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2일 일요일

김아중 그리고 전주 한옥마을


 
오랜만에 전주 한옥마을에 또 다녀왔다.
 
이 블로그에 한옥마을에 다녀온 얘기가 이미 두 개나 있다.
 
 
그걸 보면 내 기억으로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데
 
아내는 다섯 번째가 확실하단다.
 
나 말고 누구랑 다녀오기라도 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내 머릿속을 문지르고 다니는 지우개라도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세 번째니 몇 번째니 하며 말을 주고받다가 그만두었다.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내가 블로그를 하는데 거기에 글이 두 개밖에 없으니
 
세 번째가 틀림없다고 말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내가 그런 걸로 아내를 이긴 적도 없다.
 
 
어찌 됐든 전주를 가기로 했을 때 막연히 또 설렜다.
 
전주에 가면 곳곳에 '아중'이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엔 내가 운전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서 작정하고
 
주변 간판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거리에서 '아중'이라는 글씨를 발견하면
 
가슴 속에 뭔가가 쿵 내려앉으면서 긴장이 되는 것이 재밌다.ㅎㅎ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가다가 제일 먼저 만난 것이 '아중로'.ㅎㅎ
 
전엔 '아중로'가 있다는 걸 몰랐다.
 
이번에 갈 때 내비게이션이 오류를 일으켜서
 
길을 좀 헤맸는데 그 영향이 아니었나 싶다.
 
 
'아중로'를 달리는 기분은... ...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아중로'를 마음에 새기고 있는데 곧이어 눈에 들어온 '아중 다슬기'.ㅎ
 
'아중 다슬기'라니 다슬깃국이라도 끓여내는 곳이 아닐까 싶은데
 
음식만큼이나 이름이 소박하니 너무 예뻤다.
 
 
그다음엔 '아중 꽃 배달?',
 
또 옆 벽에 큰 글씨로 '아중 마을'이라고 쓰여있는
 
약간 오래된 듯한 아파트 단지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아중 건강 약국', '아중역'.
 
'아중중학교 옆'이라고 내걸린 어떤 광고 현수막.
 
 
이번 여행에서 발견한 건 이게 전부인데 나쁘지 않은 수확이다.
 
 
'아중역'을 도로 표지판 말고 흘끗이나마 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 같다.
 
실제로 운행하는 열차가 있는지는 몰라도 외관은 아주 작았다.
 
 
'아중'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어쩐지 모든 상호가 예쁘게 여겨진다.
 
 
전엔 '아중 당구장'이라는 것도 있었는데
 
그새 망했는지 이번엔 눈에 띄질 않았다.
 
거리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화한다.
 
 
한옥마을엔 볼거리보다 먹을거리가 더 많다.
 
강아지와 다니면 음식점에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여행할 때 먹거리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인데
 
한옥마을 거리에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았다.
 
 
어느 한옥 아이스크림 가게 뒤꼍 감나무 그늘 의자에서 쉴 때
 
'그 바보'가 생각 나서 일부러 올려다본 하늘이나,
 
또 어느 고택 툇마루에 앉아 있을 때 불던 시원한 바람은
 
전에는 몰랐던 한옥 마당의 차분함과 아련함을 전해줬다.
 
 
철저히 상업화된 지역에서 한옥의 정취를 느끼게 된 것은 의외였는데
 
화창한 날씨 덕분이었거나 나이 탓이었을 수도 있지만,
 
'아중' - 한옥 - 네모난 하늘 - 김아중으로 이어지는
 
연상 작용의 영향이 제일 크지 않았을까 싶다.
 
하는 거 없어도 팬은 팬이니까...
 
 
 

(사진 출처: 인터넷 여기저기. 제50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
            영화 '캐치 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