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9일 일요일
김아중 그리고 잉그리드 버그만
'카사블랑카'라는 오래된 영화가 있습니다.
여주인공은 '잉그리드 버그만'.
영화도 배우도 모두 유명했지요.
물론 참 좋아하던 여배우 가운데 한 명입니다.
한 마디로 예뻤어요.
지금 다시 봐도 예쁘고 우아합니다.
도대체 안 좋아하던 여배우가 없었...
남자 주인공인 '험프리 보가트'와의 마지막 이별 장면이 또 유명하지요.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 하는 흔하지만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여주인공의 애틋한 표정이 클로즈업되죠.
'잉그리드 버그만'의 촉촉하게 물기 어린 눈망울이
이별 순간의 모든 걸 말하는 듯 보입니다.
근데 '잉그리드 버그만'의 청순미가 절정에 달했었다고
할 수 있는 그 유명한 장면을 찍을 때
정작 '잉그리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몰라 그냥 멍하게 있었다고 해요.
예술 작품의 감상과 해석은 감상자의 몫이라고 하지요.
배우의 연기도 그런 거 같습니다.
배우가 연기를 보여주는 순간 그 연기는 관객의 것이 되죠.
어떤 심정으로 배우가 연기하는지 관객이 알 수는 없습니다.
관객은 다만 자신의 감정을 배우에게 투영해서 보는 거겠죠.
그 마지막 장면을 다시 봐도 '잉그리드'는 여전히 아름답고
이별의 안타까움이 두 눈에 가득한 듯 보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찍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관객의 감정은 스토리 전체 흐름에 따라 만들어지니까
아주 엉터리 연기만 아니라면 관객은 특정 장면에서
배우의 진정성을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겨...
하여간 '잉그리드'가 그 장면으로 연기와 아름다움 모두에 대한
찬사를 얻어낸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죠.
그녀가 그 장면에서 무표정하게 있지 않고 펑펑 울었다면
연기는 그 나름대로 어떤 평가를 받았겠지만,
아름다웠다고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울면 대개 안 이쁘잖아요.
그건 뭐 천하의 '잉그리드'라도 어쩔 수 없죠.
배우 입장에선 꼭 이쁘게 기억되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요.
그런데 말입...
'미녀는 괴로워'의 마지막 콘서트 장면이요.
김아중이 막 울죠.
막 울면서 그간 숨기고 억누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눈물을 마구 흘리거든요.
근데, ...
이뻐...
그뿐이 아니에요.
최근의 '명불허전'에서도 소녀 환자가 수술에서 못 깨어나자
자신의 방에 돌아와서 목놓아 울잖아요.
근데, 그게
역시 이뻐...
신기하거든요.
김아중은 왜 울어도 예쁜지.
'잉그리드'는 분명 안 예쁜데,
김아중은 예쁘거든...
희안하지...
그런데 또 말입니다.
김아중은 이런 걸 아무 생각 없이 연기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결코 멍 때리다 우연히 잘 나오는 요행을 바라지 않는 거죠.
요즘 인터뷰에서도 다 나온 얘기지만, 늘 배역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하죠.
그걸로 또 끝이 아니에요.
고민은 했는데 감정 표현이 안 돼. 그러면 말짱 황이잖아요.
'잉그리드' 처럼.
근데 김아중은 표현이 되거든.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그게 김아중의 대단함이죠.
침 흘리며 보고 있어도 감정을 막 떠먹여 주는 거.
... ...
실은 누구나 다 아는 이런 얘기나 하려고 한 게 아니에요.
건강 생각해서 좀 살살 연기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데...
전할 길은 없고... 전한다고 들을 리도 없고...
(사진 출처: 2017년 10월 24일 A+G 엣지 팬 사인회 관련 각종 인터넷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