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9일 토요일

김아중을 본 지 벌써 석 달

 
 
무대 인사하는 김아중을 본 지 벌써 석 달이 지나갑니다.
 
그 사이 겨울은 봄으로 변했고.
 
시간은 방심하면 언제나 뒤통수를 칩니다.
 
 
김아중을 처음 보고 들떴던 마음이 차츰 가라앉고 나자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갈 데도 없고 말할 상대도 없지만,
 
어디 가서 김아중을 봤다고 하기엔 좀 애매하다는 겁니다.
 
 
그날 김아중이 나타났던 극장 안은 꽤 어두웠습니다.
 
더욱이 어려서부터 나빴던 내 시력이 다시 좋아졌을 리도 없어서
 
 
남들이 김아중이라고 하니까 김아중인가 보다 했지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누군지도 몰랐을 거고
 
나중에 환한 데서 다시 보면 누구시더라 했을 것만 같습니다.
 
 
뜬금없지만, 기억도 가물거리는 오래전 젊은 날의 미팅에서
 
어두운 찻집 안에선 마음을 두서없이 설레게 하더니
 
밝은 햇빛 아래에선 어쩐지 말을 잃게 하던 여학생이 떠오릅니다.
 
정말 누구시더라 였던...
 
 
이를테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간단히 뒤덮어버리는
 
신비롭지만 부적절한 어둠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고
 
그런 어슴푸레한 어둠이 그날도 극장 안을 떠돌았던 겁니다.
 
 
다른 누구한테 김아중을 보기는 했다고 떳떳이 말하기가
 
참 애매하고 아쉬운 이유입니다.
 
본 게 본 게 아닌 거죠.
 
 
당시에도 그랬는데 시간이 이렇게 지나니
 
이미지들은 더욱 희미해져서
 
화질 나쁜 동영상 한 편을 본 듯한 느낌만 남았습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렇다고 또 다른 기회가 왔을 때
 
다시 김아중을 보러 가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소심한 사람은 앞으로 나오세요. 하면
 
소심해서 앞으로 나가지 못할 소심함을 지닌 내가
 
다시 그런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또 보러 가는 것은 그날의 어둠만큼이나
 
칙칙하고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잠시 희미하게 본 것만으로도
 
김아중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스타고
 
나는 이 블로그만으로도 이미 온당치 못한
 
늙은 아저씨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모르는 사람을 향해서
 
존칭도 없이 이름을 써대는 치졸한 글들을 남발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무사한 것이
 
내겐 분에 넘치는 호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쉽지만, 그렇게 어두운 곳에서 김아중을 본 것이 차라리 잘 된 일일 겁니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도 내 주제를 새삼 깨닫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김아중은 데뷔한 지 10년이 됐습니다.
 
내가 '미녀는 괴로워'를 본 지는 7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김아중은 앞날이 궁금한 배우고
 
여전히 나를 계속 꿈꾸게 하며
 
나를 끝없이 소심하게 만드는 유일한 배우입니다.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 캡처)


2014년 3월 12일 수요일

김아중님, 데뷔 10주년 축하합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어느새 10년입니다.


미녀는 괴로워를 보고 정신이 '뿅' 가서 팬이 된 지는

저도 어찌어찌 하다 보니 7년하고도 3개월쯤이 지났군요.


어찌어찌 하다가 20년이 또 될 것 같아서 겁이 조금 나요.


어쨌든 반드시 열심히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하기엔 살짝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나름으로 열심히 살아오셨으니


나름 열심히 살지 못한 제가 보기엔 매우 많이 부럽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