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이런 생각을 주로 했다.
나는 왜 그 많은 연예인 중에 김아중을 좋아하느냐 하는.
별의별 이유를 다 갖다 붙여보았지만,
결국 결론은 누구나 짐작하듯 매우 명백하고 또 매우 단세포적이다.
예쁘다는 거.
예쁘니까 좋아한다는 건 내 쪽에서 보자면
생리 현상과도 같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건데,
그런데 이 상황을 김아중 편에서 보자면 조금 달라 보일 거라는 생각이
며칠 전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드는 거였다.
... 할 일이 또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김아중 편에서 보면
예뻐서 자기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그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저런 놈일까 하는 생각이 가끔은 들지 않을까?
소심한 늙은 아저씨 말고 젊고 잘생긴 남자들도 많은데 말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그런 생각 때문에
혹시 김아중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면 참 미안한 일이다.
내가 연예인을 고르듯이
공평하게 김아중도 자신의 팬을 고를 수 있다면
상황이 매우 심란할 거다.
팬 해보겠다고 사람들이 우르르 찾아가면
그런 사람들을 미스 코리아 무대 인사 하듯 일렬로 죽 지나가게 하면서
김아중이 일일이 '당신은 내 팬 해도 돼요, 당신도, 당신은 좀...'
하며 결정을 하는 거다.
그러다 내 차례가 되면
뭐지 저놈은? ... 관계잔가? 하며
갑자기 잘 있는 핸드백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눈 마주치기를 아예 거부할 것만 같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그런 자리에 감히 가볼 용기도 없었을 거다.
그런데 그런다면 나는 오히려 편하지 않았을까?
팬 자격이 없으니 블로그를 할 일도 없고,
지금 무슨 자격이 있어서 내가 블로그를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김아중이 작품을 띄엄띄엄 한다고 해서 애를 태울 일도 없었을 거다.
... 팬을 안 하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고를 수 없는 쪽에서는 상황이 답답하고 억울할 수도 있지만,
세상은 그렇게 공평하지 않다.
... 호락호락하지 않아... ... 그래서 다행이다.
예쁘고 연기 잘하고 착하고 노래도 잘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세상엔 그 어느 하나도 잘 안 되는 사람도 있는 거다.
누구보다 김아중이라면 내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거다.
... 물론 아니면 말고 ...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