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7일 토요일

김아중 그리고 초코파이

사람의 욕심은 대체로 끝이 없다.

앉으면 눕고 싶고

레벨 59가 되면 밤을 새워서라도 레벨 60이 되어야 한다.


그간 김아중이 우리 팬들에게 퍼부은 정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사인 받고 나면 같이 사진을 찍어보고 싶고

사진 찍고 나면 허그라도 해보고 싶은 것처럼

난 여전히 알 수 없는 갈증이 난다.


... 사실을 말하자면 난 아직 사인조차도 실제로 받은 적이 없다...

... 이게 무슨 팬이여...


그래서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나이야 가라 폭포처럼 쏟아지지는 않더라도

혹은 왕복 팔 차선처럼 오고 가지는 않더라도

단지 작은 오솔길처럼이라도

김아중과 팬들 사이에 소소하게 오가는 정을 상상하곤 한다.


매일 밥만 먹다 보면 라면이 먹고 싶은

그런 일탈 같지 않은 일탈을 해보고 싶다거나

오늘은 기분도 그렇지 않은데 한 번 마셔봐? 하는 때가 있는 것처럼


어느 날엔가는 한번 한적한 오솔길을 걸어보고 싶고,

이사하고 나면 옆집에 가래떡이라도 돌려보고 싶은 것 같은

김아중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터무니없이 황당한 생각들이 떠오르는 날이 있지 않을까.


사람이 살다 보면 꼭 이성적으로 옳은 일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일만 하며 살기엔 삶이 너무 팍팍하게 느껴질 때도 있기 마련인 데다가


때로는 같잖은 라면 한 그릇에 입맛이 돌아오거나

가벼운 산책이 우울한 기분을 날려버리기도 하니까.


그래서 어느 맑게 갠 날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린 김아중이

한 손에 가래떡이라도 들고

한가로이 오솔길을 걷는 상상을 하기만 해도

내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좋아진다.

그때 난 떡 찍어 먹을 꿀 한 보시기를 고이 들고
어느 고갯마루 꽃이 흐드러지게 핀 매화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았다가...
다리가 저려 미처 일어나지도 못하며

"낭자, 떡 하나 주면 안 잡... 아니, 여기 꿀... ..."

"예, 도련... 아니, 할배... ..."

"...   ..."


... 그런데 가래떡은 꿀보다 양념 김에 싸먹으면 더 맛있다...


못 먹어봐서 못내 아쉬운,

어쩐지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초코파이가,


염치도 없이 덥석 받은 것이 미안해서

다 타버리면 그 작은 인연마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아직도 불을 켤 수 없는

향초가,


그리고 38선도 아닌데 가고 오지 않는,

어떤 때는 매정하게도 생각되는

크눅이


종종 그립다는,


떡 돌릴 때 난 꼭 집에 없더라는,

내 깐엔 마냥 쓸쓸한 이야기...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