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8일 화요일

김아중 그리고 잠 안 오는 밤

 
 
가끔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날이 있어요.
 
낮에 뭘 했던가를 돌이켜보면 열에 아홉은 커피 마신 날입니다.
 
커피 마셨다고 항상 잠이 잘 안 오는 건 아니지만
 
잠이 안 오는 날엔 커피를 마셨던 거죠.

 
처음엔 잠이 잘 안 온다는 생각이 들지 않죠.
 
머리가 복잡다단하다가 문득 어? 하고 시계를 보게 됩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엔 보면 김아중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아중을 생각하면 꼭 잠이 안 오는 건 아니지만

잠이 안 오는 날엔 김아중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한 20년 지나면 뭘 하고 있을까?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죠.

내가 뭘 할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아요.

TV 보면서 지금처럼 아내 등이나 긁어줄 게 거의 확실하니까요.

살아있다면 말입니다.

다른 게 있다면 한층 더 후줄근할 거라는 거...


궁금한 건 20년 뒤의 김아중인데

일일 연속극에서 재벌 엄마 역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컴퓨터 게임을 하는 다 큰 아들의 등을 내리치며

어이구, 넌 언제까지 이 어미 속을 썩일래.

하는 서민적 엄마는 아닐 겁니다.

 
               (tvN 명불허전 티저)



아들, 여기 스테이크 어때? 응? 레어 라고?

레어든 웰던이든 무슨 상관이야. 먹으면 장땡이지.

고급 양식당에서 우아한 대사를 날리는 이런 엄마가 더 어울리죠.




할머니 역 같은 건 전혀 궁금하지 않아요.

그땐 내가 분명히 없을 테니까.


하지만 마음 한편이 아릿해집니다.

사람은 모두 나이를 먹고 김아중도 예외는 아니지만

덧없이 지나갈 그 시간들이 못내 아쉽고 쓸쓸한 밤을 만듭니다.


비몽사몽 간에도 기분이 너무 가라앉는다 싶으면

김아중의 팬 미팅을 상상해봅니다.

가본 적은 없지만 행복해져요.


팬들의 환호성과 김아중의 낭랑한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죠.

뒤척이면서도 마음이 환해집니다.

잠이 오지 않아도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돼요.

머릿속은 온통 팬 미팅에서 웃고 있는 김아중 얼굴뿐이니까요.





기~ㅁ  아~  주웅  씨이~




예뻐요오~





속으로 크게 불러도 보고.






누우  나아~












라고 하고 싶지만 그거슨 무리...



도옹  새앵~








은 아닌 거 같고,



조오  카아~








는 더 아니고...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말은

왜 없는 걸까요?

내가 김아중을 친근하게 불러야 할 이유 같은 건 없지만 말입니다.

오빠, 이모, 누나처럼 일반적으로 부를 수 있는 게 없어요.

영 어색해요.






그래서 내가 팬 미팅을 못 가... ...


하여간 어둠 속에서 눈을 감은 채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됩니다.

잠 오지 않는 밤이 환해지는 거죠.


하지만,

마음속으로 부르는 건 김아중이 들을 수 없죠.

상상 속에선 팬 미팅을 아무리 가더라도 김아중을 만날 수 없어요.

환하고 찬란하기까지 했던 잠 안 오는 밤이

다시 초라해집니다.


모든 건 마음이 만드는 허상이라고 하죠.

잠이 오지 않는 것도, 나이도, 김아중도 모두 허상이랍니다.

그런데,





그 허상들이 버려지지 않아요.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