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7일 일요일

김아중 그리고 나의 팬 생활




남자가 여자한테 일방적인 고백을 먼저 하면

여자는 대개 다른 남자를 찾아보게 된다는 말이 있다.

여자는 일단 한 사람을 확보했으니 혹시라도 있을

더 나은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고

고백한 남자는 본의 아니게 만만한 상대로 남게 된다는 거다.


남자 여자를 바꿔놓아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을 텐데

요점은 남의 패는 모른 채 내 패를 떨구면

절대적으로 불리한 고도리 판이 되고 만다는 단순한 이치다.


먼저 고백하고도 물 먹기 싫다면

'나도 너 말고 또 있어.' 하는 암시를 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알아도 자기 맘대로 안 되니까 문제지만.


어쨌든 그럴듯한 얘긴데

지금까지 내가 무심코 지나쳤다가

엊그제 또 불현듯 깨우친 사실 하나는

팬 노릇도 그와 별반 다를 수 없다는 점이다.


'난 누구의 팬이다.'라는 건 '난 누가 좋다.'는 고백을

일방적으로 해버린 것과 마찬가지라서

그 누군가한테는 대단히 만만한 상대가 돼버린다는 생각이다.


특히 나처럼 이렇게 블로그까지 하면서

김아중 좋다고 혼자 난리를 피우고 있으면

만만한 건 고사하고 쓰레기 말단 팬이 돼버린다는 자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나 자신 팬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드높이고

별로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딘가 있었을 자존감 비슷한 걸 회복하려면,


그게 언제 잃어버리거나 빼앗기기라도 했던 건지,

혹시라도 회복하면 뭐에 쓸 건지는 나도 전혀 모르지만,


하여간 나도 김아중 말고 다른 누군가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증거

내지는 시원찮은 암시라도 내비쳐야 한다는 껄렁한 생각이 들었다.


... 마구 튕기는 거지...


생각해보시라.

아니 뭐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김아중이 이 블로그를 본다면 너무 뻔하지 않은가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좋다는 얘기,

다른 사람은 없다는 얘기 따위...

사인도 없는 주제에...

버리면 개도 안 물어갈 거 같은 아저씨가...


조몰락거리며 터뜨리는 거 말고는 달리 할 게 없는 헌 뽁뽁이처럼,

아무렇게나 내던져도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처럼

쓸 데도 딱히 없고 너무 뻔해서 시시한 그런 팬인 거다.

나는...


그래서,

아 이거 함부로 내던지면 지나가던 개가 물어가겠구나 하는,

근거는 없어도 어쩐지 오싹한 긴장감이 들도록 할 때가

내 팬 생활에도 마침내 도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다.


... 도대체 누가 긴장한다는 건지...


하여간 그리하여

나도 좋아하는 다른 여자 연예인 하나를 서브로 두게 되었으니...

그 이름은...


'늑대들의 로망, 템테이...'은 아니고...

그 이름은 ...


나도 있어...


두구두구두구두구...



무슨 개뿔이 있...  젠장...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