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전거를 가끔 타기 시작했어요.
10년도 넘었지만, 사용한 적이 거의 없어서
비교적 멀쩡한 보급형 자전거가 집에 한 대 있었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그걸 한번 꺼내 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도 오랜만에 타는 거라서 잘 탈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몸은 금방 적응하더군요.
제가 사는 도시엔 도시를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넓지 않은 하천이 하나 있어요.
제방 아래 하천을 따라 잡풀들 사이로 자전거 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자전거 길은 일반 도로보다 지대가 훨씬 낮아서
자전거 길로 내려가면 차 소리도 멀어지고 물 흐르는 소리와
물오리 우는 소리만 가끔 들리게 됩니다.
지나는 사람도 많지 않고 고즈넉하죠.
하천 제방 위에는 오래되고 낡은 주택들이 하천을 등지고 늘어서 있습니다.
자전거 길에선 이 나지막한 건물들의 뒷면을 올려다보게 되죠.
제방 아래 하천, 잡초로 이루어진 한적한 자전거 길에서 보는 낡은 건물들의 뒷면.
그건 이제까지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보던 번잡한 도시의 풍경과는 전혀 다릅니다.
화려하게 치장한 정면 뒤에 감추어진 도시의 초라한 듯 수수한 이면입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면 갑자기 다른 세상을 달리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복잡다단한 현실의 반대편, 비현실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죠.
무척 신선하고 색다른 기분입니다.
일반 도로로 나오면 주변 현실이 새로워 보이는 부수적 효과도 있어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에서 매일 우리가 보고 겪는 것들과는 조금 다른
사건이나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심히 지나치던
삶의 이면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드라마를 본다는 건 그 내용에 따라 색다른 경험이고
또 그만큼 삶은 다채로워진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비록 간접적이고 피상적일 뿐 아니라 때론 황당한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그래서 김아중이 저한텐 없어선 안 될 배우입니다.
제 경우 김아중을 통하지 않고는 드라마나 영화가 제공하는
다양한 비현실 세계에 접근할 수 없거든요.
저는 김아중 나오는 것만 보니까요.
김아중은 저만의 자전거 길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상을 벗어난 세상의 이면이나 환상의 세계로 가는 유일한 통로니까요.
그래서 자전거를 타면서도 김아중이 생각나는가 봅니다.
저어~~기 코스모스와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호젓한 자전거 길에 들어서면 말이죠,
눈부신 가을 햇살 아래 김아중이 한가로이
자전거를 타며 저만치 가고 있는 거예요.
코스모스처럼 부드럽고 화사한 미소,
가을바람에 속절없이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 흰 재킷...
그럴 때 쌔~앵 지나치면서 이러고 싶은 겁니다.
'나 자바 바아라~'

'... 미친...'
(사진 출처: 2017년 8월 12일~ 10월 1일 tvN 토,일 드라마 '명불허전' 1회 캡처,
2011년 3월 스포츠조선 인터넷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