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저녁.
차갑게 식은 김밥 한 줄을 안주 삼아
독한 술 한 잔을 기울였습니다.
술은 빠르게
입술과 혀를 태우고
김아중은 천천히
마음을 태웁니다.
취기에 술잔도 천장도
어지러이 돌아가면
초저녁 지는 벚꽃잎처럼
김아중은 마음을 맴돌며 떨어지는데
나는 무엇에 홀린 듯
비틀거리며 낡은 컴퓨터를 켜고
가슴에 꽃잎이 되어 쌓여있는
애타는 말 한마디를
가만히 적어봅니다.
김...
아...
중...
사... ...
써놓고 보니 좀 미안하네요.
싸가지없이 마구 싸지르고 나서 미안하다고 하면 다냐,
싸가지가 가출한 경우인 것이냐고 하겠지만...
나쁜 할배...
사십, 솔직히 난 그거 벌써 지나봤는데 아무렇지도 않더라고 하면
그게 지금 위로라고 하는 말이냐,
아니면 열 받아 쓰러지라고 하는 말이냐고 할 거 같고...
휴우...
어쩐지 이젠 다 틀린...
김아중 보기는 다 틀린 거 같은...
만나면 더블, 트리플 뺨따귀 돌아갈 거 같은...
어차피 못 볼 텐데 뭐 이판사판인가 하는 막장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앞으로 잘하면 괜찮지 않을까?,
내 얼굴도 모르는데 어쩌겠어...,
하는 등의 희망 고문에 가까운 생각과
근데...
그 하얀 손으로 뺨을 맞는다면
그건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일 아닐까?... ...
flesh와 flesh...
따위의 누가 봐도 많이 저급한 생각을 이리저리 섞어가면서
오늘도 줄기차게 망상 질을 해보고 있는...
(사진 출처: 인터넷 여기저기. 제50회 백상예술대상 레드 카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