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9일 화요일

김아중 그리고 아쉬운 점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을 가거나 무슨 작품이란 걸 감상 할 때

흔히 듣는 말인데 사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죠.


아는 만큼 주식도 잘 할 수 있고

맛있는 과일도 고를 수 있고.

공략법을 알면 보스도 쉽게 깨고.

우리는 아는 만큼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낀다고 할 수 있겠죠.

뭐든 아는 만큼이에요.


사람은 아무래도 공부를 해야 하는 운명...


하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듯

아는 만큼 설렘이나 놀라움, 등은 줄어드는 때도 있죠.

예를 들어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한 여행은

기시감 때문에 김이 좀 빠지죠.

그래서 적당히 모르는 게 나을 때도 있다고 봅니다.


... 공부는 인제 그만...


돌이켜보면 제가 만일 아는 만큼 보인다. 예습 좀 해라.

하시던 선생님들의 말씀을 귓등으로 흘리지 않고

무엇이든 많이 또 미리 알려고 노력했다면

지금 같은 덕질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속 김아중을 처음 보던 날

이미 김아중이 어떤 배운지 알고 있었더라면

헉! 저렇게 예쁠 수가! 하는 충격은 없었겠죠.

그리고 그 충격이 머리를 어지럽히지 않았더라면

이 말도 안 되는 블로그를 이렇게 오래도록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꽤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게 다 운명...


요즘엔 김아중 영화를 모르고 볼 수가 없죠.

예고편, 배역, 스틸 사진, 감독, 제작사, 등

쓸데없는 정보까지 당연히 미리 알게 됩니다.

어떤 역인지 얼마나 매끄러운 연기일지 다 알고

무엇보다 김아중이 예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죠.


그래서 아는 만큼 뭐가 더 보이냐고요?

아름다움의 미묘한 깊이? ...라고 하고 싶지만,

예쁨은 그 자체로 모든 것, 완성이죠.

더 보이고 말고 할 게 없어요.

그냥 계속 한결같이 예쁠 뿐.


반면에 이제 김아중 영화를 볼 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어요.

익숙한 설렘은 있어도 새로운 충격은 이제 없는 거요.


저런 예쁜 배우가 있었다니!

같은 놀라움이 더는 없어요.

그냥 모든 게 명불허전일 뿐이죠.

끝없는 재확인 그리고 소소한 발견들만 있을 뿐입니다.


'아 역시! ...'

'내가 꼴에 배우 보는 눈은 좀 있지...'

그런 시답잖은 확인만 되뇌는 게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편 아쉬워요.

매번 가슴 서늘한 놀라움을 느끼고 싶은데.


두근거리는 건 여전하지만,

세상에 배우가 하나라서 어쩔 수 없는...



(사진 캡처: 2019년 9월 11일 개봉 '나쁜 녀석들 : 더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