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8일 월요일

김아중 이름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 일없이 김아중 이름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잘 있다가 뒤돌아서면 끓어 넘치는 된장찌개처럼,

안 쓰면 잊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빗방울에 비릿한 흙내음이 나는 날,

붉은 단풍잎이 바람에 지는 날,


눈이 와서인지 세월이 가서인지 모르게 추운 날,

바람에 라일락 향기가 언뜻 묻어있는 날,

더워서 아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오늘 같은 날...


은 그냥 해보는 소리고,

사실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날...

설거지도 미루고, 빨래도 안 개고, 나중에 큰일 나는데...


종이에 쓸 수는 없다.

실수로라도 흔적을 남기면 안 되니까...


수년 전 김아중 공식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할 때는

마치 김아중 옆에 실제로 다가서기라도 하는 것처럼 설렜다.

누가 알 거 같고 보는 거 같기도 하고...


가입 후 처음 글을 남기면서

'김아중'

이름 석 자를 쓰는데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뭣하지만,

난 좀 많이 순진했던 거다... 음...


관리자나 가끔 들여다보는 홈페이지에

김아중은 읽지도 않을 글을 혼자 숨죽이고 끼적이면서

마치 분홍빛 팬레터를 김아중에게 직접 전달이라도 하는 양 떨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때,

검색창에 '김아중'을 적는 것만으로도 설레던 그때,

'김아중' 이름 세 글자는 단순한 자음과 모음의 집합체가 아니라

영화 한 편 본 것으로 가슴이 설레게 된

아름다운 미지의 배우 그 자체였다.


내게는 제니이기도 했고 한나이기도 했고,

종남이기도 했다가 경재이기도 했던

연기인지 실제인지 나로서는 구별도 되지 않고

구별할 필요도 내 평생 없을 그런 사람 자체였다.


이름 세 글자가

내가 아는 모든 것, 알 수 있는 모든 것,

알고자 하는 모든 걸 나타내는 상징이었던 거다.


그래서 이름을 적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리고

감히 시답잖은 글들에 이름을 마구 써도 되는지 망설여지고

김아중에게 실례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이런 말 하기는 또 뭣 하지만,

난 그 와중에 참 착하기까지 했던 거다... 응?


걱정스러우면 쓰지 않으면 됐을 텐데

자제력으로 어떻게 해볼 단계는 지나버려서 그렇게는 또 못하고...

자제력은 없었지만 착했...


배우가 예쁘니 '김아중'이라는 글자도 예뻐 보여서

한글은 표음문자가 아니라 상형문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김. 아. 중. 하고 소리 내 읽으면 그 발음이

왜 그리 가슴이 저리도록 아름다운지 알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그 이름을 한없이 써보고 싶었고

부르다 고꾸라질 때까지 부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가


결국엔 이렇게 철딱서니 없이 이 블로그까지 와서는

내가 내킬 때면 정신 못 차리고 아무 때나 이렇게 '김아중'을 남발하고

지금까지 남부럽지 않게 김아중 이름을 써왔는데

그래도 이유 없이 언제나 아쉽다.


내게 김아중 이름은

유년 시절 가질 수 없었던 옆집 아이의 장난감,

대단하게 빛나진 않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청춘 같은,


이루지 못 한 꿈처럼, 이룰 수 없는 꿈처럼,

꿈은 개뿔 같은 꿈의 이름들처럼

아무리 써도 나를 채우지 못하는 그 무엇이다.


살아오면서 나를 지나친 수많은 쓸데없는 꿈과

쓸모 있던 꿈과 별수 없던 꿈들의 그림자처럼

가슴이 아릿해지는 환상이다.


그냥 할 말도 없는데 김아중 이름을 쓰고 싶을 때가 매우 자주 있다.

문제다...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2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