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간의 사랑은 지속 기간이 대략 1년 반에서 2년 반이라는 말이 있다.
사랑의 감정이란 결국엔 식는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것에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아마 그들이 말하는 이성 간의 사랑이란
처음 만나 불꽃 튀기며 연애할 때의 감정을 말하는 걸 거다.
몇십 년을 같이 산 부부도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런 사랑은 연애 초기의 사랑과는 다르다.
팬도 연예인을 사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이성 간의 불같은 사랑은 아니다.
김아중 팬 중에는 사랑의 최장 지속 기한인 2년 반을 훌쩍 넘기고도
팬을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 가... ...난... 유체이탈 중...
그러니까 2년 반이 넘어갔는데도 김아중이 여전히 좋다고 하면
그건 과학적으로 연애의 감정이라고 할 수가 없는 거다.
그렇다고 파뿌리 밖에 남은 게 없는 부부의 사랑도 아니고.
슈퍼 변종 감정이라면 또 모를까...
과학적으로 사랑은 깨지는 거고, 깨지니까 사랑이고,
안 깨지면 사랑이 아닌 거다.
그래서 이 뒤숭숭한 시기에
난 마치 아무런 걱정도 없는 사람처럼
도대체 팬의 사랑은 무슨 사랑인가 하는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사안에 대하여
딱히 쓸 곳 없는 머리를 굴려봤다.
...심심하니까...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팬이라는 집단의 사랑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는 건 처음부터 내 능력 밖이고
또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아무리 할 일이 없더라도 나는 왜 이러고 있는 걸까?
하는 회의도 잠시 내려놓고
더운 날 웃통 벗고 생각을 거듭해본 결과...
...아내는 내가 웃통을 벗고 있어도 아무 관심이 없다...
...부부의 사랑...
뭐 역시 대단한 결론이 난 건 아니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더니
내 생각엔 친구 간의 사랑인 우정,
우정 출연한다는 그 우정이야말로
대다수 팬의 감정을 비교적 그럴듯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알고 보니 이건 우정 블로그였어...
이성 간의 사랑은 쉽게 깨지기도 하고 유효 기간마저 있지만
인간성을 바탕으로 맺어지는 우정은 웬만해서는 변하지도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기도 한다.
우정 앞에 2년 3년이라는 기간은 껌도 아닌 거다.
그래서 오래도록 팬 생활을 지속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김아중에 대해, 비록 그것이 일방적인 감정일지라도,
우정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난 여태 김아중하고 말도 해 본 적이 없는데 벌써 우정이라니...
한참 지난 얘기지만,
우리의 구동백이 처음에 지수에게 뜬금없이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는 이유도
자신은 그저 팬일 뿐이라는 자각 때문이었을 거다.
좋아하지만... 팬이니까... 감히 연인이 되자고 하지는 못 하고...
이도 저도 아닌 그냥 우정 코스프레...
동백은 순수한 듯 우정을 빙자해서 사랑을 쟁취했다.
애들처럼 친구나 하자는 감언이설로
새로운 인간관계에 방어적이었던 지수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후 살살 다가간 결과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접근법이었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하지만 그래서 나도 우정... 읭?...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