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한국을 떠나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은
내 컴퓨터에 있는 김아중 사진들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떠나야 한다는 거였다.
나 없을 때 누가 보면 큰일이니까...
있을 때 보면 더 큰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무책임하게 놔두고 와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외장 하드디스크에 옮길 것들은 옮겨놓고
또 외로운 타지 생활에 뼈가 되고 살이 되지는 않더라도
아쉬운 대로 간식은 될만한 파일들은 USB에 대충 담아왔다.
외장 하드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맘에 걸리기는 하는데
누가 그걸 일부러 연결해서 열어볼 거 같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그걸 짐에 넣으면
아내가 그게 뭔데 가져가느냐고 물어볼 것만 같았다.
그러면 딱히 할 말이 없...
어쨌든 나름의 정리와 엉성한 보안을 해놓고 오긴 했는데
혹시?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가슴이 두근! 하고 내려앉는다.
이거 못 먹으면 피박인데 할 때의 그 느낌...
뭐 들키게 되면 어쩔 수 없긴 하다.
설마 하드를 부시기야 하겠는가?...
하드가 문제는 아니지만...
하여간 컴퓨터 내장 하드디스크에 있던 것들만 대충 갖고 왔더니
'그바보'와 '해피투게더 프렌즈'를 더 많이 챙기지 않은 것이 아쉽다.
특히 '해투'가 아쉬운데
할 일 없이 쓸쓸한 건지 쓸쓸해서 할 일이 없는 건지 모를 때,
혹은 아무리 게임을 하고 있어도 가슴 한편이 문득 허전할 때,
그럴 때 '해투'를 보면 요즘 '개콘'보다 훨씬 재밌다.
'해투'에서의 김아중은 자연스럽고 자유스럽고 일상적이고
무엇보다 그때 나이가...
피어나는 꽃 같은...
그런데 다 지나갔다는...
하지만 여기 사진들은 며칠 전 '김*숙' 결혼식 때 사진들이다.
무표정하고 도도하고 우아하고
선글라스도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마구 든다.
역시...
'해투' 때가 좋다더니?...
뒤늦게 수습하려는 건 아니지 말입니...
사진들이 도도하면서도 참 해맑게 나왔다.
(사진 출처: 인터넷 여기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