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일 화요일

김아중 그리고 아프고 나면 알게 되는 것


그간 별 이유도 없이 허리가 아팠어요.

움직일 때마다 '헛', '윽', 으으', 등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종일토록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문장은 '하아, 아프다.'라는 것이 전부였어요.


대체로 게을러서 평소에 허리뿐 아니라 몸을 많이 쓰지도 않는 데 말이죠.

아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신줏단지처럼 아끼다가...


하여간 허리가 별거 아닌 줄 알았어요.

전에도 아팠던 적이 있었지만 뭐 대충 침 한번 맞고 쉬면 저절로 나았었고

그렇게 불편했던 기억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또 그럴 줄 알았죠.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어요.

사람들이 왜 허리, 허리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정말 사람은 으리! 허으리!였습니다.


의자를 밀고 당기거나 양치질 같은 일상생활이 불편했던 건 물론 

컴퓨터 앞에 잠깐 앉아있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일본의 인기투표는 매일 했어요.

(http://votingstation.net/index.php?lang=ja&region=individual&global=01530036)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는 시인의 말처럼

허리 아프다고 김아중을 잊은 적은 없는 거죠.

아, 이 눈물도 찔끔 날 만한 순정...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또 흘러 

이런 얘기를 이렇게 블로그에 올린다는 건 이미 허리는 허리의 추억일 뿐 

어느덧 다시 한가해졌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활동한다는 건 그만큼 멀쩡하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멀쩡하니까 블로그도 하고

이걸 읽는 사람들도 또 저만큼이나 멀쩡하고 한가한 거겠죠.

피차 멀쩡하고... 한가...


그러니까 말하기 전엔 그간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웃는 모습만으로는 남이 지나온 여정의 

단 1나노미터도 알 수가 없는 거예요.


가물에 콩 나듯 볼 수 있는 김아중 역시 제가 볼 때는 멀쩡한 겁니다.

멀쩡하고 더없이 한가해요.

감히 쳐다도 못 볼 만큼 한가하고 멀쩡한 겁니다.

전 그렇게 믿어요. 내 맘이니까...


김아중이 나처럼 허리를 다쳐서 몸져누웠던 적은 없는지, 

하다못해 문지방 모서리에 발가락을 찧어 콩콩 뛴 적은 없었는지

저는 통 알 수 없는 겁니다.

말을 안 하니까...


그런데요, 팬을 오래 하다 보니까 그런 게 알고 싶은 거예요.

비수기 때의 김아중도 나처럼 고생한 적이 있는 건 아닌지,

밥 먹다 사레들린 적은 없는지,

기지개 켜다 다리에 쥐가 나서 뒹군 적은 없는지

그런 시시껄렁한 것들이요.

그런 걸 듣고 싶기도 한 거예요.


하지만 허리 때문에 옆으로 누워 벽이나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도 줄기차게 지나가는 겁니다.


뭐 꼭 말을 해야 아나?...

잊을만하면 사레도 들리고

쥐도 나고 딸꾹질도 하고 그러겠지.

사람이니까... 

나랑 똑같이...

김아중도... 나랑 똑같이...


어쩐지 김아중도 사레들릴 거라는 막연한 사실만으로도 

짠한 동지애 같은 게 생기는 거 같기도 하고, 

이참에 딸꾹질로 친구 먹어도 될 거 같고 막...


... ... ...

다 알면 재미없을 거예요.

너무 친한 사람이 노래 부르는 거 보면 난 어색하더라구요.

사소한 거까지 알고 나면 김아중이 연기하는 걸 못 볼 거 같아요.


거기에 나보다 더 할 일 없는 누군가가 

블로그 밖의 내 모습을 캐거나 추측한다면 

그것처럼 섬뜩한 일도 흔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너무 궁금해하면 김아중도 그런 생각이 들겠죠.

저놈 되게 할 일 없구나... 나보다 더...

이참에 친구 먹을까?...


그래서 한의원 침대에 엎드려 두리뭉실한 허리를 내놓고 한가로이 침을 맞으며 

또 이런 생각을 속절없이 하는 겁니다.


김아중이 나처럼 허리 같은 게 아플 리가 있나...

쥐가 날 리도 없고...

세상의 아픔은 모두 김아중을 비껴가겠지...

아무리 꽃은 흔들리며 핀다지만...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