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8일 수요일

김아중 그리고 친환경 덕질

 


어느 환경 다큐멘터리에서 지속 가능한 삶
이라는 걸 얼핏 얘기하더군요.

지금의 속도로 자원을 계속 고갈시킨다면
인류의 삶은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되고 
가까운 미래에 종말을 맞이할 거라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자원을 아끼며 살라는 거였죠.


새삼 깨닫는 바가 있었습니다.

김아중 덕질에 관해서요.


... 어련하겠어...


김아중의 작품 수는 많지 않죠.
앞으로도 작품이 무한정 나오지는 않을 테고요.

이런 한정된 작품들 안에서
지금처럼 작품이 나오는 즉시 보고 치워버리면 
감상할 작품이 늘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래선 김아중 할머니가 와도 당할 수 없죠.

덕질의 종말이 올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덕질도 오래 하려면 환경친화적이어야 한다는 

뭐 늘 그랬듯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니지만
제겐 나름 절실한 생각에 결국 이른 겁니다.


어쩌면 이미 다들 하고 있는 것도 있을 거예요.

마음속 너른 들판에 태양광 패널 같은 거 
수만 개가 깔려있잖아요.

김아중이 스크린에 뜨기만 하면 따끈따끈한 
덕심 충전 시작이죠.

근데 

.

.

김아중이 구름에서 나와야 말이지...


그뿐인가요?

들판을 에워싼 푸른 산등성이에는 하얀 풍력 
바람개비들이 또 셀 수 없이 세워져 있죠.

김아중 소식이 바람결에 들리기라도 하면 
바람개비들이 일제히 돌아갑니다.

캐스팅의 'ㅋ' 자만 들려도 미친 듯 돌아...


근데 또 김아중 소식이 있어야 말이지...


이런 것들은 김아중이 나올 때나 좋은 거고요,

문제는 김아중이 머리카락이라도 보일세라 
숨어있을 때죠.

지속 가능한 덕질은 자원 보호와 재활용을 
통해서만 가능할 뿐입니다.

기존 작품들을 보듬고 아끼며 다시 봐야 해요.


다시 보기? 누구나 하는 거 아녀? 할 수도 있지만,
다시 보더라도 한 번에 완주하면 안 됩니다.

단기간의 완주는 빈속에 깡소주 들이켠 듯 
확! 하고 덕심의 폭주를 일으키는데
그러면 잠시 행복할 수는 있죠.

하지만 약발 떨어지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현실 앞에서 사람이 더 무기력해질 수 있어요.

그건 탈덕으로 가는 쉽고도 외로운 길...


하루를 버틸 만큼의 덕심만 얻어야 한다고 봅니다.

5분 정도 김아중을 보면 뒤집어쓰고도 남죠.

지난 영화나 드라마, 예능, 뭐든지 
딱 5분만 보고 과감히 끄는 거예요.


아니 어쩌면 단 몇 초로 충분할 수도 있죠.

그 몇 초면
밥 다 먹고도 또 먹는 후식 빵 같은 유혹이,
끊으면 삶이 공허해질 것 같은 덕질의 유혹이 
다시 막 샘솟을락 말락 하게 되는 거죠.

... 저는 그래요.


그러면 그때 클릭! 하고 화면을 끄는 겁니다.


... 이게 가능하면 빵도 끊을 수 있는 사람...


하여간 이런 계산을 할 수 있어요.

드라마 한 편에 실제로 김아중이 30분 정도 
나온다고 할 때 하루에 한 10초 정도만 본다면 

드라마 한 편으로 180일을 버틸 수 있고 
16회짜리 드라마라면 대충 8년입니다.

무려.

볼 게 없다는 걱정 따윈 멀리 사라지는 거죠.

... 이건 지속 가능함을 넘어선 자가발전...

... 기적의 수학... 기적의 존버...


지속 가능한 덕질.
구차해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하나뿐인 지구
하나뿐인 김아중을 위해선 

이제 그래야만 한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려다가 ...


잠을 잡니...



(사진 출처: AtG 엣지 : CJmall: http://display.cjm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