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4일 목요일

김아중 그리고 그루트


내가 만일 김아중을 만난다면 무슨 얘기를 할까?

심심하면 떠올려보는 저의 망상 중 하나입니다.

어쩌다...


얘기하려면 먼저 만나야 하는데

그건 솔직히 불가능한 문제라서 별로 고민하지 않습니다.

울렁증으로 쓰러질 거 같아서 제 의지로는 못 만나요.

차라리 달에 다녀오는 게 더 가능한 일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 머리 아픈 문제는 접어둡니다.

과정이나 방법, 개연성 그런 건 다 무시하고 일단 만났다고 치는 겁니다.

팬 미팅이든, 여성 영화제든 뭔가가 있었는데,

... 중략...

제가 드디어 김아중을 만났지 뭡니까.

뭐 그런 느낌으로다가.


하여간 어떻게든 만났다고 쳐요.

무조건 만났어.

그다음엔.


팬들이 죽 서서 김아중하고 얘기를 나누겠지요.

그럴 때 무슨 얘기를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이 늘 문제인 겁니다.

사인해 달라는 거 말고 다른 얘기.


물론 내가 김아중을 만난다면 어느 순간엔 당연히 사인을 받겠죠.

하지만 눈 마주치자마자 여기 사인이요. 그럴 순 없잖아요.

무례하잖아요.


뭐지? 연예인 사인 모으러 다니는 할아버진가? 저 나이에?

그렇게 오해하기가 십상이죠.

김아중은 뭔가 당황스러우면서도 섭섭한 느낌에 휩싸일 게 틀림없습니다.


어느 시골 방구석에서나 굴러먹게 생긴 후줄근한 할배가

자신의 미모에는 전혀 관심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요.

사실 저는 영혼까지 바들바들 떨고 있을 텐데 말이죠.


나잇살 먹은 제가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저로 인해 김아중이 만에 하나라도 섭섭하게 느낀다면

제 마음이 무척 아플 거예요.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뭔가 사인받으러 온 건 아닌데

이왕 만났으니 한 장 좀 부탁한다.

그런 유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풍겨줘야 할 거거든요.

이거 안 받아도 되는데... 하기 싫으면 말든지.

그런 분위기...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면 애피타이저 같은 가벼운 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초석을 닦는 거예요.

친근한 대화로 서로의 견해 차이를 좁히며 낯선 느낌을 지워나가야겠죠.

그러다 통수를 딱!...


우선 그런 대화는 솔직 담백해야 한다는 게 저의 오래지 않은 경험입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고백하자면 사실 김아중이 예뻐서 팬이 된 거였죠.

연기 잘한다, 노래 잘한다...

그런 거 다 필요 없었어요.

그냥 딱 이뻤어. 그냥.

어떻게 할 수 없이 이뻤죠.

가슴을 비수로 쿡 찌르는 느낌... 을 알 수는 없지만...

.

지금도?...

.

.

지금도...



그 간절했던 느낌을 담아 진솔하게 대화를 이끌어나간다면

김아중도 어라? 이 할배 나한테 홀딱 반했네?

그런 기분이 들어 섭섭하지 않을 테고,

그러면 내 마음도 아플 일이 없고.

윈윈...


저~~ 미인이십니다. 초면에 이런 말씀 드리기 좀 뭐한데... 알흠다우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ㅎㅎ


실제로 뵈니까 정말 알흠다우세요.

예~.ㅎ


연경이 한복이 참 알흠다웠어요.

예~. 알아요.


웃으시는 게 알흠답네요.

예. 알고 있어요.


말씀도 어쩜 그렇게 알흠답게 하세요.

알아요 안다구! 쫌!...


... ...





.

.

예쁘다 한 가지 말 밖에 모르는

할배 그루트 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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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s://ameliepink.blog.me/221296713290
               A+G 엣지 : CJmall: http://display.cjm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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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5일 화요일

김아중 그리고 등산 초콜릿




등산 중간 힘에 부쳐서 쉴 때, 저는 뭐를 좀 먹으며 쉬는 편입니다.

초콜릿 같은 걸 먹으면 덜 심심해요.

이동식이니 행동식이니 하며 거창하게 부르기도 하는데

군것질을 합리화하기 위해 다들 애쓰는 듯합니다.

내키는 대로 그냥 먹으면 되는데 말이죠.


숨 돌리며 가만히 초콜릿을 까먹고 있으면

애써 소모한 칼로리보다 더 채우는 게 아닌가 싶어 허무합니다.

저질 체력이라 고개 하나 넘으면 쉬며 먹고, 밥은 밥대로 먹고...

살을 빼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조그만 초콜릿 하나 먹는 게

체력 회복에 얼마나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뭔가 대단한 에너지라도 얻는 기분이 들면서

다시 움직일만해 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아중 사진은 바로 그런 초콜릿 같아요.


살면서 지칠 땐 쉬면서 김아중 사진을 봐줘야 합니다.

할 일 없는 할배가 뭐 그리 지칠 게 있겠냐 싶겠지만,

있죠.


김아중 작품 기다리기.


알다시피 사람의 인내심을 극한으로 몰아댑니다.

산으로 치면 에베레스트 등반을 매일 한다고 봐야죠.

김아중 팬이 되는 순간 셰르파 자동 취업, 투잡 뛰는 겁니다.

끈기, 극기, 등 저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것들에 몸을 맡겨야 하죠.

정신적으로 삶이 피폐해져요.


하지만 기다리다 기다리다

난 이제 틀렸어. 끝인 거 같아.

싶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는 거예요.

초콜릿을 누가 등산하다 힘들 때만 먹나요?

평소에도 뒹굴며 먹는 거지.


기다리다 대충 아무 때나 사진이든 영상이든 보면 되는 겁니다.

심심하면 초콜릿 먹듯 내키면 자꾸 보는 거예요.

누가 뭐랄 거야. 내가 보겠다는데...

일코 따위.

보면 되는 거잖아요?

떳떳하게.

아무 때든.

아무도 없을 때...   


지난 사진이나 영상이 뭐 도움이 되랴 할지 모르지만,

됩니다.

기운이 나요.

다들 그러겠지만, 사실 매일 봐요.

매일 다시 기운을 차리는 겁니다.

그만큼 팬질이 고되다는 방증일 수도 있지만요.



 인간극장 어느 셰르파의 눈물...


동네 어귀에서 우연히 백발의 할아버지 셰르파 한 분을 만났습니다.

나마스테. 어디 가시나 봐요.

아, 오늘 마나슬루...

힘들지 않으세요?

뭐 매일 다니는데 힘들 거 있나. 김밥을 갖고 다녀.

이런 일 하신 지 오래되셨나 봐요.

아니 얼마 안 됐어. 한 10년? 밥술이나 먹을까 했는데 폭삭 늙어버렸지. ㅎㅎ

할아버지는 웃었지만,

고개를 들어 멀리 에베레스트 영봉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녹록지 않은 애환의 눈물이 어른거렸습니다.





매일 다시 기다리고 매일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 난 기다릴 수 있어.

팬질 계속하는 거야...




저처럼 심신이 부실한 할배가 여태껏 팬을 할 수 있는 건

인삼 녹용 때문이 아니에요.

평소에 김아중 사진으로 허기진 마음을 채우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봐도 다 채울 순 없지만.


저기요, 근데 누구 맘대로 계속하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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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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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중의 새 작품을 보는 게 정상에 도달한 희열이라면

지나간 사진이나 영상들은 작은 초콜릿처럼 소소한 행복입니다.



(김아중 사진 출처: A+G 엣지 : CJmall: http://display.cjmall.com/,
이모티콘 출처: 인터넷 여기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