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아니 뭐 꼭 사람이 아니라도 움직이는 것들은
가끔 잠깐이라도 쉬어줘야 합니다.
하다못해 밥을 먹고 나더라도 후유~ 하고
둥그런 배를 토닥이며 잠시 쉬기 마련입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산다... 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살아가고 있는 저도 가끔은 쉬어야 합니다.
이불 속에서 뒹구는 것도 쉬는 거고,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취미랍시고 이런저런 것들을 만지작거리는 것도 쉬는 거지만
제게는 이 블로그도 쉬는 겁니다.
어디에 소용이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글을 끄적인 다음
김아중 영화의 아무 장면이나 캡처해서
여기에 이렇게 올리는 것이 저한테는 쉬는 거죠.
그게 어떻게 저한테는 휴식이 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시답지 않은 포스팅이라도 나름의 시간과 고민이 필요해서
어떤 때는 고단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리고 나면 뭔가 개운합니다.
아, 내가 세상 쓸데없는 뭔가 하나를 또 내질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머리가 목욕이라도 한 것처럼 개운해지는 겁니다.
김아중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죠.
이런 느낌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취미는 아직 없습니다.
김아중은 내가 대체로 닿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잠깐이나마 내 글 속으로 끌어들여
마치 손 흔들며 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이웃인 양 상상해보는 것.
그런 게 묘하게도 저한테는 따끈한 이불 속처럼 나른하고 편안합니다.
저는 이상하게 김아중이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 같아요.
그래서 그 이상한 상상의 나라에서
김아중은 두유 워너 빌드 어 스노우맨을 부르며 집 앞 눈을 쓸기도 하고,
저는 제 나름으로 집 앞 눈을 치우며
올라픈지 간달프인지를 뭉치기도 하는 거죠.
상상이 되나요?
그 아침 그 눈 내리는 골목길엔 김아중과 저 말고는
아직 아무도 없는 겁니다...
오직 김아중이 흥얼거리는 노랫소리와,
쉬익쉬익하는 대빗자루 소리와
눈을 뭉치는 뽀드득거리는 소리만 나지막이 골목 안을 울리는 거죠...
읏차... 이렇게 해서 또 간달프가 됐네요.
이거 간달프요, 제가 제 친구한테 물어봤거든요?
근데... 이거 어느 동네에서는 간달프 안 쳐준대요. 간달프는 반칙이래요.
아중씨,... 간달프 됩니다~.
... 좋으시겠어요, 간달프도 만드시구.
아주 잠시만,
그냥 잠시만 다른 세상에 있는 겁니다.
그곳에선 김아중이 이웃 사람이죠.
어쩐 일인지 옆집 둥근 배 아저씨에겐 다소 까칠하지만요.
행복한 곳이죠.
그래도 그곳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됩니다.
나오는 길을 못 찾을 수도 있거든요.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