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31일 토요일

김아중 그리고 미안한 시


 
혼자 있는 저녁.
 
차갑게 식은 김밥 한 줄을 안주 삼아
 
독한 술 한 잔을 기울였습니다.
 
 
술은 빠르게
 
입술과 혀를 태우고
 
김아중은 천천히
 
마음을 태웁니다.
 
 
취기에 술잔도 천장도
 
어지러이 돌아가면
 
 
초저녁 지는 벚꽃잎처럼
 
김아중은 마음을 맴돌며 떨어지는데
 
 
나는 무엇에 홀린 듯
 
비틀거리며 낡은 컴퓨터를 켜고
 
 
가슴에 꽃잎이 되어 쌓여있는
 
애타는 말 한마디를
 
가만히 적어봅니다.
 
 
김...
 
 
아...
 
 
중...
 
 
사... ...
 
 
 
사십이 내일모레에요... ...
 
 
써놓고 보니 좀 미안하네요.
 
 
싸가지없이 마구 싸지르고 나서 미안하다고 하면 다냐,
 
싸가지가 가출한 경우인 것이냐고 하겠지만...
 
 
나쁜 할배...
 
 
사십, 솔직히 난 그거 벌써 지나봤는데 아무렇지도 않더라고 하면
 
그게 지금 위로라고 하는 말이냐,
 
아니면 열 받아 쓰러지라고 하는 말이냐고 할 거 같고...
 
 
휴우...
 
 
어쩐지 이젠 다 틀린...
 
김아중 보기는 다 틀린 거 같은...
 
만나면 더블, 트리플 뺨따귀 돌아갈 거 같은...
 
어차피 못 볼 텐데 뭐 이판사판인가 하는 막장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앞으로 잘하면 괜찮지 않을까?,
 
내 얼굴도 모르는데 어쩌겠어...,
 
하는 등의 희망 고문에 가까운 생각과
 
 
근데...
 
그 하얀 손으로 뺨을 맞는다면
 
그건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일 아닐까?... ...
 
flesh와 flesh...
 
살 떨리는 접촉의 순간... ...
 
 
따위의 누가 봐도 많이 저급한 생각을 이리저리 섞어가면서
 
오늘도 줄기차게 망상 질을 해보고 있는...
 
 
 
 
(사진 출처: 인터넷 여기저기. 제50회 백상예술대상 레드 카펫)




2014년 5월 25일 일요일

김아중 님, 제50회 백상예술대상 진행을 맡으신 것 축하합니다.





5월 27일 화요일인데 그날은 글을 올릴 수 없어서 미리 축하합니다.

벌써 5년째라니...

뿌듯하기도 하고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기도 하고...

여유롭고 즐겁게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2014년 5월 24일 토요일

김아중 그리고 신기했던 일



얼마 전 연휴에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다녀왔었다.
 
가깝지만 아직 안 가봤었다는 것과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서 여행비가 저렴하다는 것이
 
이번 여행이나 이전의 모든 여행을 총괄했던 아내의 한결같은 말이었다.
 
 
앞으로의 모든 여행 역시 아내가 한결같이 총괄할 것이고
 
여행지나 여행 시기는 저런 기준을 한결같이 충족할 거라는 것도 거의 확실한데
 
어쨌든 한결같다는 건 그 뒤에 일어날 일들을 대충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으르고 소심한 나 같은 인간이 묻어 다니기에는 불만을 어필할 수 없는 면이 있었다.
 
 
어쨌든 내가 더운 나라에서 땀 흘리며 무얼 하고 다녔는지가 궁금한 사람은 없을 테고
 
또 그런 얘기를 블로그에 시시콜콜 늘어놓아
 
내가 누군지 증거가 될만한 흔적을 혹시라도 남겨놓을 필요는 더욱 없는데
 
 
다만, 자연이 만든 기묘한 풍경도 봤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오래된 유적도 봤지만
 
사실 내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것은 여행 마지막 순간에 일어났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 시답지 않은 글을 남기게 됐다.
 
 
나한텐 하도 신기한 일이라서 믿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귀국 후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가 집 앞에 도착해서 막 멈추려는 순간
 
라디오에서 김아중의 '마리아'가 나오기 시작했었다.
 
 
전율이 찌르르 일어났다고 하면 약간 뻥이지만,
 
순간 정말 뭔가가 머리를 확 휩쓸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들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도착해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바로 그 순간에
 
이젠 흘러간 가요나 다름없는 김아중의 노래가 난데없이 나오는 거...
 
내게 일상은 김아중이고, 김아중은 내 일상인 것을 마치 안다는 듯이...
 
 
그 많은 택시 가운데
 
그 많은 라디오 채널 가운데
 
바로 그 순간에.
 
 
만일 공항에서 짐 찾는 일이 더 늦었거나,
 
중간에 도넛 가게에 들러 시간을 보내지 않고 다른 택시를 탔거나,
 
혹은 그 택시 그 채널이었다고 하더라도
 
라디오 디제이가 다른 노래를 내보냈더라면...
 
 
난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이라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사실 그 순간 그 노래는 나한테만 신기한 것이고
 
같이 있던 아내나 그 방송을 들었을 다른 모든 청취자에게는
 
한 때 유행했던 노래 이상의 의미는 없었을 거라는 걸 알지만 말이다.
 
 
... 아내라면 뭔가 한마디 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긴 하지만...
 
 
하여간 남이야 어찌 됐든 내겐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노래였다.
 
수많은 우연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마치 나를 환영이라도 하듯
 
모두 일렬로 정렬하여 그 순간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도 나로선 당연한 일이다.
 
 
'내가 김아중 팬인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아닐까?'
 
'어쨌든 이런 게 흔히 말하는 인연이라는 거겠지?'
 
'기묘한 풍경이나 유적보다 더 신비로운 것은
 
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인연이 아니겠는가?' 하는 등의
 
나다운 망상들이 꽤 여러 시간 동안 머리에서 맴돌아
 
여행의 피로도 잊은 채 붕붕 떠다녔었다.
 
 
하지만 허황한 망상과 냉철한 이성 사이를 어지럽게 왕복한 끝에
 
어찌 된 일인지 뜬금없이 결국 다음과 같은 씁쓸한 결론에 도달하고야 말았고
 
그건 나한텐 참 안타깝고 나답지도 않은 것이었다.
 
 
끄덕하면 김아중을 만나는 팬들도 있는데 나한텐 이런 게 인연이구나...
 
난 이런 걸 인연이랍시고 생각하고 싶은 거구나...
 
팬이라면서 참 대단한 인연도 다 있다...
 
 
내가 어지간히 구차하게 여겨지는 날이 있었다...
 
5월 초순의 어느 날이었다...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
 
 
 

2014년 5월 17일 토요일

김아중 그리고 초코파이

사람의 욕심은 대체로 끝이 없다.

앉으면 눕고 싶고

레벨 59가 되면 밤을 새워서라도 레벨 60이 되어야 한다.


그간 김아중이 우리 팬들에게 퍼부은 정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사인 받고 나면 같이 사진을 찍어보고 싶고

사진 찍고 나면 허그라도 해보고 싶은 것처럼

난 여전히 알 수 없는 갈증이 난다.


... 사실을 말하자면 난 아직 사인조차도 실제로 받은 적이 없다...

... 이게 무슨 팬이여...


그래서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나이야 가라 폭포처럼 쏟아지지는 않더라도

혹은 왕복 팔 차선처럼 오고 가지는 않더라도

단지 작은 오솔길처럼이라도

김아중과 팬들 사이에 소소하게 오가는 정을 상상하곤 한다.


매일 밥만 먹다 보면 라면이 먹고 싶은

그런 일탈 같지 않은 일탈을 해보고 싶다거나

오늘은 기분도 그렇지 않은데 한 번 마셔봐? 하는 때가 있는 것처럼


어느 날엔가는 한번 한적한 오솔길을 걸어보고 싶고,

이사하고 나면 옆집에 가래떡이라도 돌려보고 싶은 것 같은

김아중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터무니없이 황당한 생각들이 떠오르는 날이 있지 않을까.


사람이 살다 보면 꼭 이성적으로 옳은 일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일만 하며 살기엔 삶이 너무 팍팍하게 느껴질 때도 있기 마련인 데다가


때로는 같잖은 라면 한 그릇에 입맛이 돌아오거나

가벼운 산책이 우울한 기분을 날려버리기도 하니까.


그래서 어느 맑게 갠 날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린 김아중이

한 손에 가래떡이라도 들고

한가로이 오솔길을 걷는 상상을 하기만 해도

내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좋아진다.

그때 난 떡 찍어 먹을 꿀 한 보시기를 고이 들고
어느 고갯마루 꽃이 흐드러지게 핀 매화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았다가...
다리가 저려 미처 일어나지도 못하며

"낭자, 떡 하나 주면 안 잡... 아니, 여기 꿀... ..."

"예, 도련... 아니, 할배... ..."

"...   ..."


... 그런데 가래떡은 꿀보다 양념 김에 싸먹으면 더 맛있다...


못 먹어봐서 못내 아쉬운,

어쩐지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초코파이가,


염치도 없이 덥석 받은 것이 미안해서

다 타버리면 그 작은 인연마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아직도 불을 켤 수 없는

향초가,


그리고 38선도 아닌데 가고 오지 않는,

어떤 때는 매정하게도 생각되는

크눅이


종종 그립다는,


떡 돌릴 때 난 꼭 집에 없더라는,

내 깐엔 마냥 쓸쓸한 이야기...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