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김아중은 끝이 없는 사막이다.



나도 안다.
나는 참 문제다.




나 혼자 푸르르 화가 나서 블로그를 다 닫았다가
지금은 또 나 혼자 풀어져서 구글로 옮겨 이 짓을 하고 있다.
야후가 없어진다니까 이젠 구글이다.




나잇값 못하는 거야 일찍이 드러났고
속 좁기가 밴댕이 속보다 좁다는 것도 다 드러난 참이다.
있는 쪽 없는 쪽 다 팔며 산다.




볼 사람도 없지만 난 이번에 보란 듯이 '탈 김아중'을 해보려 했는데
다시 이걸 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 떠나질 않아
매일 정신이 사납더니
결국엔 원래대로, 어렴풋이 예상했던 대로 돌아오고 말았다.




내가 '탈 김아중'을 한다고 해서 얻을 것도 증명할 것도
아무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짓을 한 걸 보면
잠시 나이도 이르게 노망이 났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내가 이 블로그를 닫았었다는 걸
김아중이 알았든, 혹은 언젠가 이 글을 보고 알게 되든
이참에 아예 없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김아중이 분기탱천할 수도 있는데
산다는 건 그런 거다.




좋은 놈은 쉽게 사라지고 성가신 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사는 일이란 나나 김아중이나 맘대로 안 되는 거다.
그 점은 어쩐지 미안하기 짝이 없다.




하여간 몇 년 전의 경험을 통해서
나는 나 자신을 대충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빠져나갈 곳이 없는 거다.




대체로 나는 김아중이라는 사막 한복판에 놓여있는 기분이다.
사방 어디로 눈을 돌리든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뿐인 사막처럼
끝없이 김아중뿐인,
모래바람처럼 김아중 바람이 쉴 새 없이 부는 곳.




뜨겁고 바람 불고 멈추지 말고 걸어야 하는,
하지만 모래 언덕 넘어 환상 같은 오아시스를 품고 있는 곳.
사막 같은 김아중.




겁 없이 들어갔다가 물 떨어지면 끝장나는 거다.
거기다 뼈 묻기 십상이다.




난 사막 한가운데서 물 떨어지고, 낙타도 잃어버린
몇 발자국 옮겨본들 거기서 거기인 대책 없는 아저씨가 된 거다.




김아중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순진한 착각이었고 현실의 벽은 저만큼 높았으며
아무 대안이 없던 탈출 시도는 무모하고 방자했을 뿐이다.




어쩔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나이 들면 특히 그렇다.
김아중 덕분에 내가 새삼 체득한 교훈이다.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2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