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TB 외장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의 지난 글을 보니 2010년에 샀더군요.
여러 자료를 백업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용도입니다.
물론 그 자료들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점에는 사람마다 사정이 있겠지요.
제 경우 백업할 자료들은 당연히 김아중 사진과 각종 영상 및 출연작들입니다.
거기에 작은 디카와 핸드폰으로 찍은 가족사진들 조금이 추가되죠.
어디 다른 데 가서는 백업이 뭔지 아는 척도 할 수 없는 사정입니다.
사실 가족사진뿐이었다면 분량이 많지 않아서 외장 하드라는 게 거의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 외장 하드를 살 때 구매의 당위성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죠.
기껏 연예인 사진이나 백업해놓으려고 외장 하드를 사느냐는
자책감 비슷한 게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런저런 모든 고민과 회의를 떨쳐내고 지금은 잘 살고 있는 것이죠.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닌 것들이 머리를 아프게 합니다.
하여간 가족 모두가 사용하는 데스크탑 컴퓨터에 김아중 사진이나 영상들을 모아놓고
그것들을 1TB 외장 하드에 백업해놨었어요.
근데 이게 어쩐지 불안하더군요.
데스크탑은 거의 저만 사용한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언제고 누군가가 괜히 숨김 파일들은 뒤져볼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하며 미루고 미루다가
작년 여름에 컴퓨터 본체에 있는 김아중 사진 대부분을 지워버렸습니다.
물론 누가 발견하더라도 평소 제 행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해줄 만한 분량일 거라고 생각되는 분량은 남겨놓고 말이죠.
그 분량이란 게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차가 크긴 하겠지만요.
그런데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까 또 다른 불안이 생기는 거예요.
혹시 외장 하드가 고장 나서 모아놓은 게 다 날아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이었죠.
그게 하루 이틀 모은 게 아니라서 없어지면 다시 모은다는 건
상상도 못 할 만큼 골치 아픈 일이 되는 거거든요.
그렇게 불안하게 근 1년을 버티다 버티다, 그 불안함을 없애려면
백업용 외장 하드를 하나 더 사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제일 간단하고 안전한 불안 해소법이었습니다.
그래서 2TB 외장 하드를 하나 사게 된 겁니다.
허리가 쪼~끔 나아졌다고 생각되던 얼마 전에요.
예 그게 그렇게 된 거죠.
허리는 말이 아니었지만, 마음은 더없는 안식과 평화를 얻게 된 겁니다.
정말 김아중 사진이나 백업해보자고 1TB 산 지 5년 만에
2TB 외장 하드를 하나 또 지른 겁니다.
내 모든 문제는 김아중으로부터... 하아...
다행히 이제 2TB 가격이 예전 1TB 가격이라서 큰 부담은 없었다는 것하고
아내는 내가 뭘 샀는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 정도가
자책을 달래주는 위안거리가 되었습니다.
2TB 하드는 외형이 생각보다 훨씬 작더군요.
택배 온 날 웬일인지 아내가 택배 상자를 먼저 열어봤어요.
'내 꺼.'라고 말을 했는데도 말이죠.
'돈 터치' 같은 말은 감히 못 했지만요.
불심검문 같은 거였어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예?
주민증 좀 보여주세요.
왜요? 내 나이가 어때서... 할배도 팬질 할 수...
아 이제 틀렸구나 했는데
"애걔~, USB 샀어?" 하더니 상자를 그냥 제게 주더군요.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상자를 봤더니
하드 드라이브가 워낙 작아서 언뜻 보면 사은품으로 온 USB만 보이는 거예요.
"... 으응, 뭐 그렇지... 내가 뭐 살 게 있나..."
벼랑 끝에서 갑자기 조신한 남편 모드 풀 가동... 위기 탈출...
이후의 상황은 모두 순조로웠어요.
1TB의 자료는 모두 2TB로 무사히 복사되었습니다.
1TB도 널널한데 2TB는 정말 널널합니다.
마음도 널널해지구요.
하드가 김아중 자료들로 꽉 차서 2TB를 넘어 10TB도 모자라게 된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과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는지...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