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6일 월요일

김아중 그리고 슬픈 이야기



이번엔 좀 슬픈 이야기.


짧은 꼬리 뒤쥐라는 작은 동물이 있더군요.

매일 자기 몸무게 정도를 먹어야 해서

자기보다 작은 쥐나 벌레를 2~3시간마다 잡아먹는데

문제는 12시간 굶으면 죽는답니다.


아, 슬프다...


매 식사 후 죽음까지 단 12시간.

다음 먹이를 2~3시간 이내에 잡지 못하면 조급하게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천적에게 발각되어 더 일찍 죽기도 합니다.

저주받은 생명이라는 해설자의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먹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시간에 쫓기는 삶이었습니다.

어떻게 오늘날까지 멸종이 되지 않았는지 신기했어요.


그런데 사람과 뒤쥐 사이에는

굶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 하는 시간의 차이가 단지 있을 뿐

먹어야 사는 것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뒤쥐가 저주받은 생명이라면 사실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저주받은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식은 콩나물국에 혼자 밥 말아먹을 때,

... 근데 끓여놓은 콩나물국이 한 솥이나 있어... 저주받은 게야 ...

아, 산다는 건 결국 세 끼 식사일 뿐인가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먹는 것도 그렇지만, 살다 보면 피할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도

종종 사람을 처량하게 할 때가 있습니다.

불가항력이거나 대체 수단이 없을 때 느껴지는 무력감 같은 거죠.


한밤중에 가끔 어렴풋이 깨어 화장실에 가면

강아지가 일 저질러놓은 걸 보게 될 때가 있거든요.


밟으면 난리...


아무리 졸려도 치우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죠.

막막한 서글픔이 있어요.


어떻게든 다시 누워 잠을 청하지만, 이번엔

'더 킹'을 봐? 말어? 처럼 뜬금없는 생각으로 뒤척이게 됩니다.


이건 사는 게 아녀...


매일의 즐거움 속에도 슬픔은 숨어있어요.

'저 하늘에도 슬픔이' 있듯 슬픔은 곳곳에 널려있는 겁니다.

내 인생 자체가 슬픈 건가...


김아중 사진을 보는 거.

그건 행복한 일이지만 가끔은 기분을 가라앉게도 합니다.

그 좋은 걸 숨어서 혼자 봐야 한다든지

누구한테 말도 못한다든지 때문만은 아닙니다.


배고픈 강아지한테 고기는 한 점도 안 주면서

삼겹살 사진만 보여준다고 생각해보세요.

매일...

그것도 10년 동안...

그럼 강아지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어...

고기 사진만 보는 강아지.

고기는 구경도 못 해본 채...


난 이게 제일 슬프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꿈꾸는 건 가끔은 정말 슬픈 일입니다.

언제 사인이나 한번 받을 수 있으려나...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