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8일 금요일

김아중은 모를 거다.



 
그간 살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짐이 많은 것 같지 않았는데도
 
구석구석에서 나오는 잡동사니들이 꽤 됐다.
 
 
내 평소 체력을 고려해서 짐 몇 개를 꾸리다가 쉬고 게임도 하고
 
다시 짐을 싸고 또 쉬기를 며칠에 걸쳐 반복했고
 
이사 마치고 짐을 풀 때도 풀며 쉬기를 반복하며
 
조심을 했는데도 몸에 이상 신호가 왔었다.
 
 
외국에서 보험도 없는데 감기라도 걸리면 난감한 일이라서
 
이사 다음날 오후엔 짐 정리를 미루고 대충 누워서
 
비몽사몽 신공을 연마했더니 다행히 한고비가 넘어갔다.
 
 
결혼 후 이사를 여러 번 다녔지만,
 
그때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사 전후로 아내를 도와주지 못했었다.
 
이렇게 혼자 해보니 이 작은 살림도 이런데
 
예전에 아내는 어떻게 애들 추스르며 혼자 다 했을까 싶다.
 
 
이사가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자잘하게 일이 많고 힘든 줄은 몰랐던 거다.
 
 
내가 도우려고 하면 아내는 조금 돕다가 병나느니
 
차라리 그냥 있는 게 돕는 거라며 손사래를 치기는 했지만,
 
대단했다는 생각도 들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
 
 
사람은 역시 직접 겪어봐야 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체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나 드라마를 찍는 일도 그럴 거다.
 
올라오는 후기들로 그 작업의 어려움을 대강 짐작할 수는 있지만,
 
당사자가 작업 현장에서 실제 겪는 고충들을 문외한인 내가 다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김아중한테 작품을 많이 하라고 할 수가 없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 어려운 작업 현장으로
 
무작정 김아중을 내모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내한테 이삿짐 혼자 싸라고 하는 거처럼 파렴치한 일일 수도 있는 거다.
 
 
영화 작업이 힘들어서 쓰러질 수도 있는데...
 
전에 실제로 쓰러진 적도 있고...
 
 
그런데 또 한편 생각해보면
 
사람은 먹지 못해도 쓰러지는데...
 
먹으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작품을 해야 하고...
 
 
작품을 해도 쓰러지고 못 먹어도 쓰러진다면
 
작품을 하다 쓰러지는 게 못 먹다 쓰러지는 것보단
 
모양새가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또 어쩔 수가 없다.
 
 
나 혼자 김아중 영화 하나 더 보겠다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상황이 그렇더라는...
 
 
전장에 자식을 내보내는 아비의 비장한 심정을
 
김아중은 알려나 모르겠다.
 
 
모르겠지...
 
 
물론 나도 겪어보지 않아서 모른다...
 
내가 알 턱이 있나...
 
그래서 이렇게 뻔뻔한 건지도....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