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6일 금요일

김아중 그리고 전문가

 



어느 것이든 한 가지만 들입다 파서 

바닥을 봤다면 대체로 전문가입니다.


저는 김아중만 좋아하니까 

김아중 전문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기간도 10년이 훌쩍 넘었으니까요.


... 김아중 전문가? 그런 게 있다고?...


만일 김아중 경력, 지인, 취향, 미담, 작품 평, 등

김아중 연대기나 평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내용을 머리에 넣고 다니다가

누가 옆구리 쿡 찌르거나 말거나 

술술 풀어낼 수 있다면 전문가라 할 수 있겠죠.


물론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제 나름의 저런 기준으로 생각해봤을 때

전 도무지 김아중 전문가가 아니에요.


김아중 얼굴만 보고 살았거든요.


저는 김아중 데뷔 연도도 가물거리고

공식 인터뷰 내용 이상으로 취향이라든가 

숨겨진 미담, 등을 주워들은 것도  없어요.

옆구리 아니라 등짝을 맞아도 풀어낼 게 없죠.


저는 늘 그런 식이었어요.

좋아하는 것들을 끝까지 파고든 적이 없죠.


이런저런 취미가 있었지만, 

뭘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 때문에 멈췄습니다.


제가 편안하게 즐기며 도달한 선은 

초보에선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언제나 

'ㅇㅇ전문'에는 많이 모자란 어느 지점이었어요.


어느 날 돌아보니 덕질도 그렇게 되었네요.


그렇게 김아중 좋다고 난리였지만 

결국엔 또 이렇게 어중간한 팬 자리입니다.


김아중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많이 알고 싶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김아중은 찰떡파인지 메떡파인지

민트 초콜릿인지 녹차 초콜릿인지 그런 것들이 

사무치게 궁금할 때가 있는 거예요.


... 왜...?


앞으로도 이유없이 많이 알고 싶겠죠.

하지만 지금 같은 어중간함에서 

딱히 달라질 건 없을 겁니다.


저는 늘 가다 멈추니까요.


지나고 보면 바라던 것을 이루면 행복하고 

못 이루면 불행하고 꼭 그렇게 되지는 않았어요.


열망이 만들어냈던 모든 과정은 추억이 됐고

추억은 어느 경우든 아련히 아름답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어떤 선택으로 어떤 팬이 되든

제게는 좋은 추억이 계속 쌓이게 될 겁니다.

그건 역시 김아중한테 감사할 일이죠.


음,... 


앞으로는 열심히 해서 반드시 김아중 전문가가 

되겠다는 마무리라면 깔끔할 텐데

이게 또 밑도 끝도 없는 얘기가 돼버렸네요.


그냥 그렇다구요.



(사진 출처: AtG 엣지)


2021년 2월 7일 일요일

김아중 그리고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블루레이

 


    (비닐 뜯기 전. 겉 포장 앞면)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블루레이 디스크를 

많이 늦었지만 결국 샀습니다.


망설이고 망설인 끝이었는데

망설인 이유는 역시 좀... 무서웠던 거죠.


아내가 알까 봐.

    (겉 포장 뒷면)


작년 발매 후 약간 시간이 지나서 오프 매장에 

전화를 했더니 무슨 일인지 재고가 없었어요.


- 미안한데 다른 곳도 쉽지 않을 거다.- 


는 요지의 당황스러운 말을 들었죠.

    (속 케이스 앞면)


그때부터 긴 망설임이 시작된 겁니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쉬운 일이었지만,

택배를 누가 받게 될지가 이번엔 이상하게 

평소보다 더 겁이 나더라고요.



단순히 드라마나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뭔가를 줄기차게 사고 있었다는 걸 

아내가 알게 되는 상황이 점점 더 무서워져요.

    (속 케이스 뒷면)


비밀이란 커질수록 무서운 거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비밀은 쌓여가고

두려움은 비례해서 커지죠.


덕질이 오래되면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비밀이 자란 만큼 더 겁이 나네요.


더구나 제 경우엔 비밀도 뭣도 아닌 것들까지 

싸잡혀 문제가 될 수도 있었지요.


...아, 대체 어떤 삶이었던 거냐...


그렇지만 그 모든 두려움을 떨쳐내고 

다시 온라인 구매를 해낸 겁니다.


제깐엔 기발한 꼼수를 생각해냈었거든요.


그래서 용기를 냈는데 실제로는 

아슬아슬했던 택배 운이 전부였어요.


큰일 치를 뻔했지요.


... 무슨 특출난 수가 없는 게 매번 문제...


케이스 안에는 디스크가 딱 한 장 들어있어요.

다른 아무것도 없습니다.


... 한정판이라며...


다행히 메이킹(36분 39초)과 

삭제 장면(10분 28초)이 아주 괜찮습니다.


다른 곳에선 본 적 없는 영상들입니다.


(* 확실하진 않은데 

DVD엔 삭제 장면이 없다는 것 같아요.)


메이킹이나 삭제 장면에 김아중이 많이 나오진 

않지만, 액션 장면들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전반적으로 흥미로웠죠.


피 흘리고 멍들었어도 이쁜 곽노순이 있었고

가장 많이 삭제된 인물은 곽노순이었다는 

감독의 안타까워하는 멘트도 있었어요.


... 이제 와서 안타까우면 뭐 하냐고...


코멘터리는 아직 다 못 봤지만

메이킹과 삭제 장면만으로도 

디스크 잘 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 아까워요.


한가로이 디스크를 보고 있자니

디스크 구매 전에 두려워하고 조바심치던 일들은

아득히 먼 과거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솔직히 무서울 게 뭐 있나요.


까짓거 앞으로는 열 장이든 백 장이든 

쫄지 않고 마구 살 수 있어요.


김아중을 볼 수만 있다면... 

.

.

.

은 소심한 할배의 백일몽이고...


벌써 다음 디스크가 걱정...


(사진: 케이스와 TV 화면을 폰으로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