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5일 월요일

김아중 그리고 파블로프의 개



작년 12월쯤인데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부어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거울을 보면 부은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데

느낌이 부은 느낌이었어요.


왜 이렇지? 어디가 안 좋은가? 하는 생각을 며칠 하다가

어느 날 체중계에 올라갔는데 5킬로가 갑자기 더 찍혀...

그러고 보니 배가 아무리 힘을 줘도 평평해지질 않고...


별생각 없이 뭘 자꾸 주워 먹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군요.

왜 갑자기 더 먹어댔는지는 모르지만

원래 생명체는 허기를 견딜 수 없도록 진화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영양 부족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고

배고픔은 영양 부족에서 벗어나려는 몸의 신호니까

아무래도 절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허기를 견디기 어려운 건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증거죠.


그래서 김아중 팬 생활이 어려워요.

늘 배가 고파요.

정신적으로...


먹어도 먹어도 허기질 판인데 먹을 게 없어요.

작품이 잘 안 나오니까 팬들은 강제 다이어트를 늘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게 또 있어요.

배고플 때는 뭐든 다 맛있잖아요.

그러니까 어쩌다 김아중이 출연하기만 하면 다 맛있어...

광고든, 화보든...


막 기약 없이 굶고 있는데 뭐가 딱 나오는 거죠.

그러면 멋도 모르고 허겁지겁...

그러다가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또 허공 보며 굶고 있고.

그러다 또 뭐가 나오고...


이게 주기적이었어요.

지금까지 근 일 년 단위로 겨울엔 뭔가 작품이 나왔죠.

그러다 보니 겨울만 되면 또 침이 나와...

파블로프의 개처럼.

개도 아닌데...


그래도 한 발짝 물러서서 전체 상황을 보면

이렇게 주기가 존재한다는 게 과히 나쁠 건 없다고 봅니다.

겨울이 가까워지면 어쨌든 설레기라도 하니까요.


이번 겨울엔 작품은 없었지만, 영화를 하게 됐다는 소식이 있었죠.

뭐 그 정도만 해도 김아중 팬으로서는 감지덕지 입니다.


딸랑딸랑.

이리 와. 쫌 있다 밥 줄게.

아니, 전 종소리만 들어도 좋습니다요, 마님...

... ...



기대감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요.

배알도 없이...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