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뜯기 전. 겉 포장 앞면)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블루레이 디스크를
많이 늦었지만 결국 샀습니다.
망설이고 망설인 끝이었는데
망설인 이유는 역시 좀... 무서웠던 거죠.
아내가 알까 봐.
(겉 포장 뒷면)
작년 발매 후 약간 시간이 지나서 오프 매장에
전화를 했더니 무슨 일인지 재고가 없었어요.
- 미안한데 다른 곳도 쉽지 않을 거다.-
는 요지의 당황스러운 말을 들었죠.
(속 케이스 앞면)
그때부터 긴 망설임이 시작된 겁니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쉬운 일이었지만,
택배를 누가 받게 될지가 이번엔 이상하게
평소보다 더 겁이 나더라고요.
단순히 드라마나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뭔가를 줄기차게 사고 있었다는 걸
아내가 알게 되는 상황이 점점 더 무서워져요.
(속 케이스 뒷면)
비밀이란 커질수록 무서운 거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비밀은 쌓여가고
두려움은 비례해서 커지죠.
덕질이 오래되면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비밀이 자란 만큼 더 겁이 나네요.
더구나 제 경우엔 비밀도 뭣도 아닌 것들까지
싸잡혀 문제가 될 수도 있었지요.
...아, 대체 어떤 삶이었던 거냐...
그렇지만 그 모든 두려움을 떨쳐내고
다시 온라인 구매를 해낸 겁니다.
제깐엔 기발한 꼼수를 생각해냈었거든요.
그래서 용기를 냈는데 실제로는
아슬아슬했던 택배 운이 전부였어요.
큰일 치를 뻔했지요.
... 무슨 특출난 수가 없는 게 매번 문제...
케이스 안에는 디스크가 딱 한 장 들어있어요.
다른 아무것도 없습니다.
... 한정판이라며...
다행히 메이킹(36분 39초)과
삭제 장면(10분 28초)이 아주 괜찮습니다.
다른 곳에선 본 적 없는 영상들입니다.
(* 확실하진 않은데
DVD엔 삭제 장면이 없다는 것 같아요.)
메이킹이나 삭제 장면에 김아중이 많이 나오진
않지만, 액션 장면들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전반적으로 흥미로웠죠.
피 흘리고 멍들었어도 이쁜 곽노순이 있었고
가장 많이 삭제된 인물은 곽노순이었다는
감독의 안타까워하는 멘트도 있었어요.
... 이제 와서 안타까우면 뭐 하냐고...
코멘터리는 아직 다 못 봤지만
메이킹과 삭제 장면만으로도
디스크 잘 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 아까워요.
한가로이 디스크를 보고 있자니
디스크 구매 전에 두려워하고 조바심치던 일들은
아득히 먼 과거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솔직히 무서울 게 뭐 있나요.
까짓거 앞으로는 열 장이든 백 장이든
쫄지 않고 마구 살 수 있어요.
김아중을 볼 수만 있다면...
.
.
.
은 소심한 할배의 백일몽이고...
벌써 다음 디스크가 걱정...
(사진: 케이스와 TV 화면을 폰으로 찍음.)