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요우커'(遊客)라고 한다며
요우커, 요우커 거리는 기사들을 요즘 종종 본다.
난 이 '요우커'라는 단어가 무척 거슬린다.
이런 식이면 일본 관광객, 북미, 남미, 유럽 쪽 관광객들 모두
각각 그 나라의 고유 언어로 적어야 할 판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중국의 '毛澤東'은 그야말로 '모택동'이었다.
'마오어쩌구'가 아니었던 거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멀쩡하던 '등소평(鄧小平)'을
'덩샤어쩌구'로 부른다 싶더니 결국 다 바뀌었다.
다른 나라 사람 이름은 최대한 그 나라 발음을 따라 적기로 했다나 뭐라나...
일리는 있었다.
이름은 그 사람 고유의 것이니까
그 나라에서 불리는 이름으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는 거였다.
미국 사람은 미국식으로 중국 사람은 중국식으로
저기 라이베리아 사람은 또 그 나라 식으로...
하지만 이놈의 '요우커'는 한자를 중국식으로 읽은 거다.
고유명사가 아닌데 말이다.
중국인을 상대해야 하는 상인이라면 두어 발짝 양보해서
그래 너희끼리 잘 사용해라 하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도 않은 기자가 저런 단어를 마치 자랑하듯 사용하는 걸 보면
그 한심함에 한숨이 절로 난다.
그런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국 쪽 사이트에서는
김아중 이름을 대부분 '金雅中'으로 표기한다.
김아중의 한자 표기는 엄연히 '金亞中'인데 말이다.
'亞中'.
아시아의 중심.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후련하고 통쾌한 이름인데
이게 중국 애들이 보기에 매우 배알이 뒤틀리는
이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얼마 전 갑자기 들었다.
다른 나라 사람이 아시아의 중심이라고 하니까
은근히 자기들이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저들로서는
낭패스럽고 굴욕감마저 들지 않을까 싶다.
김아중한테 선방을 맞은 거다.
김아중이 처음 중국 쪽으로 진출할 때
걔들이 거북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雅中'이라고 했는지
아니면 저들이 자기들 내키는 대로 '亞中'을
'雅中'으로 바꿔버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 경우든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런데 난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해줄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틀린 이름이긴 해도
중국 쪽 예명이라고 생각하면 '雅中'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김아중이 출연한 '어메이징'이라는 영화에 있다.
보고 있기가 다소 괴로운 영환데
출연자 이름에 김아중을 '金雅中'이라고 쓴 것도 모자라
이름 아래에는 친절하게 로마자 표기로 'JING AH SONG'이라고 적어놓았다.
韓國이라는 나라 이름 아래에는 자기네 발음으로 적지 않고 KOREA라고 적은 걸 보면
남의 나라 이름을 어떻게 적어야 한다는 것쯤은 아는 모양인데
김아중 로마자 표기는 엄연히 KIM AJOONG (또는 AH JOONG)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들 맘대로 주연 배우 이름을 성까지 바꿔 부르니 황당해서 욕이 절로 나온다.
아, 경우 없고 몰상식한 놈들... ...
내가 아는 가장 나쁜 욕인 듯... ... 사람이 워낙 순수하다 보니... ...
'遊客'을 중국 관광객이 아니라 '요우커'로 적고 싶은
우리나라 기자 나부랭이들은 알지도 못할 테고
알아도 아무 생각도 없겠지만, 은근히 부아가 치미는 일이다.
해외에서 뒹굴고 있으면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봐도 고국 생각이 나고
아리랑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데
김아중 이름 때문에 있지도 않던 어쭙잖은 애국심이 갑자기 솟아났다.가 말았...
그래도 내 이놈들을 당장 그냥...
속상한 김에 술을 병째로 들었는데 안주가 없... ...
빨리 한국 돌아가서 '펀치' 날리는 김아중을 보고 싶다...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