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9일 일요일

김아중 그리고 권력



사람들은 거대한 것에 위압감을 느끼죠.

거대한 협곡, 커다란 폭포, 큰 바위, 커어다란 얼굴...

거대한 것 앞에선 어쩐지 위축되고 경외감마저 생겨납니다.


인류 문화유산이라고 불리는 건축물들은 대개 큽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대부분 당시 최고 권력자들이 지은 것이고요.

큰 건축물로 사람들을 압도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겁니다.

그 크기나 화려함이 곧 자신의 권력 크기라고 믿었겠지요.


보이냐? 난 이런 거 할 수 있어... 그렇게.

... 살면 얼마나 산다고.

자신이 사라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걸 말입니다.


커다란 성이나 궁전, 무덤, 등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만든 이의 허욕과 그 허욕에 희생된 많은 사람도 떠오르고

인간사 허망하다는 착잡한 기분이 듭니다.


젊은 날 마음에 새겼던 경구 하나는

권세에 아부하는 자 만고에 처량하다.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권세에 가까이할 일도 없었는데 말이죠.

어쨌든 요즘 뉴스를 보면 그 말이 딱 맞는 듯합니다.

처량한 사람들 참 많아졌어요.


정치나 금전적인 것만 권력은 아닐 겁니다.

남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권력이겠지요.


여보, 우리 점심에 떡국 끓여 먹자.

오케이.


아내에게 떡국을 요구하는 뜬금없는 당당함.

떡국 한 그릇의 행복... 떡국 권력...


저의 권력입니다.

밖에선 아무것도 없지만 그나마 집에선

떡국 한 그릇만 한 권력을 달랑달랑 유지하고 있습니다.


집안의 나머지 권력은 전부 아내 거.

하지만, 난 권력에 아부하지 않아...


얼마 전에도 아내가 대파 한 단을 썰어 놓으라는 겁니다.

그럴 때,

저는 하던 게임을 결코 금방 접지 않습니다.

묵묵히 서. 두. 르. 지. 않고 마저 끝내지요.

무언의 저항을 하는 겁니다.


마음 깊은 곳엔 숭고한 저항 정신이 살아있는 거예요.

비록 실낱같긴 하지만...


아름다움도 권력입니다.

자신의 미모를 앞세워 남을 조종할 수도 있다면 말이죠.


이를테면 김아중이 밥 먹다가 물 한 잔만 가져다 달라고 했다 쳐요.

그러면 전 양동이째로 퍼갈 수도 있거든요.

김아중이니깐...


물론 이젠 저도 힘이 많이 부치니까 반 양동이쯤만... 아, 세월이란...


어쨌든 먹던 숟가락도 팽개치고 물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면 권력이죠.

실제로 가져오라 그러는지 본 적은 없지만...


김아중의 아름다움에서 나오는 치명적 권력.

물 한 잔이 양동이로 바뀌는 건 권력에 대한 아부이고요.


할아버지, 이 물은 다 뭐예요?

아까 물 갖다 달라고...

... 지금 나 물 먹이려는 거죠?...

응...응? 아니 아니...

... 나쁜 할배... 정강이를 확...


김아중 가까이 있으면 그 권력에 압도될 겁니다.

우주 최강 미모에서 나오는 권력이니까요.

어마어마하겠죠.


숨만 가까스로 쉬면서 부동자세를 유지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차렷하고 있으면 꼭 어디가 간지러...


그어~기 할아버지. 지금 발가락 꼼지락거렸죠?

아닌데요...

여기서 다 봤어요! ... 물도 흐리고 안 되겠어... 저 할아버지 당장 끌어내세요!

아니, 저기요... 안 돼애~...


그런데... 그래도 좋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실없이 자꾸 듭니다.

가까이에서 한 번 볼 수만 있다면...


보고,

추운 겨울 잘 지내셨느냐? 안부도 물어보고,

요즘 작품 하시느냐? 도 물어보고,

사인도 부탁하고, ...

마침 종이가 없으니 손바닥에 해달라며 손을 덥석... 잉? 이 할배가?...


나도 권력이란 걸 보고 싶어요...

김아중의 절대 권력에 아부해보고 싶어...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