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인터넷만 하고 있으면
내가 지금 외국에 있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창밖을 내다보거나,
나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만 않으면 괜찮다.
한국이나 여기나 인터넷 환경은 비슷해서
적어도 인터넷을 하는 동안엔
내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분별이 사라진다.
인터넷으로 여전히 한국 뉴스를 보고,
똑같은 동호회를 들여다보고,
늘 보던 아이디들을 변함없이 보고 있자면
참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문득 집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올리려고 끄적이고 있으면 잠시 외롭지도 않다.
하지만, 거꾸로 인터넷이 사라지거나 혹은 인터넷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인터넷으로 접하던 동호회나 사람들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게 된다.
인터넷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결국 인터넷에만 존재하는 신기루이고
다른 사람들이 보는 이 블로그 역시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시답지 않은 삼류 소설 같은 생각이 그래서 가끔 든다.
거기에 어지간히 할 일 없이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김아중을 먼발치에서 본 적은 있지만,
이제 그 기억이 희미해져 꿈처럼 가물거리는 요즈음엔
과연 김아중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하는 의심도 해본다는 거다.
지금 나는 인터넷으로만 김아중을 볼 수 있는데
그 인터넷에 김아중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가 김아중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닐까?
마치 내가 인터넷에만 존재하는 유령 팬이듯
김아중도 인터넷에만 존재하는 신기루는 아닐까?
김아중은 정말 서울 강남에 사는 실존 인물인가?
아니면 제비가 강남에서 박씨 물어오듯
어쩌다 영화 하나 물고 나타나는 동화 속 허구인가?
뜬금없지만, 실제로도 그렇게 예쁜가?...
응답하라, 김아중...
메이데이, 메이데이...
너무 예뻐서 귀신인지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드라마든 박씨든 뭐든 좀 물어오면 좋지 않을까 해서...
나는 흥부처럼 착한 일 한 적은 없지만,
나 말고 다른 착한 사람들을 위해서...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