전문직을 가진 인물의 일상적인 삶을 보여줄 때는 거부감이 없는데

직업 자체에 초점을 맞춰 전문 용어가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이 되면

연기의 자연스러움이나 부자연스러움을 떠나

가짜 인생이 가짜 대사를 암송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기가 싫어진다.
 
 
전공자가 아닌 작가, 감독, 배우가 만들어내는 전문직 드라마.

셋 중 어느 누구도 경험한 적 없었을 특수 상황.

이런 때 일반적인 드라마보다 더 가짜라는 느낌을 받는다.
 
 
어차피 영화나 드라마는 상상의 산물이고

SF 영화도 좋아하며 보는 마당에 어떤 것은 받아들여지고

어느 것은 안 되는지 내 기준이나 취향이 모호하기는 하다.
 
 
생소한 병명의 환자나 의학 전문 용어, 수술에 대한 설명,

전문 대역이 확실한 요리사의 능수능란한 칼놀림,

악기를 연주할 때 클로즈업되는 손가락 움직임이나 표정, 등은

아, 이건 영화였지, 아, 저건 좀 ... 하며 깨어나는 순간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거나 겪는 일상적인 행동들,

밥을 먹거나, 알까기를 하거나, 하늘을 보거나, 사랑, 키스신,

또는 그 너머의 장면에서는 좀처럼 깨어나질 못한다... 음...
 

덧붙여 내가 기피하는 또 다른 것이 있는데

바로 심신이 건강한 배우의 장애인 연기다.
 

오래전 화제가 되었던 영화 '나의 왼발'에서

주연 배우는 그럴듯한 뇌성마비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받았지만,

나는 배우가 흉내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서 보는 내내 어색하기만 했다.
 
 
그래서 서번트 증후군이 소재였던 '레인 맨'이나,

'오아시스', '말아톤' 같은 장애인 소재 영화는 아예 제쳐 두었던 반면에
 
 
주연 배우가 실제로 다운 증후군 환자였던 '제8요일'은

아무 거부감 없이 차분히 몰입할 수 있었고 또 감동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내가 보지 않는 영화란

배우가 직접 체험할 수 없어서 배역의 감정이나 행동을 정확히 알 수 없을 영화쯤으로

얼버무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배우들이 총알을 주고받으며 피를 튀기는 영화도 태연히 볼 수 있는 걸 보면

내 개인적 성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요즘 우리나라엔 장애를 가진 의사를

멀쩡한 배우가 연기하는 의학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게 의학 드라마지만

이번 것은 내가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두 부류의 조합이다.


나 같은 얼빠도 있는 마당에 하늘 아래 이상할 건 전혀 없지만

사람들의 취향이란 정말 다양하고 짐작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런 최악의 역을 만일 김아중이 한다면 어떻게 할까?

거기에 장황한 요리 과정과 현란한 악기 연주까지 곁들여

최악의 사중주를 완성한다면?ㅎㅎ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당연히 본다.ㅎㅎ

단언컨대 보고야 말 거고

짐작건대 최고의 드라마가 될 거다.

혼자 생각에도 어이없는 이중 잣대다.
 

그런데 도대체 드라마를 찍어야 말이지...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2회 캡처)
 

2013년 8월 17일 토요일

김아중은 알츠하이머 예방에 좋은 게 아닐까?


내가 아는 사실이라면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이겠지만
 
일주일에 두 번 단식을 하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예방에 매우 좋단다.
 
 
운동이 근육에 좋듯이 적당한 스트레스는 뇌의 신경 세포에 좋은데
 
그 적당한 스트레스라는 것이
 
바로 음식 섭취량을 500 칼로리 이하로 확 줄이는 거란다.
 
 
단식으로 인한 충격이 뇌의 신경세포들을 활성화하고
 
뇌로 하여금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도록 하며
 
이에 따라 알츠하이머 같은 병에 대한 저항력이 커지는데
 
 
우리 조상들은 음식이 부족할 때
 
뇌를 활발하게 사용하여 음식을 찾아내야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진화적 관점에서도 단식이 뇌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얘기다.
 
 
음식 섭취량을 전체적으로 줄이는 것은 단식만큼 효과가 없고
 
단시간에 충격을 줘야 한다는데, 그걸 보면
 
 
매일 습관적으로 평이하게 3~4점을 주고받는 고도리보다는
 
잊을만하면 피박을 된통 쓰는 내 고도리 스타일이야말로
 
충격을 뇌에 전달한다는 면에서 더 바람직한 테크닉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뭐, 고도리에게는 고도리 나름의 길이 있을 거다.
 
 
어쨌든 존스 홉킨스 의대에서 20년간 쥐와 사람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와 뇌를 연구한 사람의 말이니 믿어서 큰 손해는 없을 거 같은데
 
 
이 서양 교수의 말을 내 나름으로 왜곡하여 해석해보자면
 
반드시 음식이 아니더라도 생존에 필요한 것이라면
 
그것이 부족할 때 단식과 같은 효과를 낼 것 같다.
 
 
음식과 쥐 또는 음식과 사람만큼 동물 실험에 적합하고
 
단순 명료한 관계가 달리 없으므로
 
단식의 경우가 실험 대상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를테면 외출 시 갑자기 배가 아픈 난처하고 급한 상황에선
 
적절한 장소를 찾아내기 위해 우리의 두뇌가
 
단식 때만큼이나 혹은 훨씬 더 필사적으로 활동하게 되지만
 
 
이런 상황은 매번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도 없고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불가능해서 이런 것이 뇌에 도움이 될지는
 
아무도 증명할 길이 없을 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굳이 이런 지저분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제 사람은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음식 외에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나 자동차, 전기 같은 것이 없을 때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과 그로 인한 절실함은
 
과거 음식의 부족만큼이나 심각한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연주자에게서 바이올린을 하루 뺏는다든지,
 
조깅하는 사람의 운동화를 감춘다든지,
 
사람들에게서 스마트폰을 빼앗는다면
 
당사자에게 단식과 비슷한 스트레스와 충격을 뇌에 전달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을 따라가다가
 
냇물이 바다에 이르듯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이르른 것은,
 
너무 개인적이라서 뭐라 말을 꺼내는 것도 새삼스럽지만,
 
 
내 경우엔 김아중 사진을 며칠 안 보거나
 
하다못해 이름이라도 며칠 못 보게 되면
 
이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된다는 거다.
 
 
먼 훗날의 일이라서 내가 장담할 수는 없으나
 
굳이 단식하지 않아도 억지로 일주일에 두어 번 김아중 사진을 안 본다면
 
나는 치매에서 자유로운 워너비 할아버지가 되는 게 아닐까?
 
 
문제는 간헐적 단식이 몸에 좋은 걸 알아도 실천하기 어렵듯이
 
김아중 사진을 하루라도 안 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거다.
 
 
사람들이 단식을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치매는 먼 훗날의 불확실한 미래고
 
단식은 당장 눈앞의 현실이기 때문일 거다.
 
 
몸이 요구하는 것을, 특히 생존과 결부된 것을
 
인위적으로 거부하기란 어렵다.
 
 
내게 김아중은 현실이고 생존인가보다 하는 어설픈 생각...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2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